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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편견을 부수기 위해서 왔다! - 편견소녀 본문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 특정지역 사람에 대한 편견, 키작은 사람에 대한 편견, 대학졸업장이 없는 사람에 대한 편견,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사람에 대한 편견, 대머리인 사람에 대한 편견, 말을 어눌하게 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 장애인에 대한 편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속에 숨어있는 무수히 많은 편견들의 굴레속에서 나도 모르게 은연중 편견에 사로잡혀 행동하거나 말한적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어느정도까지는 특정대상과 다른대상의 차이점을 구별해내는 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검증되거나 확실시되지 않은 사실을 기반으로 편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하게 됩니다. 이만큼 편견이란 사람의 사고와 기억을 조종하는 은근히 무서운 존재이죠. 편견의 굴레에 갇힌 사람들을 향해서 "편견을 깨라!"라고 외치고 싶어하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인 "김편견"!! 그녀가 학교와 집, 거리에서 펼치는 "본격 편견타파"만화인 "편견소녀". 지금 시작합니다.
▶ 눈에 띄던 신작 "편견소녀"
일주일에 한번 그주의 신간만화책을 구입하는데, 나의 구매성향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수 있다. 첫번째는 기존에 소장하고 있는 만화책의 다음권이 나왔을때. 두번째는 평소에 소장하고 싶었으나 주머니사정에 의해서 사지 못한 작품을 1권부터 조금씩 모을때. 세번째로 새로이 시작하는 신간만화가 첫 단행본 1권을 발매했을때이다. 이중 첫번째와 두번째의 경우에는 해당 만화책에 대한 확신과 검증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구매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머니사정만 괜찮다면 돈이 아깝거나 괜히 구입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재미있다고 확실하게 인정받은 작품이 아닐수밖에 없는 신작만화 단행본이 출간되었을때에는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구매성향 세번째의 경우를 말하는 것임) 만화책은 일반서점에서 판매되는 다른 서적들처럼 개봉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비닐로 밀봉이 되어있기 때문에 "읽어보고" 구매를 결정할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요새같이 직접 만화전문서점에 들려 만화책을 구입할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에는 온라인 서점을 많이 이용하게 된다. 이때문에 혹여나 겉표지나 대략적인 스토리설명만으로 "이거 재미있겠다!"라고 생각되어 신작만화책을 구입했다가 "속았다! 젠장!"이라고 후회한적도 많다. 현재 온라인영챔프에서 연재되고 있는 "편견소녀". 올컬러의 화려한 색감과 "편견"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풋풋한 여고생들도 다수 등장한다고 해서 발간소식이 들려오자마자 구매 1순위 목록에 올려 놓았다. 이상하게 요즘에는 복잡하고 머리아픈만화들보다는 즉각적으로 반응할수 있는 단순하고 가벼운성향의 만화들이 끌리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편견소녀"같은 만화는 딱이였다. 그런데 "편견소녀 1권"은 기대했던것 만큼의 만족을 주지 못한 또다시 "속았다! 젠장!"이라는 후회를 남기게끔 만들었으니…. 앞으로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편견소녀" 1권은 "실망"이 더 컸다.
▶ "편견"이라는 소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나
"편견소녀"를 구입하기전, 처음 만화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접했을때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를 많이 느꼈었다. 그중 가장 궁금했던 것은 "편견"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만화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낼것인가였다. 얼핏 보기에는 "편견"이라는 소재가 쉬운 소재인것 같지만 이것을 만화속에서 표현하기에는 꽤 까다롭지 않을까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창작만화들이 그러하겠지만 한가지 중심소재를 만화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효과적으로 스며들게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편견소녀"는 애시당초 여고생 "김편견"이라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어렵고 복잡하며 머리아프게 하는 스타일의 만화가 아닌 개그와 귀여운 캐릭터들이 한데뭉쳐 펼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중심이 되는 "코믹만화"이다. 이런 "코믹만화"속에 어떻게 우리가 흔하게 착각하는 다양한 "편견"을 접목시킬 것인가?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이 "편견소녀"가 기대되었다. 내가 상상하는 부분 그이상을 보여주고, 내가 걱정하는 것들을 통쾌한한방으로 날려줄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걱정과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일부 소소한 우리내 일상속 "편견"들에 대한 언급을 하긴 하지만 160페이지 가까이 되는 단행본 한권분량안에 그 비율은 지극히 미비하다. 혹여나 내가 놓치거나 눈치채지 못한부분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그자리에서 한번 더 읽어보았지만 몇군데 사소한 것들을 발견하였을뿐 역시나였다. 그나마 가장 "편견"다운 "편견"을 다루고 있는 부분은 주인공인 "김편견"이 안경을 쓰지 않은 반장에게 "안경"을 씌우고는 "반장하면 역시 안경이지."라고 외치는 부분과 "미국인들은 모두 가슴이 클것이다"라는 "편견"을 다루고 있는 에피소드이다. 이것들 이외에는 그닥 공감가지 않는 "편견"이거나 "편견"처럼 느껴지지 않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만약, 내 스스로가 작가의 다양한 의도와 만화속 숨은 "편견"을 발견해 내지 못한 것이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다시피 이 "편견소녀"는 절대 이해하기 어려워서는 안되는 장르의 만화이다. 어렵게 이야기를 진행시킬 것이었으면 "장르"선택이 달랐어야 한다. 나는 "편견소녀"를 통해서 가볍게 웃을수 있고 공감할수 있는 "편견"과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이지 "만화책속에 어떤 편견이 숨어있나."라고 머리아프게 찾아보기 위해서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만화를 읽는 내내 억지로 "어떤 편견이 어떤부분에서 등장하나" 를 숨은그림 찾기 하듯이 찾아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백번 양보해서 "편견"과 관련된 내용들이 등장하는 장면 한컷한컷들도 평소 "편견소녀"와 흡사한 다른만화에서 자주 접할수 있는 것들 뿐이니 "세상의 모든 편견들을 부수리라!!"라는 부재가 다소 어색해지는 순간이다. 결론적으로 이 만화의 제목은 "편견소녀"가 아닌 그냥 "김편견(이라는 이름을 가진)소녀"같은 느낌이다.
▶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린듯한 만화 "편견소녀"
분명 잘만 조화롭게 융화되었다면 "편견소녀"가 보여준 단행본 1권의 재미와 감동은 엄청났을 것이다. 그런데 "편견"이라는 소재를 효율적으로 만화속에 접목시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컸던 것일까. 개인적으로 판단컨데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있는 만화가 되어버려서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된 듯한 느낌이다. 일단 이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마디로 "미소녀"캐릭터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만화중간중간에 "미소녀스러운(?)" 장면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데 귀엽고 상큼한 캐릭터에 치중하다보니까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속에 자연스럽게 흡수된것이 아니라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런류의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개그"적인 면에서는 좀 뜬금없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인 만화의 분위기가 가볍기 때문도 있겠지만 개그코드 자체가 억지스러우며 너무 강압적이다. 그래서 고등학교가 배경인 이 만화속 고등학생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도 "편견"이라는 소재를 "개그"속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 부분이 더 크다. "편견"과 "개그"가 함께 놀아야 이 작품은 시너지 효과가 날텐데 이 둘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은 "편견소녀"의 가장 큰 담점중 하나이다. "편견"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려 하지 않고 "김편견"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녀가 펼치는 학교생활속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다 보니까 도대체 이 만화의 "편견"은 어디로 갔으며 진정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아함이 드는 것도 약점. 결국에 미소녀만화라고 하기에도 약하고, 개그만화라 부르기에도 약하고, 엽기만화도 아니고, 편견을 소재로 한 만화라고 부르기도 어색하고…. 판단컨데 이 하나하나의 조각들을 완성된 퍼즐그림으로 만드는 것이 "편견소녀" 작가의 목적이었을텐데 목적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 어느 한군데에서만큼은 욕심을 줄였으면 어땠을까.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한마리도 잡지 못한 격이다.
▶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를 더 기대해 본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편견소녀"가 올컬러만화가 아니라 흑백만화였으면 어땠을까하는 부분이다. 올컬러라는 것은 인물부터 배경까지 모두 색이 칠해져 있다는 뜻인데 오랫동안 종이만화책으로 출간되던 영챔프가 폐간된후 온라인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웹툰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시대의 흐름이 웹툰이고 이미 종이만화책, 그것도 종이만화잡지 시장은 국내에서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인데다가 능력있고 개성있는 만화가들이 웹툰으로 데뷔하지 않고 잡지만화로 데뷔하면 더 빛을 못보는 기이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만화가의 꿈을 꾸는 많은 사람들이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다. (종이만화책은 웬만해서는 흑백이다.) 이 "편견소녀"는 올컬러 작화가 캐릭터들을 빛나게 하는 역할면에서는 충실하지만 만화의 구성과 꼼꼼함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는 듯 하다. "편견소녀"는 올컬러에 쏟을 시간과 노력, 웹툰스러워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현재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과거 한국 만화잡지시장의 큰 축이었던 영챔프에 연재하고 있다는 당당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확실한 것은 "편견소녀"는 아직 1권까지밖에 출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영챔프에서 꾸준하게 연재가 될것이고 2권, 3권 계속해서 발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간에 만화가 완결되지 않는한) 앞서 "편견소녀"에 대한 장점보다는 단점을 많이 언급한것도 지금보다 좀더 나은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만큼 "편견"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잘만 이용하고 융화시킨다면 상큼+발랄+섹시+개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편견소녀"는 순식간에 정말 괜찮은 작품으로 재탄생될수도 있다. 단행본 1권은 아쉬웠지만 2권이 발매되어도 분명 구매를 할 것이다. 얼마만큼 "편견소녀"라는 만화가 업그레이드 되고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편견 소녀 1 - 위성우 지음, 김수민 그림/대원씨아이(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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