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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공주 등장이요! - "육식공주 예그리나" 본문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개공주 등장이요! - "육식공주 예그리나"

☆북극곰☆ 2010. 10. 22. 07:30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다소 생뚱맞은 제목의 만화책인 "육식공주 예그리나""삼봉이발소, 3단합체 김창남"으로 이미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하일권"작가님이 스토리를 맡은 작품입니다. 월간만화잡지인 "부킹"에서 연재를 하고 있는 이 만화는 "김지민"이라는 신인만화가가 작화를 담당하였는데 제목 못지않게 깔끔한 표지그림체때문에 특별한 리뷰및 정보를 찾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구입을 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선택의 만족도는 5점만점에 4점정도. 아직도 만화잡지를 통해서 열심히 단행본으로 발간이 되고 있는 한국만화책들이 있다는 기쁨과 함께 근래 들어서 몇 없는 정통만화잡지를 통한 한국만화중의 기대작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교한 그림체와 이해하기 쉬운 빠른전개가 장점인 "육식공주 예그리나". 자,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스토리작가가 하일권이라는 사실만으로 홍보효과 만점.
 
 "하일권"이라는 만화작가님은 이미 웹상에서 꽤 인지도가 높은 만화가입니다. "삼봉이발소" 와 "3단합체 김창남"으로 인해서 수채화를 보는 듯한 미려한 작화와 포근한 이야기를 보여준 "하일권"작가님은 웹툰으로뿐만이 아니라 지면만화에서도 자신의 관심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실제 웹툰을 주로 그리는 만화가들은 지면만화, 그것도 잡지만화에 그다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미 한국시장에서 시장성을 상실한 잡지만화를 통한 단행본 출간보다는 즉각적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할수 있는 웹툰이 시대적으로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죠.


이미 웹상에서 유명해진 그의 작품들을 감상해볼 기회가 있다면 이 두작품은 반드시 추천하고 싶을정도로 훌륭하다. 이 만화들의 재미와 감동을 두눈과 가슴으로 직접 확인하자.

 그러나 "하일권"작가님은 자신의 유명한 작품들이 주로 웹툰이기는 하지만 "지면만화"에서의 다양한 시도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 같이 보입니다. 직접 작화에 참여한 작품은 찾아볼수 없지만 직,간접적으로 스토리에 참여한 지면만화들이 있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작품이 "대원씨아이"에서 출간된 "히어로 주식회사"라는 만화책입니다. 현재는 "김지민"이라는 만화가와 힘을 합쳐 만화잡지 "부킹"에서 "육식공주 예그리나"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단행본 한권분량이 연재가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1권이 발매되었고 필자는 이 1권을 구입하여 이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죠.


아직 읽어보지는 못한 작품이지만 하일권작가님이 스토리를 담당했다는 사실만으로 구매1순위에 올려놓은 만화책. 4권으로 다소 짧은스토리로 완결이 되었는데 직접 확인해보고 평가해야겠다.

 사실 이작품이 다른 이름없는 만화가의 작품이었으면 서점에서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일권"이라는 이름석자가 책표지에 적혀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확인작업없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이죠. 그만큼 이름있는 만화가가 주는 임팩트는 무시하지 못할정도인 듯 합니다. 이작품은 "하일권"작가님이 스토리를 맡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죠.

솔직히 밝히자면 하일권작가님의 작품들을 모두 읽어본 상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일권이라는 만화가에 대해서 섣부르게 논할정도의 단계는 아닌 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하일권"작가님의 작품들과 그의 만화세계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 개그 + 감동 + 액션이 버무러진 전형적인 스토리

 사실 이작품의 스토리는 특별할 것이 없어보인다. 그동안 비슷한 소재들이 많이 쓰인 내용이기 때문에 그닥 신선하게 느껴지는 느낌은 없는데다가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특징도 분명 어딘가에서 본듯한 인물들이다. 이런 종류의 만화에 빠지면 안되는 감초역할같은 적절한 개그와 갑작스럽게 진지한 모드로 돌변하여 독자들을 자극하는 감동스러운 부분들, 만화의 이야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하게 등장하는 액션신. 이 모든것들을 종합하여 본다면 스토리 자체는 한마디로 흔.하.다.


태초에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었다. 동물들은 지구의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존을 통해서 삶을 영위하였지만 언젠가부터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타나 지구의 생태계와 환경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며 지구상의 모든 동물과 자연계를 무분별하게 다루고 있다. 12지 동물신들은 이런 인간의 악행을 보다못해 "인간을 동물로 만드는 계획"을 준비하는데 그 계획의 선봉에 "개왕"의 친딸인 "예그리나"가 선택된다.


"개왕"의 사랑스러운 "개공주""예그리나"는 인간의 모습을 한채로 지구로 전송이 되고 그곳에서 "공부"밖에 모르는 초식남인 "최식남"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인간""동물"로 만들려는 "예그리나"와 그런 "예그리나" 행동따위에는 관심도 없는척(?)하는 "최식남"의 숨막히는 동거가 시작되는데?!
  
 어느정도 만화나 영화등의 문화매체를 자주 즐기는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본적이 있을정도로 흔한 스토리라인을 그리고 있는 "육식공주 예그리나"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직 1권까지만 진행되었기 때문에 "허술하다"라는 표현을 적용하기에는 성급하긴 하지만 분명히 흔한이야기임에는 분명한 "육식공주 예그리나"의 장점은 무엇일까?

▶ 순정만화도 아닌 소년만화도 아닌 중간지점

 "육식공주 예그리나"를 구입하기 전에는 이 만화가 "순정만화"인줄 알았다. 일전에도 소개한 바 있는 "오 마이로맨틱 구미호"같은 "로맨틱 코메디"류의 만화인줄 알았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 만화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난 후에 든 생각은 "순정만화"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소년만화"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중간지점에 적절하게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작화를 담당한 "김지민"작가님은 여성분이다. 이 만화의 그림체는 여성만화가가 그린 그림체라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소년만화에 당장이라도 적용할수 있을 만큼 깔끔한 그림체와 뚜렷한 펜선이 특징이다. 소년만화에서 흔하게 그려지는 액션만화류에도 어울릴법한 그림체. 이런 그림체를 통해서 독자들이 만화속에 집중할수 있는 도구를 충분하게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이작품은 뛰어나다. 적당한 노출신과 은근히(?) 멋있는 캐릭터들이 여성독자들또한 "순정만화"가 아니지만 이작품을 좋아하게 만들수있는 요소가 된다.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커다란 눈망울의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며 소년만화에 등장하는 대책없이 멋진 남성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남성과 여성독자들,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여성과 남성독자팬을 모두 놓칠수도 있는 그림체이지만 적절한 중간지점을 잘 찾은 듯한 느낌이 드는 만화책인 "육식공주 예그리나".

 앞으로 "육식공주 예그리나"의 이야기가 어떤식으로 진행이 될지 쉽사리 예측할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주인공인 "최식남""예그리나"의 러브라인이 형성되지는 않을까라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인간과 개의 사랑이라, 조금 위험한 발상인가?) 또한 그 안에서 수많은 액션들도 등장할 것이라 생각된다. 애시당초 남성과 여성팬들중에서 특정한 타겟을 정해놓지 않았다면 이런 진행이 효과적일 것이며 1권을 읽고 나름 이 만화를 기대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큰 즐거움을 줄수 있을 것 같다. 순정만화와 소년만화의 적당한 중간지점을 제대로 비집고 들어간 "육식공주 예그리나"가 독특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 이런류의 만화가 어디까지 진화할수 있는가에 도전하고 있다?

 앞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이런류의 만화책은 수없이 많다. 무슨 얘기냐 하면 "어디선가 정체모를 인물이 인간세계에 등장하고 처음에는 서로 못잡아먹을 것 같이 으르렁 대지만 결국에 갖은 역경과 고난을 함께 겪으면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결국에는 좋은 관계가 되어 해피엔딩." 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흔한 설정과 이야기이지만 아직까지도 이런내용의 만화책들이 많이 그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먹.힌.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고 그림체가 멋진 만화책이어도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으면 그만큼 작품의 가치가 떨어진다. 훌륭한 작품은 언젠가는 인정받기 마련이지만 아무래도 독자들 입장에서는 "만화책"을 산뜻하고 편안하게 읽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독자들의 성향에 딱 맞는 만화책이 이런류의 만화책이다. 읽기에도 부담없고 내용도 재미있으며 특별한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즐겁게 읽을수 있는 그런 만화책.

 "육식공주 예그리나"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만화인데 이런류의 만화들이 어디까지 진화할수 있는지에 도전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항상 의미있고 여운있는 만화를 그리려고 노력했던 "하일권"작가님이 잠시나마 대중들에게 좀더 쉽게 먹힐수 있는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했고 그러한 고민과 실행의 결과물이 "김지민"작가님과 함께 한 "육식공주 예그리나" 인 것은 아닐까? 과감하게 신인만화가를 작화담당으로 선택한 것도 그러하며 최대한 만화를 톡톡튀게 만들려고 스토리의 진행속도, 캐릭터들의 설정 하나하나까지 기존에 있던 이런류의 만화들과 차별화를 두려고 한 것도 그러하다.


 이런류의 만화책들이 많은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히 이작품은 다른점이 있다. 그 다른점을 딱히 꼬집어서 이야기 하기 힘들다는 것이 마음에 들긴하지만 말이다.

▶ 등장인물 자기소개 (단행본 1권기준)

 

나의 이름은 개공주 예그리나. 어리석은 인간들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서 인간세계에 왔다멍. 공주가 직접 인간세계에 오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아버님께서 걱정하고 계시지만 잃어버린 오빠를 찾기 위해서라도 직접 오고 싶었다멍. 최식남이라는 멍청한 인간의 집에서 얹혀살게 되긴 했지만 나의 첫번째 목적은 인간들을 동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그런데 인간들이라고 꼭 나쁜놈들만 있는 법은 아닌것 같은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여자에게 관심따위 없고 나의 관심은 오로지 공부. 그것도 수학문제를 풀어내는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여자를 만나서 느낄수 있는 감정과는 비교할수 없지. 그런 내게 갑자기 말도 안되는 일이 생겨버렸어. 스스로를 "개공주"라고 부르는 "예그리나"가 갑자기 유성처럼 내 침대에 나타나면서 부터이지. 진짜 골치아픈 아이야. 힘도 나보다 어찌나 센지 어떻게 건드릴수가 없네. 인간들을 멸종시키기 위해서 지구에 왔다고는 하는데 하는짓이 골치아플 정도다. 어떻게든 "예그리나"를 우리집에서 쫓아내야 하는데 좋은 방법 없을까?


내 이름은 최연희. 최식남오빠의 친동생이야. 어렸을때부터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겉으로는 차가워보여도 속마음은 따뜻한 오빠덕에 열심히 살고 있어. 공부에 몰두하는 오빠를 위해서 언제나 식사와 집안일은 내가 모두 도맡아 한다고. 다리는 불편해도 집안일만큼은 자신있어! 어느날 "예그리나"라는 언니가 우리집에서 살게되었는데 오빠는 그 언니를 못쫓아내서 안달이야. 나는 예그리나 언니가 마음에 드는데…. 처음에는 오빠 여자친구인줄 알고 깜짝 놀랬다고. 오빠는 "예그리나" 언니를 진짜 쫓아낼까?


예그리나 공주님의 호위무사인 "슈룹"이야. 잘부탁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기 전에는 "대머리 독수리" 였어. 그 때문인지 인간으로 변해도 "대머리" 더군. 그것때문에 "최식남"이 엄청 놀렸지. 나는 노력한다고 하는데 가끔 "예그리나" 공주님께서 나를 "어쩔수 없는 새대가리" 라고 부르시기도 하더군. 뭐 상관없어. 나는 예그리나 공주님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부하이니까. 인간세계도 나름 흥미로운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인간들을 "동물"로 만들지 "예그리나" 공주님께서 명령만 내리길 기다리고 있다고! 다시한번 앞으로 잘 부탁해!

▶ 진짜 만화 읽는 재미를 다시 찾게 해준 작품

 만화가 아무리 어렵고 철학적인 내용을 많이 담아내야만 훌륭하고 작품성 있는 책이라고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만화책 본연의 최대장점은 만화책을 읽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기분좋게 읽을때 그 빛을 발한다. "육식공주 예그리나". 다소 어색할수도 있는 제목의 작품이지만 한국만화라는 점, 부담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수 있다는 점, 하일권 작가님이 스토리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등의 이유로 인해서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남아 있는 만화책인 만큼 다음권이 기다려진다. 하루빨리 발매되었으면….



육식공주 예그리나 1 - 10점
하일권 지음, 김지민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육식공주 예그리나 2 - 10점
하일권 지음, 김지민 그림/학산문화사(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