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소를 하다가 문득 든 생각방청소를 하다가 문득 든 생각

Posted at 2010.05.20 09:53 | Posted in 순수 사는 이야기

 오늘 쉬는날이기도 하고 아침부터 방청소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방안에 있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도 다시 한번 점검하면서 가지런히 꽂아놓고 꼼꼼히 하다 보니까 4~5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말았네요.

 마지막으로 방바닥과 책상등 먼지가 쌓인 부분들을 닦아내려고 【걸레】를 빨면서 문득 군대생활 하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으로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고 저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군생활 잘 할수 있어!!"라는 다짐을 했었답니다. 하지만 그 다짐은 하루를 못갔죠.

 그곳은 지옥이었습니다. 강원도 최전방 철원의 육군 【백골부대】라는 명성에 걸맞게 사회에서 느껴보지 못한 온갖 괴로운일들과 고통을 겪어야 했죠.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 맛있게 먹고 하고 싶은일 마음대로 하면서 편하게 지내왔던 저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하려니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더군요. 선임병들은 어찌나 무섭던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몰래 눈물을 훔쳤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답니다.


※ 해병대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육군이라는 세뇌교육(?)을 2년 내내 받았던 자랑스런(?) 백골3사단 ※


 이등별시절때의 이런저런 고생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곤욕스러웠던 것이 【걸레를 빠는 것】이었습니다. 군부대에서는 보통 오후 8시부터 청소시간인데 계급별로 청소담당이 있었답니다. 당연히 선임병일수록 쉬운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이등병이 할일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지는데 침상(군인들이 잠을 자는 방바닥)을 치약칠을 해가면서 뽀드득뽀드득하게 닦아내는 것과 【걸레를 빨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걸레를 빨아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걸레를 빨레비누로 깨끗하게 빨아오는 것은 둘째치고 걸레를 짜야 하는데 저는 항상 걸레를 짜면서 한가지 이해 할수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보통 걸레는 청소시간인 8시전에 빨아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8시 종이 땡! 하고 치면 바로 그 걸레를 사용할 수 있겠죠? 이등병들이 여러명 있을텐데 대략 5시정도에 걸레를 함께 빨곤 했답니다.

 걸레를 빨아서 걸레통에 넣어두면 간혹가다가 선임병이 걸레를 잘 빨았나 검사를 합니다. 이때가 바로 또 죽음의 시간이죠.

 


※ 백골문양이 박혀 있는 티셔츠. 휴가때마다 입고 나왔는데 친구들이 찌질한 짓좀 그만하라고 놀렸던 것이 기억나네요※


상병: 걸레 안빤 자식 나와.

지나가던 병장: 누가 걸레를 안빨았어요? 너냐? 너야?

이등병 1: 제가 아직 안빨았습니다!!!

지나가던 병장: 요새 애들 미쳤다.

상병: 이 XXX야! 빨리 안빨아와? 1분 준다.

지나가던 병장이 걸레를 짜본다. 진짜 팔뚝에 핏줄 생길정도로 짜본다.

지나가던 병장: 이거 봐라. 이거 봐라. 물이 뚝뚝 떨어지네. 애들 교육 제대로 시켜라. 나는 담배피러 간다.

상병: 이등병 이 XXX새끼들아! 걸레 제대로 안짤래? 다른 것도 내가 짜서 물이 한방울이라도 떨어지면 니들 뒤졌다.

 나름대로 열심히 짰는데 상병과 병장들의 힘은 어찌나 세던지 그들이 걸레를 짜면 걸레에서 물이 폭우 쏟아지듯 뚝뚝 떨어졌습니다.

 누가 어떤 걸레를 빨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등병 전원이 한명의 선임병에게 온갖 욕과 갈굼을 당하는 일은 당연했고 이런일이 매일 오후 8시면 반복이 되었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었죠.

 하지만 그때 당시에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걸레를 물 한방울 없을 정도로 짜서 보관하라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무릇 걸레라는 것은 물기가 어느정도 있어야 걸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 (내가 잘못 알고 있나?)

 그런데 이건 걸레가 바짝 마를 정도로 물을 짜오라고 시키니 미칠지경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대꾸 했다가 【대가리좀 있다고 말대꾸냐?】라는 욕을 듣는 것은 안봐도 비디오기 때문에 묵묵히 걸레에 물한방울 남지 않도록 짰었답니다.

 왜 청소를 하다가 이런 추억속으로 잠시 빠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히 이유는 있었습니다.

1) 걸레가 걸레로서의 기능을 갖추는 것은 선임병들에게 중요하지 않음.

2) 선임병들이 이등병들을 갈굴만한 건수가 필요했던 것임.

3) 제대로 키운 이등병 한명, 열명의 상병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듯이 이등병의 군기와 능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함이었음.

정말 파란만장했던 철원에서의 군생활. 돌이라도 씹어먹을 수 있을것 같은 악과 깡이 생기도록 도와준 지옥의 그곳. 철원. 가끔씩은 그리울 때가 있네요.


※ 어지간히 추웠던 철원의 날씨탓에 혹한기 훈련이라도 나가면 이렇게 옹기종기 조그만 불하나에 의지하면서 추위를 버텨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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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팬티이야기는 안하니?
    그때가 그립다니 난 두려워진다. 허허
    당시 말랐던 네가 참 좋았는드ㅔ 말이다. ㅎㅎ
  2. 헉...무서운 분이였군여..
    움...ㅡㅡ;;
  3. 일단, 북극곰님 참~착하셔요.^^
    혼자 방 청소하고 걸레질에 걸레까지 직접 빨아서...
    그거도 이렇게 날씨 좋은 쉬는날....

    그런데, 요즘에도 군대에서 저렇게 시킬까요???

    아휴~부대 마크랑, 티셔츠 무늬가
    너무 무섭네요...ㅡ,ㅡ

    오늘부터 쉬시면 일욜까지 연휴네요?
    즐겁고 재미나게 잘 보내세요~^^
    • 2010.05.20 21:43 신고 [Edit/Del]
      착하긴요~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가끔 집 전체를 청소할때도 있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럴때마다 청소상태가 마음에 안든다고 하셨죠. 아무래도 어머니가 보는 시각과는 다른 것 같아요.
      요새도 군대에서 저렇게 시키느냐....
      안시킬 가능성이 많죠.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뭐하냐 송이병" 인가? 그 프로 아세요?

      저 전역할때만 해도 이등병이 병장보다 높은 직책이라는 얘기가 나올정도로 이등병들을 보호하는 분위기가 강했죠.

      개인적으로는 조금 마음에 안드는 정책이었어요. 이등병들. 처음에 엄청나게 개념이 없거든요 ㅋㅋㅋㅋ
      저도 그랬지만~
  4. 군대가 무섭기는 무섭죠?....
    자끄 생각 나시공.....^^
    • 2010.05.20 21:46 신고 [Edit/Del]
      ㅋㅋ 이등병, 일병시절때만 무섭다고 할수 있죠.
      그런데 저는 병장때까지 희한할 정도로 운이 너무 안좋아서 이것저것 고생을 하긴 했답니다.
      이등병 시절 빼고 다시 하라면 할수는 있을 것 같아요.
      나름 백골부대에 대한 자긍심도 있고요 ^^ ㅋㅋ
  5. 백골마크...
    제 선배중에도 맹호, 해병대 등등 유명한 부대 출신들이 있었는데
    압권은 노래방에서 자신의 부대 군가를 부르더라구요. ㅎㅎ
    선배님... 여자 후배들 앞에서 그것만은...
    그때는 힘들었지만 조금은 그리운 시절이네요. ^^
    • 2010.05.20 21:49 신고 [Edit/Del]
      노노노.
      저도 사회에서 그런 행동이 은근히 민폐라는 것을 알고 있답니다. 기회가 되면 군대얘기를 꺼내기는 하지만 되도록 군대얘기는 안하는 편이죠.
      남들이 들으면 거기서 거기인것 같거든요.
      친구들 중에 해병대 나온 친구가 없어서 제가 군대를 제일 힘든 곳으로 갔다왔는데, 친구들도 그래서 그런지 군대얘기를 잘 안해요. 하면 제가 열변을 토하니까요. ^^ ㅋㅋ
      저는 군가도 까먹었답니다.
      특히 부대 군가도 까먹었죠. 노래방에 그런게 있나?
  6. 음...예전 남친이 백골부대 나왔다는. 그래서 왠지 친숙하네요~
  7. 군대얘기만 하면 그 시절이 떠오르네요 ㅋㅋ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다 똑같을듯.. 어디 걸레 뿐이겠어요... 트집 잡을려고 하면 ㅋㅋ
    청소 다한후 새하얀 장갑끼고 내무실을 문지르고 다니던 하사관도 생각나네요.. ㅋㅋ
    그날은 뭐 하루종일 청소하는 날이죠.. 쉬는 날 쉬는 꼴을 못보던 하사관이 하나 있었거든요.
    폴라베어님 블로그에 들어오면 추억에 젖게해줘서 늘 고맙답니다 ㅋㅋ
    • 2010.05.20 21:56 신고 [Edit/Del]
      맞아요. 이등병을 가만히 두지를 않았죠. 덕분에 참는 법도 배웠고 나름대로 요령을 어떤식으로 부려야 하는지도 배운것 같아요. 군생활 하면 악추억이 더 많기는 하지만 나름 좋은 일들도 많았죠. 다시 하라면 못하겠지만 제게는 2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던 것은 요새 와서 새삼 느끼고 있답니다. ^^

      고맙긴요~ 사람은 미래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것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는 특정분야에 엄청나게 뛰어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추억이라는 아이템으로밖에 포스팅을 할수밖에 없네요.

      그래도 최대한 재미있는 블로그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답니다^^
  8. 저희 외삼촌도 백골부대 나오셨는데...
    저는 충북에 있는 사단이 나와서 몸은 그리 안힘들었어요.
    대신 머리가... ㅠㅠ
    • 2010.05.20 21:59 신고 [Edit/Del]
      외삼촌이 굉장히 멋있으신 분이군요!! ^^ ㅋ
      백골부대 나온 분들은 모두 멋있으시다는 --;; (퍽)

      원래 땅개는 행정병이 부럽고 행정병은 땅개가 부럽고,
      각각의 직책마다 고충이 모두 틀리죠. ㅋ
      서로의 직책을 부러워하며 군생활을 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
      저도 행정병들을 엄청나게 부러워 했던 기억이~~
  9. 나두 백골 출신 인데 전초대 14중대
    708/709/710 GP 뛰다 제대했는데~~~

    ㅋㅋ
    • 2010.05.20 22:01 신고 [Edit/Del]
      오홋! 이런 곳에서 백골전우를!! ㅋㅋ

      저는 23연대 1대대 소속이었습니다.

      저는 GP나 GOP는 안들어갔었고, 1년내내 죽어라~ 훈련만 받았죠.

      원래 23연대가 예비연대라서 훈련만 받는 부대였답니다. 가끔 GP나 GOP들어가는 다른 연대 사람들 부러웠는데, 엄청 힘들었겠죠? ^^ ㅋ 반가워요. 자주 오세요.

      죽어도 백골! 살아도 백골! 필사즉생! 골육지정!
      백골! 백골! 화이팅!

      기억나시려나? ^^
  10. 허거덩~ 백골부대...
    힘든곳에서 군생활 하셨군요~~ 흘려들은 봐로는 힘들다고 하더라구욤~~

    근데 걸레...읽어내려가면서 우찌 물한방울도 없이 닦으려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ㅋㅋ
    역시나... 갈굼의 일환이였군요 ㅋㅋ

    제동생도 지금 군인의 신분인데 이제는 걸레빨기 안한다고 좋아하더라구요 ㅎㅎㅎ
    • 2010.05.21 00:43 신고 [Edit/Del]
      군생활은 제대로 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데 군 제대하고 군생활 편하게 하고 온 친구들이 어찌나 하수(?)들로 보이던지..
      지금 드는 생각은 군생활은 최대한 편하게 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

      그렇죠? 저도 걸레에 물 한방울도 남기지 않아야 하는 시스템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ㅋㅋㅋ하나하나씩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늘어나면 환호성 지르겠는데요? 잘 챙겨주세요. ㅋㅋㅋ 꿈찾은 여인님은 잘 챙겨주실 것 같은데....
  11. 지금 군대를 생각하면 정말 사소한일로 갈굴려고
    하는 선임들 생각하면 ㅋ
    오랜만에 좋은(?)추억 떠올리며 읽었어요 ^^;
    • 2010.05.21 00:44 신고 [Edit/Del]
      ㅋㅋ 좋은(?)추억이라고만은 할수 없겠죠?
      그래도 군생활을 안했으면 지금 여러가지 일들을 깡과 악으로 버티면서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제대하고 보니까 그리운 것들도 많더라고요. ^^
  12. 백골부대 몇 연대이셨나요??
    저도 백골나왔는데.ㅎㅎㅎ 반갑습니다.
    • 2010.05.21 00:46 신고 [Edit/Del]
      살아도 백골! 죽어도 백골!
      필사즉생! 골육지정!
      백골! 백골! 화이팅!
      ㅋㅋ 눠한왕궤님 백골 나오셨다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 백골전우회가 해병대전우회처럼 체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복입고 휴가 나왔을때 나이드신 할아버지들이 젊었을때 백골 나왔다고 아는척하시면 신기했어요.

      저는 23연대 나왔습니다! 초록색 백골!
  13. 와우 지금 제친구 백골부대에서 전문하사 하거든요. 어제 만나서 술한잔했는데 폴라베어뱅크님도 백골부대 나오셨군요. ^^ 군대는 정말 남자에게 중요한 존재인것 같습니다. 저도 공감이 가네요 .^^
    • 2010.05.23 23:45 신고 [Edit/Del]
      저도 군생활할때 많은 하사관들 밑에서 군생활했는데, 좋은 추억 만들어준 하사관들이 그립네요.
      지금은 어떻게 살고들 있을지~

      백골부대. 상상만해도 땀이 삐질삐질~~ ㅋ
      백골부대에서 군생활하시는 하사관 친구분 잘 챙겨주세요~ ^^ ㅋ
      사병들도 워낙에 기가 쎄서 힘든 곳이랍니다~ ^^ㅋㅋ
  14. 엄청난 곳 나오셨군요.. 부대마크가 부럽습니다..
    • 2010.05.25 01:27 신고 [Edit/Del]
      나이 들어서 드는 생각인데 군대는...
      편한곳 갔다 오는 것이 최고인 것 같아요.
      어딜 나오든 사회에서는 다 똑같으니까요. ^^

      부대마크 보고 훈령병시절때 들었던 딱 하나의 생각
      "2년간 나는 죽었구나....."
  15. 전 6사 나왔습니다.. 철원 ㅠ.ㅠ 푸른별 그랑죠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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