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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역사상 가장 황당한 타임슬립! - "테르마이 로마이" 본문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2011년에 들어와서 일본의 개성넘치는 신작만화들이 국내에 속속 출간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진격의 거인" 부터 "실종일기", "마기", "아이엠 히어로" 등, 기존에 볼수 없었던 독특한 만화들을 읽을수 있다는 것은 만화독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즐거운 일입니다. "장르적 일본만화의 끝이 보이고 있다", "일본만화시장도 포화상태이다."등등 각종 일본만화위기론을 뒤엎을만한 만화들이 아직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만 보았을때는 이웃나라 일본의 만화시장은 아직도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부러운 일이죠.)
이런상황속에서 최근 아주 독특한 소재의 만화책을 발견하였습니다. 홍보문구에 써있는 "만화 역사상 가장 황당한 타임슬립"이라는 글귀가 전혀 아깝지 않은 로마목욕탕만화 "테르마이 로마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만화책의 제목을 직역하자면 로마의 공중목욕탕 정도??) 대제국 로마에서 "건축기사"로 일하는 "루시우스"의 일본목욕탕 체험기! "테르마이 로마이".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엄청나게 독특하고, 엄청나게 기발한 소재의 만화
필자의 경우에는 매니아라구 불릴정도로 많은 만화책을 읽었다고는 자신감있게 얘기하지 못하지만 나름 남들 읽는만큼의 만화책을 경험해보았다고 말할수는 있습니다. 만화책을 읽기 시작한지도 20년이 거의 넘었으니 그동안 읽은 만화책들만 수백종류가 되는 것 같네요. 이제껏 읽었던 만화책들중에서 "두번다시 이따위 만화는 읽고 싶지 않다!" 라고 분통을 터뜨린 쓰레기같은 만화도 많았지만 "이 만화는 정말 엄청난데?"라고 감탄사를 날렸던 만화도 많습니다. 그런데 만화책의 소재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독특하고 기발한 느낌을 들게한 만화는 여지껏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제목 그대로 "로마의 공중목욕탕"이야기 입니다. 단순히 "로마공중목욕탕"이야기가 뭐가 그리 독특하냐고 묻는다면 "테르마이 로마이"는 그 "로마공중목욕탕"에 "타임슬립"이라는 재미난 요소와 "일본의 대중목욕탕문화"라는 맛깔나는 양념을 버무린 장르만화입니다.
고대 로마의 공중목욕탕 설계기사인 "루시우스". 새로운 목욕탕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지 못해 일하던 건축회사에서 짤려버린 그는 우연히 현대 일본의 목욕탕으로 타임슬립! 현대와 고대의 목욕탕을 드나들 수 있게 된 그가 고대로마에 들고 돌아올 일본의 현대목욕탕 아이템은 무엇일까?
★ 새로운 목욕탕에 대한 진부한 아이디어만 내놓던 우리의 주인공 루시우스는 직장에서 짤리고 만다. ★
"테르마이 로마이" 1권 뒷표지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이만화책의 줄거리는 특별하게 설명할 것이 없습니다. 위에 있는 문구처럼 로마의 건축기사 "루시우스"가 현대일본의 목욕탕과 로마를 오고가며 목욕탕과 관련한 신기술을 배워온다는 것이 핵심이죠. "목욕탕"이라는 소재를 사용한것만으로도 독특한 시도인데 "타임슬립"이라는 요소까지 버무려 자칫 "한심하고 그저그런" 만화가 될수도 있었을 것을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완성시키고 있는 "테르마이 로마이"는 2010년 일본만화대상과 제14회 데즈카오사무문화상 단편상을 동시에 수상한 만화입니다.
▶ 만화책의 소재만큼이나 독특한 작가의 이력
"테르마이 로마이"의 작가는 신인만화가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그리 크게 알려진 만화가는 아닙니다. 그녀의 이름은 "야마자키 마리". 여성만화가이죠. 국내의 경우에는 여성만화가들이 대부분 순정만화만 그린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한바 있는 "도로헤도로"라는 블랙판타지만화또한 일본의 여성만화가작품이니까요. 그만큼 일본만화시장은 다양화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각설하고 "테르마이 로마이"의 작가인 "야마자키 마리"는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지 않고 시카고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째서 일본만화가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관계없는듯한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을까요? 간단하게 그녀의 약력을 소개합니다.
1967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미션스쿨에 다니던 14살때 독일과 프랑스로 홀로 떠난 여행에서 만난 이탈리아 도예가의 초층을 받아 17살때 이탈리아로 건너가 피렌체의 예술학교에서 11년간 유화를 배웠다. 가난한 피렌체 유학시절 생활비를 벌기 위해 본인의 블로그에 만화를 그렸으며 1996년 이탈리아 생활을 그린 에세이 만화로 데뷔했다. 14살때 만난 이탈리아 도예가의 손자(이탈리아인)와 결혼하여 중동,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지에 살다가 2011년 현재 남편의 부임지인 시카고에서 살고 있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2010년 일본만화대상, 제14회 데즈카오사무문화상 단편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만화대상 수상 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수상소감을 생중계로 전하기도 했다. (출처는 테르마이 로마이 1권 겉표지)
"야마자키 마리"는 어렸을때 홀로 떠난 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외국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으며 결국에는 도예가집안의 이탈리아남자와 결혼하는등 예술문화쪽과 접할일이 많았습니다. 유화를 전공한 그녀가 용돈을 벌기위해서 시작한 만화가의 길은 현재 일본땅이 아닌 외국땅에서 일본만화의 다양성과 예술성을 널리 알리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의 유명만화잡지에 연재를 하는 만화가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본본토에서는 그녀의 만화를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그에 그치지 않고 각종대상을 안겨주는 것만 보아도 그녀는 이미 충분히 일본만화계의 대표만화가중 한명이라고 불려도 될법하죠. 이러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 "야마자키 마리"였기 때문에 그녀가 "테르마이 로마이"라는 기발한 만화를 만들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일본만화시장의 포용력과 다양성이 부러워서 배가 아파오지만 오래전부터 가꾸어 놓은 그들의 문화이기 때문에 인정할수 밖에 없겠죠? (일본에서는 만화를 소비하고 만화를 읽어주는 독자들이 많기 때문에 만화라는 문화가 끊임없이 연구와 개발을 통해서 발전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에는 어떤문화이든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이 존재해야만 살아남을수 있다는 것. 이런기본적인 구조가 한국만화시장에서는 그러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 테르마이 로마이의 서사구조
만화 "테르마이 로마이"는 그 소재하나만은 굉장히 독특하지만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서사적구조는 단순명료합니다. "루시우스"라는 주인공이 존재하지만 짧은 단편에피소드형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 이만화의 플롯을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새로운 로마목욕탕에 대한 고민을 하는 루시우스
(2) 일본의 현대 목욕탕으로 루시우스 본인도 모르게 타임슬립!
(3) 일본의 현대목욕탕 기술을 경험, 체험, 학습하는 루시우스
(4) 그러한 목욕탕 기술과 문화에 깜짝놀라서 경악하는 루시우스
(5) 곧바로 이어지는 좌절감 (로마제국의 자존심이 무너짐)
(6) 좌절하는 도중에 고대로마시대로 다시 복귀
(7) 경험한것을 로마시대목욕탕에 적용. 그리고 영웅대접받는 루시우스
이렇게 반복적인 패턴으로 만화의 에피소드가 진행됩니다. 단순한 플롯이지만 확실한 형태가 보이는 이야기진행방법으로서 만화자체가 어렵거나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이런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화는 자칫 잘못하면 스토리가 식상해지거나 지겨워진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테르마이 로마이"의 작가인 "야마자키 마리"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서 단순한소재와 간단한 스토리이지만 독자들이 식상함과 지겨움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이곳저곳 신경쓴 흔적들이 보입니다.
▶ 장치 첫번째, 은근히 웃기는 "테르마이 로마이"
"야마카지 마리"는 자칫 식상해질수도 있는 "테르마이 로마이"에 다양한 장치들을 장착해서 독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유지시켜줍니다. 그 첫번째로 은근히 웃기는 만화장면들을 꼽을수가 있는데, 이 "테르마이 로마이"는 고대로마시대에 살고 있는 "루시우스"를 통해서 마치 미개한 원시인이 21세기 현대시대에 와서 겪는 코믹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듯한 만화같기도 합니다.
★ 일본의 현대목욕탕으로 타임슬립할때마다 개고생하는 우리의 루시우스 ★
★ 난 누군가? 또 여긴어딘가? 발가벗고 일본의 공중 목욕탕 밖으로 나가버린 우리의 루시우스 ★
특히 재미있는 장면은 고대로마시대에서 전혀 경험한 적없는 진보한 일본의 목욕탕기술과 문화를 경험할때마다 반복적으로 변화되는 "루시우스"의 감정선입니다. 당혹감을 감출수 없을 정도로 놀랄때도 있지만 세계최고의 제국이라고 믿고 있던 로마보다 훨씬 뛰어난 목욕탕기술을 지니고 있는 정체를 알수 없는 민족들때문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이 만화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지만 만화속 주인공인 "루시우스"에게는 현대목욕탕의 문화가 신기할수 밖에 없으니까요.
★ 목욕탕에서 처음으로 바나나우유를 먹어본 우리의 루시우스. 감동받아서 울기 직전 ★
★ 온천에서 즐기는 따뜻한 정종에 완벽적응한 우리의 루시우스. 일본인들은 루시우스를 외국인이라 생각하는중 ★
★ 일본의 현대목욕탕 기술을 경험할때마다 밀려오는 좌절감과 패배감에 눈물을 흘리는 우리의 루시우스. 시대가 다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루시우스는 이곳이 멀고도 먼 미래라는 것을 알리가 없다. 신기한 것은 이런 루시우스의 고뇌하는 모습이 은근히 웃기다. ★
이밖에도 만화 곳곳에서 너무 웃겨서 배꼽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잔잔하게 "풋"하고 입을막고 웃을정도의 코믹스런 장면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이런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할때마다 독자들은 다음에피소드에서는 "루시우스"가 어떤 목욕탕문화를 체험하고, 감동받고, 좌절할지 기대하게 되며 단순하게 진행되는 방식의 만화이지만 이 만화책이 "재미있다"라고 느낄수 있도록 해주죠.
★ 비데를 처음 사용해본 루시우스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이내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비데가 좋긴 좋지? ★
▶ 장치 두번째, 자연스러운 상황설정
이쯤되면 문득 드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과연 일본의 목욕탕문화를 타임슬립으로 경험하고 있는 루시우스는 어떻게 그 다양한 각종 일본의 현대목욕탕문화를 체험할수 있는것인가? 일본의 현대인들은 갑자기 탕안에서 등장하는 루시우스를 왜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등등. 이는 "야마자키 마리"라는 이 만화책의 작가가 보여주는 탁월한 상황설정으로 모두 무마됩니다. 이점이 목욕탕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소재를 사용하고도 "테르마이 로마이"가 어색하지 않은 만화가 된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예를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에피소드 세번째에서 루시우스는 현대 일본의 가정집목욕탕 문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는 갑작스런 타임슬립으로 어떤 가정집의 조그만 탕안에서 등장하는데 그런 그를 집주인 할아버지는 전혀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며느리가 외출하기전에 시아버지를 위해서 목욕도우미를 불렀다고 했기 때문이죠.
에피소드 네번째에서 루시우스는 현대일본의 최첨단 목욕탕 전시회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갑자기 등장한 루시우스를 전시회직원들이 전혀 의심스럽지 않게 생각하는데 이유는 그날 이탈리아에서 해외바이어가 방문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죠.
간단하게 두가지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어떻게 고대로마인인 "루시우스"가 현대일본의 다양한 목욕탕을 체험할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단순한것 같지만 이야기의 억지스러움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상황을 설정하기 위해서 작가가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이점이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만화를 읽을수 있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죠.
▶ 장치 세번째, 중간중간에 소개하는 로마목욕탕문화의 실제모습
마지막 장치로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야마자키 마리"가 소개하고 있는 로마시대의 목욕탕문화입니다. 실제로 로마인들이 목욕을 즐겨했었다는 기록은 다양한 로마관련 서적에서도 쉽게 찾아볼수가 있는데 "테르마이 로마이"는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작가 스스로가 보고 들었던 로마와 관련된 목욕탕비화들을 에피소드가 끝날때마다 두페이지에 걸쳐서 소개 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단순히 목욕탕만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로마의 목욕탕문화들은 어떤것이었다라는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해주죠. "테르마이 로마이"는 목욕탕만화이기 때문에 로마의 다양한 문화중에서 "목욕탕 문화"에 집중하여 소개를 할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페이지 떼우기용으로 단순하게 삽입된 것이라고 하기에는 만화만큼이나 "야마자키 마리"가 설명해주는 로마의 실제 목욕탕문화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일종의 쉬어가는 페이지라고나 할까요?
★ 각종 실제 유물사진과 자세한 설명을 통해서 고대로마시대의 목욕탕문화에 대해 두페이지 걸쳐 에피소드가 끝날때마다 소개해주고 있다. 만화책을 읽는재미와 함께 역사적 유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나 할까? ★
▶ 결론은 하나. 재미있으니 읽어라.
이런류의 만화에서 논리정연한 이론은 필요없습니다. 예를들어서 왜 주인공인 "루시우스"만 타임슬립을 하는가? 본격적인 스토리는 없는 것인가? 등등. 그런데 이런 의문점은 만화의 장르와 스타일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갖는 단순한 태클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의문점을 가져야 하는 만화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이런 복잡한 논리와 디테일한 설정이 필요없는, 억지스러운 장면들이 존재할지언정 반론을 재기할 필요가 없는 가족만화나 마찬가지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쉽게 읽을수 있는 학습만화같은 만화인 "테르마이 로마이". 결론은 하나입니다. "재미있으니 읽어라. 머리아프게 하는 만화가 아니니까 부담 없이 읽어라. 그리고 즐겨라. 가족들과 스파가 가고 싶어질 것이다."
참고로 현재 YES24, 알라딘등의 온라인서점에서 "테르마이 로마이"를 구입할 경우에 "로마장인"이 한땀한땀 정성들여 만든(??????) 때밀이 로마타월을 증정하고 있습니다. (진짜 책안에 로마타월이 있는 것을 보고 깜놀. 주말에 친구들과 목욕탕가서 때미는데 사용할 예정)
테르마이 로마이 1 -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완 옮김/애니북스 ◀◁◀◁◀ 로마목욕탕 장인의 황당한 타임슬립구경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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