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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라 불리던 세남자의 이야기 - "아돌프에게 고한다" 본문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아돌프라 불리던 세남자의 이야기 - "아돌프에게 고한다"

☆북극곰☆ 2010. 11. 3. 07:52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일본만화의 신, 일본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만화가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Tzuka Osamu". 의학대학을 졸업하여 의사로서의 길을 걷다가 만화의 매력에 빠져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그는 <우주소년 아톰>의 원작자이며 <밀림의 왕자 레오> <블랙잭> <불새> <리본의 기사>등 엄청나게 많은 순수창작작품을 그려냈습니다. 명실공히 <데츠카 오사무>는 일본내에서 최고의 정점에 있는 만화가라고 할수 있죠. 그의 영향력과 인기는 우리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며 매년 일본만화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을 그려낸 만화가들에게 주어지는 <데츠카 오사무상>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이름이 회자되곤 합니다. 실제로 <데츠카 오사무상>은 일본만화가들이 받을수 있는 상중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일본만화의 신, 일본만화의 대부, 세계만화거장중의 한명인 데츠카오사무(Tezuka Osamu)화백의 생전사진과 그가 탄생시킨 수많은 캐릭터들. 그의 영향력과 세계만화계에 끼친 역사적 가치는 우리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이라고 할수 있다. 또한 일본내의 다양한 문화분야에서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상징하는 인물로서 100% 그때문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일본에서는 어른부터 어린아이까지 아무도 만화책을 저급한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어떤 산업보다도 엄청난 액수의 외화를 일본내로 벌어들이고 있는 분야가 만화책과 애니메이션부문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 또한 2000년 초반, <데츠카 오사무>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정식으로 번역되어 발매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데츠카 오사무>를 모르고 있던 독자들이 더 많았습니다. 덕분에 국내에 정식출간된 그의 대부분의 작품을 지금은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데츠카오사무의 작품들이 정식으로 출간되기는 했지만 저조한 판매부수때문에 그다지 많은 수를 찍어내지 않은 것이 이유입니다. 게다가 찾는 사람들도 드물었기에 지금은 절판된 작품들이 굉장히 많죠. 뒤늦게나마 그 가치를 알아본 일부 필자같은 독자들은 현재 온라인중고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를 할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2000년 당시에 3,500원이던 책이 지금은 온라인중고시장에서 10,000원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답니다. 중고책임을 감안할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고액을 지불하여 읽어볼 만큼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세계와 약력, 가치등을 단순하게 나열하면서 소개하는 것만으로 장문의 글이 10개이상 나올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짧은 소개는 여기서 잠시 끝맺도록 하고 그의 작품들중에서 가장 최근에 국내에도 정식으로 출간된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아돌프라 불리던 세남자의 이야기

 이 작품은 <아돌프>라고 불리던 세남자의 이야기이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지만 결국 같은 운명의 실은 그들을 추악한 전쟁의 길목에 끌어다 놓는다. 유대인전멸을 부르짖으며 세계역사상 가장 더러운 전쟁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 일본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의 사이에서 태어나 어렸을때는 <독일인>임을 부정하지만 결국 히틀러에게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학습당한 <아돌프 카우프만>, 아돌프 카우프만의 어릴적 둘도 없던 친구였지만 결국 그의 적이되고 마는 유대인 <아돌프 카밀>. 이들이 바로 세명의 아돌프이다.
 

한작품속에 세명의 아돌프를 등장시켜 엇갈린듯 하면서도 같은 운명의 실에 얽혀있는 그들의 처절하고도 안타까운 삶을 그리고 있는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전5권으로 이야기가 끝맺음 되는 만화책이다.

 어린시절 전쟁을 경험한 <데츠카 오사무>가 어느날 <아돌프 히틀러>에게 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다소 충격적인 가설을 접하고 나서 평소 전쟁과 국가주의를 증오한 자신의 성향을 결합하여 창작해낸 이작품은 <아돌프 히틀러>라는 인물만 논픽션일뿐 나머지 이야기는 픽션이나 다름없다. 제 2차세계대전을 전후로 하여 유대인에게 인간으로서 할수없는 온갖 잔인한 짓을 행한 <아돌프 히틀러>에게 사실은 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가설은 국내에서도 뜨겁게 달구어진 적이 있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일뿐이다. 안그래도 어렸을때 전쟁을 경험한 <데츠카 오사무>는 평소 전쟁과 인간, 사람, 삶, 사상, 정의에 대한 만화책을 많이 그려내고 있었는데 이와같은 흥미로운 소재거리를 그가 쉽사리 지나치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세명의 아돌프를 모두 알고 있는 자는 이 작품의 화자이자 기록자로서 등장하는 <도게 소헤이>라는 인물이다. 일본에서 사회부기자로 활동하던 그가 친동생이 독일땅에서 살해된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서 나치독인인들과 부딪히며 알게된 세명의 아돌프에 대한 기록서가 바로 이 만화 <아돌프에게 고한다!>라는 것이다.
 

<도게 소헤이>라는 세명의 아돌프를 알고 있는 한 인물을 그들의 삶속에 깊숙하게 개입하도록 함과 동시에 화자이자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그를 통해서 독자들은 세명의 <아돌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가 있는 것이다.

 이만화가 지니고 있는 만화적 장르의 영역과 가치는 쉽사리 논하기 힘든 경향이 있다. <도게 소헤이>가 동생죽음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은 마치 <미스테리 추리물> 같으며 <아돌프 히틀러>의 삶을 그려내는 장면에서는 흡사 <위인전기-아돌프 히틀러가 위인은 아니지만> 같기도 하다. 또한 어릴적 친구였지만 원수가 되어 서로를 증오하게 되는 <아돌프 카우프만>과 <아돌프 카밀>의 이야기는 <현대역사극> 같기도 한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전세계에서 전쟁이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는 땅,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북한과 남한의 이념차이와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를 다시금 곱씹게 해주는 교과서로서 <아돌프에게 고한다>라는 만화책은 얼토당토 않은 책들보다 훨씬 가치가 있는 역사서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할수 있는 만화책인 것이다.

▶ 전쟁과 사상에 정의가 존재하는가? 절대적인 정의란 없다.

 <데츠카 오사무> 본인이 밝히다시피 <아돌프에게 고한다>의 주제는 <전쟁>이 아니라 <정의>이다. 정의란 존재하는가? 진정한 정의는 어떤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 독자들 스스로에게 해답을 찾아보라 한다. 하지만 <데츠카 오사무>가 의도하는 정의에 대한 개념을 독자들이 생각할수 있도록 유도한다.

 <데츠카 오사무>가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정의란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것이 정의이고 누가 정의인가? 내가하면 정의이고 남이 하면 정의가 아닌 것인가? 세명의 <아돌프>는 자신이 행하는 행동이 <정의>라 믿고 국가에 충성을 다하며 죄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인다. 처음에는 갈등도 하고 괴로워도 하지만 이내 익숙해지는 자신의 행동이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민족주의>의 무서움이다. 정의라는 이름아래 자신의 행동을 옳다고 생각하는 것 만큼 무서운 것이 어디 있을까? 그어떤 사상과 민족도 자신들이 순수한 <정의>라고 주장할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사상과 이념은 개입될 틈새조차 존재하지 않는 국가라는 이름의 민족주의. 그 체제안에 속해 있는 이들은 어쩌면 만화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하나의 쓰레기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을 것이다.

 <데츠카 오사무>의 마지막작품으로 알려진 <아돌프에게 고한다>에서는 독일나치인들이 행한 잔인한 행위, 일본인들이 행한 잔혹한 일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한 행위등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스스로가 일본인이라 하여 일본인들이 과거에 행한 행위들을 부정하려 하거나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바로 <데츠카 오사무>는 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그가 느끼고 생각했던 전쟁과 정의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그대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히틀러체제속에서 유대인은 몰살시켜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온 <아돌프 카우프만>이 처음으로 살인한 사람은 다름아닌 자신의 어렸을 적 친구이자 유대인이고 이작품의 또다른 주인공인 <아돌프 카밀>의 아버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 두 아돌프의 운명의 끈이 꼬이기 시작하는 장면이라고 할수 있다.

▶ 광기라는 정의의 또다른 이름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이 느낄수 있는 감정과 교훈은 각양각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데츠카 오사무> 스스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정의>라는 이름아래 행한 세명의 <아돌프>의 행동은 결국 그 어느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 <옳지 못한 행동과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들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야 했는가? 그런 자신들의 행동은 결국 자기자신의 목을 죄여오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그것도 소중한 모든 것들은 하나둘씩 잃어가면서 말이다.

 <정의>라는 이름을 아무리 내세워도 살인과 잔혹한 행위를 정당화 할수는 없다. 그것을 은연중에 알면서도 자신의 광기어린 행동을 멈추지 못한 세명의 <아돌프>를 통해서 전쟁이란 어떤식으로든 정당화 할수 없다는 말을 <데츠카 오사무>는 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다. 정당화 될수 없다고 하더라도 전쟁이 지구상에서 절대 없어질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전쟁이 정의는 아니며 정당화될수는 없다. 자꾸 돌도 도는 뫼비우스의 띠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문제에 답이 없다는 것이 웃긴 말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답이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정의는 광기의 또다른 이름일 뿐.

 사상과 이념의 차이. 서로 주장하는 정의라는 이름의 불합리함은 한명의 아돌프에게는 광기어린 행동을, 두명의 아돌프에게는 처절한 삶속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어릴적 서로를 의지했던 절친한 친구인 두명의 <아돌프>는 누구때문에 서로 원수가 되었고 서로에게 주적이 되고 말았을까? 누가 이들에게 서로 총구를 겨누게 만들었을까? 누가 옳았던 것일까?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이작품의 마지막에서 <아돌프 카우프만>은 이러한 독백을 한다.

<내 인생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정의라는 녀석한테 휘둘리다가 결국엔 모든것을 잃어버렸어. 육친도... 우정도... 나 자신마저도... 난 어리석은 인간이야. 하지만 어리석은 인간이 잔뜩 있으니까 국가가 정의를 내세울수 있는 거겠지.>


▶ 만화책이 만화책이 아님을 느낄수 있는 명작

 서두에서 설명했다시피 <데츠카 오사무>의 모든 작품들은 그 존재만으로 높은 평가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의 마지막작품이라 알려진 이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반드시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만화책목록에 과감하게 추가할수 있을만한 명작이다. 그 어떤 역사 교과서나 픽션영화들보다도 완성도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으며 도대체 <데츠카 오사무>라는 사람이 어떤 만화가이길래 <일본만화의 신, 일본만화의 대부>라는 말을 듣는지도 확인할수 있을 것이다. 만화책이 만화책으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이자 훌륭한 책으로서의 가치와 능력을 지니고 있을을 두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과감하게 양손에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들고 읽어보자. 


 

아돌프에게 고한다 세트 - 전5권 (일반판) - 10점
데즈카 오사무 글 그림, 장성주 옮김/세미콜론




◀◁◀◁ 아돌프에게 고한다! 현대인들에게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