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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만화가들의 사랑(?)스러운 상상력이 담긴 작품집(1) - 코끼리 애교 본문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웹툰 만화가들의 사랑(?)스러운 상상력이 담긴 작품집(1) - 코끼리 애교

☆북극곰☆ 2011. 11. 23. 17:30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성인만화. 성인용만화. 분명 이를 원하는 수요층이 존재하고 잠재적인 규모까지 포함한다면 만화판에서 무시하지 못할 힘을 지닐 것임에 틀림없는 "금단의 영역".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독 "성(SEX)"에 대한 표현과 창작행위에 대해서만큼은 보수적인 한국만화계라는 느낌을 지울순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만화계" 자체가 보수적이라고 접근 하는 것보다는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허락하고 있는 "한국만화"의 울타리가 그정도 "깜냥"의 수준을 고수하고 있는 중이라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죠. 즉, "한국만화가"들 스스로 "성"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성인만화"를 그리는 것에 대해서까지 보수적이고 배타적이지는 않다는 얘기입니다. (아닌 만화가들도 있겠지만) 

 웹툰계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내로라하는 만화가들이 굉장히 의미있는 한걸음을 내딛은 만화책이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암암리(라고 표현하니까 이상하지만)에 출간된 "코끼리 애교"와 "Free Soul"이 바로 그것인데 이 두권의 만화책은 겉표지에 당당히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글귀를 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책없이 "그게" 나오고 "그짓"만 하는 만화가 아니라 참여한 웹툰만화가들이 자신들의 개성있는 상상력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성인들을 위한 만화"일 뿐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성인만화"를 "성행위장면이 난무하는 만화" 라고 생각한다면 "성인만화"라는 장르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성인만화"가 "포르노만화"는 아니니까요.

 "AROON.E"라 불리는 성인예술동호회에서 준비한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집인 "코끼리 애교"와 "Free Soul". 웹툰만화가들의 의미있는 도전과 성(?)스러운 이야기가 담긴 만화. 한국만화계에서는 쉽사리 찾아볼수 없는 오로지 성(?)인을 위한 만화. 그 첫번째로 "코끼리 애교"의 4가지 에피소드시작됩니다. (몇 년전 거북이북스에서 출간한 코믹무크집 "거짓말, 밥, 유혹, 에로틱"과 같이 한권의 책안에 여러 만화가들의 작품이 단편형식으로 실려 있습니다.)   

※ 코끼리 애교 참여작품(괄호는 작가명): Begonia Loves Me(하일권), The Hook(정필원), 코끼리 애교(억수씨), Violet(정마루)
※ Free Soul 참여작품(괄호는 작가명): 소나기(재오 × 와루), 펫(노란구미), Free Soul(이원진 × 제나), About Love(NOON), 오늘 같은 날(이림 × 송래현)

 


EP.1 ▶ Begonia Loves Me (하일권)
- 작품 -
삼봉이발소(2006년), 보스의 순정(2007년), 3단합체 김창남(2008년)

두근두근두근거려(2009년), 히어로 주식회사(2009년), 그·그녀·그리고 운석(2009년)
안나라 수마나라(2010년), 육식공주 예그리나(2010년)

- 수상 -
대한민국 만화대상 신인상(2008년)

대한민국 컨텐츠어워드 우수상(2009년)

"코끼리 애교"의 첫문을 여는 작품은 "3단합체 김창남, 삼봉이발소등"으로 유명한 "하일권"작가. 부드러운 그림체와 동화같은 스토리로 평소 평단과 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다. 그가 "코끼리 애교"에서 그려내고 있는 단편 "Begonia loves me" 또한 동화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라고 할수 있는 설정인데 너무 잔잔하고 조용하게만 그려내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사실 "성인만화"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여성"과 "멋진 남성"이 전라의 몸으로 등장하기만 해도 "성인만화"라고 불리울수도 있기 때문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부분보다도 "성인들만이 이해할수 있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 진짜 "성인만화"가 아닐까. 만약 그러한 생각에 입각한다면 "Begonia loves me"는 분명 "성인만화"일 것이다. "하일권"작가가 진정 그려보고 싶었던 "성인만화"의 스타일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기존작품들의 색깔이 그대로 입혀진 "단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점은 아쉽다.  


EP.2 ▶ The Hook (정필원)
- 작품 -
나와 함께(2007년), 마음이 만든 것(2008년), 패밀리맨(2010년)

- 수상 -
제1회 팝툰 신인만화 공모전 우수상(2007년)
오늘의 우리만화상(2010년)

네버랜드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들과 그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피터팬. 동화속에 등장하는 "네버랜드"와 "피터팬"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순진무구함을 지닌 때묻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와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속물근성으로 똘똘뭉친 반대되는 세력인 "후크"와 대립한다. 그 중간에 "웬디"가 있다. "코끼리 애교"에서 소개되고 있는 두번째 단편인 "The Hook". 정필원이라는 만화가가 지니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짧은 내용안에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The Hook"는 "코끼리 애교"에 실려있는 4개의 작품들중에서 가장 긴장감과 몰입감이 뛰어나며 동화속 존재인 "피터팬"과 "Hook", "웬디"의 존재를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결국 순수함을 잃은 "Hook"가 문제였던 것인가, 순수함과 순진함을 믿은 "피터팬"이 문제였던 것인가, 그들과 모두 연관되어 있는 연약한 "웬디"가 문제였던 것인가. 현실적인 배경을 소재로 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진짜 현실이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순수함"을 잃어가는 나자신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던 것은 우연이 아닐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작품에서 매우 인상깊었던것은 모든 장면을 9컷의 직사각형으로 일일이 구성한것인데, 컷과 컷의 구분선이 "순수함"과 단절되어가는 어른이 된 인간들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순수함과 순진함을 잃어가는 것은 현실적이 되어간다는 것" 이라는 말이 현실이자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일까.   


EP.3 ▶ 코끼리 애교 (억수씨)
- 작품 -
하늘마을 티셋(2007년)
어떤 미소(2007년)
메이드 인 홍콩(2008년)
연옥님이 보고계셔(2010년)
30(2011년)

 개인적으로는 "코끼리 애교"에 실려있는 단편만화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에피소드인 "코끼리 애교". (만화책의 타이틀명은 이작품의 제목인 "코끼리 애교"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 만화의 작가인 "억수씨"를 처음 알게 된것은 "하늘마을 티셋"이라는 작품때문이었다. 다음이나 네이버가 아닌 "피디박스"라는 다소 생뚱맞은 사이트에서 연재했던 "하늘마을 티셋"은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그림체와 스토리때문에 관심있게 지켜보았었다. 중반부분부터 이해하기 약간 난해한 쪽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억수씨"작가 스스로가 하고싶은 이야기의 방향을 정해놓은 듯한 느낌이 강해서 큰 불만을 갖지는 않았다. "억수씨"라는 작가를 높게 평가하고 싶은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일반적인" 이야기인것처럼 자연스럽게 진행시키고 독자들을 착각시키는 능력. "코끼리 애교"에서도 그 능력이 묻어난다. 사랑하는 여자친구과 함께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남자주인공. 결국 평소 하지않던 강한어조(꺼지라고, X같은 X발년아!)로 여자친구에게 헤어짐을 통보한뒤로 그의 일상은 180도 뒤바뀐다. 마치 물을 처음 만난 물고기처럼 섹스를 탐닉한다. 의미없는 "1회용 섹스"를 계속해가던 그는 예전 여자친구와의 문제가 "스스로"에게 있었음을 깨닫는다. 솔직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할 방법을 몰랐던 것 뿐이었다. 당시 여자친구는 알고 있었던 것을 그는 왜 몰랐을까? 물을 처음만난 물고기가 아니라 이미 물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남자라는 존재가 여자와 연애를 하면서 품게 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표현과 솔직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코끼리 애교". 절대로 공감되지 않을 것 같았던 이 이야기가 공감된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다. "야, 함 하자."   

 

EP.4 ▶ Violet (정마루)
- 작품 -
우리가 할수 있는 사랑입니다
Magic English
에피소드 메이비(2007년)
내일은 판매왕(2008년)
듀오 커플 에피소드(2010년)

 "코끼리 애교"의 마지막 네번째 단편인 "Violet"에 대해 이야기 하기전에 "BL"에 대해서 짚고 넘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BL"이란 "Boys Love"의 줄임말로서 남성끼리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만화책들이 꽤 많이 출간되고 있으며(일본쪽 작품이 대부분) 주로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즐겨 읽는 경우가 많다. 철저하게 남자입장에서 "BL"물은 내 취향이 아니다. 한두번 읽어보려고 노력은 했으나 잘 읽히지 않았을 뿐더러 아직까지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 상황이 이렇기에 "Violet"같은 작품은 다소 흥미가 떨어진다. 만화속 극의 상황에 집중을 할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작품자체의 재미로서 이부분을 덮어버리는 수밖에 없는데 그마져도 쉽지 않았던 "Violet"의 허술함이 아쉽다. 분명, "BL"물은 대부분의 만화가들이 한번쯤은 그려보고 싶은 장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 한국만화계는 "BL물"은 둘째치고 "성인만화"조차도 일부사람들의 그릇된 편견에 부딪혀 토대를 다지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때문에 "Violet"의 내용과 표현이 허술할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해한다. 또한 작가가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들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그린듯한 느낌도 들어서 안타깝다. 하지만 할수 없다. 그게 현재로서는 표현할수 있는 한계이자 최선이기 때문에. 훗날, "코끼리 애교"와 "Free Soul"같은 만화책이 일회성 기획작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만화판에 "일반화" 되었을때 "Violet"의 질적향상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http://polarbearbank.tistory.com/332 "Free Soul"로 이어집니다.


코끼리 애교 - 10점
억수씨 외 지음/키위스톤북스
Free Soul - 10점
노란구미 외 지음/키위스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