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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유사상인 가택신앙을 아시나요? - 신과 함께(이승편) 본문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인간이라는 추악하고 사악한 존재가 생전에 지은 중죄를 사후세계에서 엄격한 재판을 통해 죗값을 치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신과함께(저승편)"에 대해서는 예전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 ▶ 2011/03/10 -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 故 장자연씨에게 읽어주고 싶은 만화책 - 주호민의 "신과 함께(저승편)")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진 "주호민"작가의 "신과함께"시리즈중 두번째인 "신과함께(이승편)"이 웹툰연재를 끝내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신과함께(이승편)"에서는 전작인 "신과함께(저승편)"에 주인공격이었던 "저승삼차사"가 다시 등장하며 우리 고유사상속 가택신들이 새롭게 이야기속에 출연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신앙"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다소 다루기 불편하지만 한번쯤은 되짚어보아야만 하는 이야기들을 만화속에 녹여내고 있는 "주호민"작가의 "신과함께". 그 "이승편"이 지금 시작됩니다.
▶ 신과함께(이승편)의 줄거리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여덟 살 동현이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해맑은 아이다. 하지만 점점 기울어 가는 가세에 집마저 재개발지구에 포함되면서 쫓겨날 신세가 되자 보다 못 한 가택신들은 동현이와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현신하여 그들을 돌본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저승차사들이 할아버지를 데려가기 위해서 찾아오는데…. 설상가상, 재개발지구 철거기한이 다가오면서 용역업체들도 더이상 참지 못하고 동현이가 사는 동네를 강제로 밀어내기로 결정한다. 여덟 살 동현이가 맞닥뜨려야 할 잔혹한 현실은?! 그리고 가택신들의 운명은?!
전작인 "신과함께(저승편)"에서는 만화의 제목 그대로 저승에서 다양한 인간의 죄를 심판하는 "신"들이 등장하였다. 필자의 경우 "신과함께"가 3부작으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신과함께(저승편)"을 무척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승편"과 "신화편"에서는 과연 어떤이야기가 펼쳐질까 무척 궁금해 했었다. 역시나 "주호민"작가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은 독자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신과함께(이승편)"에서는 이쪽분야에 특별한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전통신앙"속 "가택신"들을 등장시킨다. 그 이름조차 생소한 "가택신", "가택신앙".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집안곳곳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왔었는데 1년에 두번씩 제사를 지낼정도로 이들에 대한 믿음과 관습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과 동시에 아파트, 빌라와 같은 대형공동주택,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가택신앙"을 믿는 풍습또한 서서히 없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 신과함께(이승편)에 등장하는 가택신
"신과함께(이승편)"에 등장하는 가택신은 모두 5명이다. 그중 4명이 스토리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데 이 만화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단행본 (하)권의 말미에 부록으로 "주호민"작가는 우리나라 전통신앙속 "가택신"들을 소개한다. 만화속에 등장하지 않는 가택신들도 여럿 소개하고 있는데 집안 곳곳에 "신"들이 깃들어 있지 않은 공간이 없을 정도로 "가택신"들은 우리 조상들의 삶속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수 있도록 해주었다. 좌측부터 부엌과 불씨를 지키는 "조왕신", 집 자체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가택신인 "성주신", 변소를 지키는 "측간신", 장독대와 집터에 머무는 "철융신".
▶ 재개발지구 철거민들을 통한 씁쓸한 현실반영
재개발지구, 철거, 그리고 그안에 사는 철거민들의 삶을 그려낸 만화들은 생각보다 많은편이다. (참고 ▶ 2011/01/20 -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 용산참사 2주기. 만화책속에 담긴 실화 같지 않은 이야기 - "용산개 방실이, 내가 살던 용산") 또한 그러한 만화책들의 대부분은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불합리한 사건들을 특별한 포장없이 만화속에 담아낸다. 결국,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은 가슴속 한켠에 불편함을 느낄수 밖에 없고 그 불편함이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라는 안도감에서 오는 것인지 "불쌍한 사람들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다니!!"라는 분노에서 오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참 이기적인 것이 어떠한 사회적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을때 "열받고, 불쌍하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다른세상이야기처럼 느끼게 된다. 필자 또한 그러하며 안타깝게도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불편하다. 바꿔말하자면 불편하지만 현실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 위치한 사람들도 근심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수 있는 세상이 존재할 것이고, 언젠가는 만들어질수 있을 것이라 믿음으로 인해 "신과함께(이승편)"같은 만화가 만들어질수 있는 것은 아닐까? "동현"이라는 해맑은 아이를 철거예정인 "한울동"의 주민으로서 등장시키는 "신과함께(이승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화는 아니지만 이미 "실화"가 된 "일"들을 다루고 있다고 보아도 될것이다. 이를 통해 불편함을 느끼든, 씁쓸함을 느끼든, 그것은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지만 적어도 "진짜" 누군가 겪었던 혹은 겪고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들
이렇게만 말하면 "신과 함께(이승편)"은 무척이나 무겁고 불편하기만 한 만화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이 "불편함"자체를 회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으로 나타날수도 있고 말이다. "신과 함께(저승편)"에서도 그러했듯이 "신과 함께(이승편)"또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소재자체는 현실을 반영한 그것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주호민"작가의 "신과 함께 3부작 시리즈"가 주목을 받고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러한 이야기속에 "신"이라는 존재를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실존 한다고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인간"보다 높은 곳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을 보살펴 주며 "인간"을 심판할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불리는 "신". 그 "신"들이 "신과 함께"라는 만화속에서는 꾸준하게 등장하기에 독자들은 "아주 조그맣지만 눈부신 한줄기 빛"을 발견할수가 있는 것이다.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신"들이 해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 것 처럼….
▶ 심심하다고 느낄수도 있는 "신과 함께(이승편)"
"신과 함께(이승편)"은 단행본기준으로 두권 분량이다. "신과 함께(저승편)"이 세권으로 구성되었던 것과 비교할때 적은 양이라고 할수도 있다. 이 때문일까. "신과 함께(저승편)"이 다소 심심하다. 이는 1부였던 "신과함께(저승편)"이 첫연재 당시에 워낙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일으킬 정도로 평소 만화로는 접할수 없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으며 그 소재 또한 "저승차사와 저승에서 인간을 심판하는 대왕들"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2부라는 이름을 달고 연재한 "신과 함께(이승편)"은 그 재미와 스토리가 밋밋하게 느껴질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신과 함께(이승편)"은 "신과 함께(저승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씁쓸하고 불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신과 함께(이승편)"은 분명 "신과 함께(저승편)"보다 훨씬 사실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 작품이다. "신과 함께(신화편)"을 기대해 본다.
신과 함께 : 이승편 상.하 세트 - 전2권 - 주호민 지음/애니북스 |
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 주호민 지음/애니북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