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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과 동시에 천만원이 주어진다면?! - "국립자유경제 고등학교 세실고" 본문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입학과 동시에 천만원이 주어진다면?! - "국립자유경제 고등학교 세실고"

☆북극곰☆ 2011. 11. 21. 07:30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반값등록금과 관련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해도해도 너무한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대학교에 기껏 진학하더라도 제대로 된 학업을 유지 할수 없는 젊은세대들의 참을성이 바닥을 치고 올라온 결과라고 할수 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학생들의 움직임과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단 대학등록금 뿐일까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때부터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그들의 학업을 위해서 많은 돈을 등에 짊어지고 공부해야 합니다. 딱히 제대로 배우는 것도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만약,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교측에서 "입학금" 명목으로 전교생들에게 "천만원"을 준다면? 다시 말해 그들의 계좌에 입학하자마자 "천만원"을 입금해 준다면? 이 말도 안되는 농담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바로 "국립자유경제 고등학교 세실고". "입학금으로 천만원을 준다니??" 꿈같은 이야기같지만 실제로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고등학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국립자유경제 고등학교 세실고"에서 펼쳐집니다.

 

▶ 독특한 발상으로 시작되는 독특한 만화

청년실업이 최대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기존 교육이 "생존 경쟁력"에는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힘을 얻으면서 "자력 생존이 가능한" 젊은이 양성을 위한 특수목적고, 국립 세실자유경제고등학교가 설립된다. 입학과 동시에 모든 학생들에게 천만원의 "입학금"이 지급되는 파격적인 조건. 그러나 그 "천만원"은 그냥 주어지는 "천만원"이 아니었으니?!
 사실, 현실속 우리내 삶속에서 "특수목적고등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그 "특수목적"이라는 부분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등". 좀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최상의 조건맞춤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학생들, 부모들, 사람들이 대부분일듯. 명문대를 가기위한 하나의 통로 그이상 그이하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그렇게 좋은대학을 진학하더라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취직"이라는 더욱 커다란 장벽. 과연 우리 청소년들, 대학생들은 어른이 되기 위한 방법을 제대로 배우고 습득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듯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 만화는 "한국컨텐츠진흥원"의 <2011 기획만화창작지원>을 받아 제작된 "기획만화"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들에게 어떠한 지식을 즉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학습만화"는 절대 아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나올법한 "경제학지식"과 "회계학지식"들이 만화책 곳곳에서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만화의 스토리텔링속에 있는듯 없는듯 묻어나는 정도일뿐 독자들에게 그러한 지식들을 억지로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만화가 가진 최고의 독특함이자 장점이다.


▶ 스토리의 기본설정

그러나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의 "천만원"에는 엄청난 함정(?)이 있었으니 바로 "유급"과 "퇴학"시스템이다. 입학과 동시에 주어지는 "천만원"을 학기말까지 유지를 해야만 하는데 만약 "천만원"을 유지 하지 못할 경우 유급. 두번 유지하지 못할경우에는 "퇴학"조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얼핏 들었을때에는 "그게 뭐가 어렵냐?"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세실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외부에서 어떠한 도움도 받을수 없으며 학교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식대, 기숙사비, 교통비, 심지어 교복구입비까지 모두 "천만원"으로 해결을 해야하만 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학기말까지 "천만원"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할텐데?!
 아무리 그 소재가 독특하고 특이하다고 하더라도 어떤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느냐에 따라서 형편없는 만화가 될수도, 훌륭한 만화가 될수도 있다. 실제 현실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입학과 동시에 천만원 지급"이라는 소재 자체는 특이하지만 어떻게 만화속 스토리텔링의 중심을 잡을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이러한 궁금증을 이 만화는 초반부에서 해결시켜 준다. "천만원이 지급되지만 천만원이 학기말까지 유지되지 않으면 유급 또는 퇴학". 이 단 하나의 문장이 앞으로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라는 만화가 진행되는 노선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예컨데 "세실고"에 등장하는 주인공및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학기말까지 "천만원"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서든 그들만의 "경제활동"을 하게 될것이다. 그 방법이 학교내 법인에 취직을 하는 것이든, 경매를 스스로 여는 것이든, 창업을 하는 것이든 말이다. "국립자유경제 고등학교 세실고"라는 만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 스토리의 기본진행

세실고 교내에서 3년간 "천만원"을 "1억"으로 만들어서 졸업한 선배들도 있고 사회의 대기업 못지 않은 "벤처회사"를 창업한 선배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천만원"을 생활비로만 지출하고 이렇다할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유급당하거나 퇴학당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 "진짜 사회인이 되었을때 자급자족할수 있는 능력있는 경제인"을 만들어 배출하는 것이 목표인 "세실고"에서 입학과 동시에 지급된 "천만원"을 유지 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두뇌회전이 빠른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일자리를 구하거나 스스로 창업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져도 쉽지 않은 것이 제대로 된 교내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보통 쉬운일이 아니며 설령 취직을 한다 하더라도 제대로된 월급을 받기까지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창업과 경매등의 활동도 학생들을 감시하는 "학생부"의 온갖 방해(?)공작을 버텨낼만한 내실을 키우기란 신입생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과연 "세실고" 신입생들은 어떻게 "세실고"에서 버텨낼 것인가?
 앞서 소개했다시피 스토리의 기본설정은 "입학과 동시에 주어진 천만원을 어떻게 학기말까지 유지할것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독자들이 만화속에 몰입할수 있도록 그 주변상황에 어떻게 살을 붙일것인가가 관건이다.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할수도 있다. 그들은 어떻게든 치열한 교내법인 취직문을 뚫기 위해서 관련된 정보들을 얻기위해 고군분투하며, 경제학적 상식과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은 기본적인 교내수업부터 집중해서 듣기도 한다. 또한 학생들의 생활을 감시하도록 구성되어진 "학생회"는 교내법인들의 "회계감사"와 학생들의 태도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체크하는데 "세실고"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학생회"의 "함정(?)"에 빠져 의미없는 지출을 일삼기도 한다. (벌금등으로 인해) 마치 학생회는 "어떻게 하면 신입생들을 골탕 먹여줄까?"를 연구하는 집단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쉽지 않은 상황속에서 각자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입학한 "세실고 신입생"들과 "세실고 선배들"이 펼치는 두뇌싸움과 눈치싸움. 그리고 그들이 펼치는 각양각색의 경제활동. 이 모든것들을 꼼꼼하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엮어 진행되는 것이 바로 "국립자유경제 고등학교 세실고"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방식이다.


▶ 만화책 곳곳에 숨어있는 경제상식사전

 실제 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살떨리는 "세실고"안에서 학생들은 너나할것 없이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하게 경쟁과 공생, 노력이라는 것을 알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경제생활"을 하기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이다. 이런것들에 대해서 입학전에 어느정도 습득한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돈"을 쓸줄만 알았지 "벌"줄은 모르는 것이 현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내에서도 각자의 특기와 능력을 살려주는 "수업"들이 존재한다.  
 실제 현실속에서 사회활동을 처음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의 대부분이 완성된 "경제, 회계, 경영"등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라는 만화는 직접적으로 이런 독자들에게 "경제지식"을 교육시키고 습득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화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만화의 스토리상 중요한 부분 곳곳에 특별한 부연설명이 필요없는 기본적인 "경제지식"을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대사속에 포함시킴으로 인해 이 만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가리키고 있다. 흥미진진한 만화의 스토리속에 있는듯 없는듯 등장하는 중요한 경제학적 지식과 용어들은 독자들이 단 한번 읽고 스쳐지나가지만 만화의 극에 몰입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식하도록 만들어 낸다. 결국에는 그러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은 만화속 이야기에서만이 아닌 우리의 실제 현실속에서도 통용되는 것들이다. 대놓고 "너에게 정보를 전달하겠어!"라고 표방한 학습만화가 아니라 만화책의 스토리와 작가의 상상력이 훨씬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런 "독특한 창작만화"가 한국만화가의 힘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부분은 분명한 희소식임에는 틀림없다. 

 


▶ 만화책으로서의 순기능에 충실한 "세실고"

 만화책이라는 컨텐츠가 순기능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만화책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 컨텐츠의 파급력을 생각할때 분명 어느정도의 순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모든 만화책들이 만화책으로서의 순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립자유경제 고등학교 세실고"의 경우에는 "창작지원"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자극적이거나 단순한 내용들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경제"라는 거대한 틀안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만큼 꼼꼼하게 구성된 장면들과 대사들로 인해서 "다소 어려운" 내용의 만화일수도 있는 이 작품을 무척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특히나 실제 현실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라는 특수목적고등학교를 만화속에 등장시켜 "88만원세대, 치열한 경쟁이 낳은 사회적문제, 물질만능주의, 취업난, 주입식 교육"등을 풍자하고 있는 부분들이 인상깊다.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세실고" 학생들이 "진정한 선의의 경쟁, 자립심, 협동심"등이 무엇인지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실제 현실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더불어 사는 사회생활이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순기능을 지닌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 분명 주목해야 할 만화임에는 틀림없다.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 1 - 10점
양혜석 지음/대원씨아이(만화)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 2 - 10점
양혜석 지음/대원씨아이(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