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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로배우성은이 아닌 가수성은에 대한 추억 본문

순수 사는 이야기

애로배우성은이 아닌 가수성은에 대한 추억

☆북극곰☆ 2010. 5. 15. 10:16

 요새 가요프로그램을 거의 안보는 편인데 우연히 지난주에 방송한 SBS인기가요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유심히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수 【성은】이 컴백했다는 말에 눈이 번뜩이고 말았죠.
 "너 하나만" 이라는 노래로 꽤 인기를 얻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노래도 꽤 좋은 듯 했고요.

 제가 기억하는 성은은 "유혹"이라는 노래를 정말 유혹하듯이 부르던 모습입니다. 그녀가 1집앨범 "유혹"을 발표했을 당시 저는 군생활을 하고 있었죠. 2005년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에 섹시가수하면 【아이비】가 짱이었습니다. 군인들은 여자가수에 죽고 여자가수에 사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비】보다 【성은】이 더 좋았습니다. 노래는 그렇다 치고 【성은】의 그때당시 컨셉은 섹시한 여비서 컨셉이었거든요. 당연히 저희 내무실에서는 아이비파와 성은파가 있었죠. 저는 성은파의 선봉장이었답니다.

 그러던 와중에 부대에 엄청난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제가 군생활 한 곳이 강원도 철원 3사단인데 당시에 KBS에서 방영하던 군인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서 부대를 방문한다는 것이었죠. 그것도 특집! 으로 말이죠. 강원도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장병들을 위해서 특별히 특집으로 꾸몄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는 별 것 아닌일 일수도 있지만 위문공연을 오는 가수가 화려했습니다. 【아이비, 성은, 쥬얼리였나? 여자그룹은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난리가 났습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죠. 모두들 그날만은 근무가 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녀들과 만날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드디어 위문공연날! 운도 지지리 없게 폭우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러다가 우리의 최고 여가수 【아이비와 성은】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밥도 넘어가지 않았죠. 하지만 군인정신이 어디 가겠습니까? 사령부에서는 KBS와의 협의 끝에 강행하기로 결정합니다.

 판초우의(군인들이 비올때 걸치는 거지옷같은 우의)를 입고 행사장까지 1시간을 걸어갑니다. 워낙에 부대사람들이 많이 모인지라 거의 뒷쪽에 앉을수 밖에 없었지만 저를 비롯해서 함께 내무실 생활을 하는 전우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눈이 불타고 있었죠. 2시간여의 촬영동안 【아이비와 성은】의 노래를 생생한 라이브로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행복했었죠.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그때에는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었습니다. 군대에서! 그것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섹시가수 【성은】을 볼수 있었다니!

 그런데 확실히 조금 가방끈이 짧은 것 같기는 하더군요. 군인장병들과 대화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조금............말하는게.........쇳소리가...........그래도! 【성은】이었습니다!



 가수 성은을 직접보고 왔다는 두근거림을 간직한채 부대로 복귀하자마자 친하던 선임병이 얘기 합니다. (당시 저보다 5살이 많았던 고참)

"가수 성은 애로배우출신이다."

"예? 김XX 병장님, 그게 정말입니까?"

"진짜. 나도 사회 있을때 봤었다. 성은 애로배우출신 확실해."

"김XX병장님! 저 이번주에 외박나갑니다. 제목좀 가르쳐 주십쇼. 제목이 어떻게 됩니까?"

"글쎄, 확실히 기억은 안나는데 뭐였더라, 유리의 가출인가? 유리의 반항인가? 유리의 앙탈인가? 어쨋든 유리로 찾아봐라"

"옛! 감사합니다. 김XX 병장님. PX 가시겠습니까?"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죠. 내가 좋아하는 가수 【성은】이 애로배우 출신이라니! 큰 충격과 함께 기대감에 몸을 떨었습니다. 

 여지껏 애로영화를 비디오샵에서 빌려본적은 없었습니다. (컴퓨터로 많이 보았었지 비디오샵으로 직접 가서 빌려보는 일은 거의 없었답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틀렸죠.

 보통 외박을 나가면 친한 전우들과 나가게 됩니다. 애인이 있는 사람들은 애인과 놀고 애인이 없는 전우들끼리 조금씩 돈을 모아서 여관방을 빌리죠. 그후에 근처 번화가의 피씨방도 가고, 만화방도 가고, 평소에 못먹던 맛있는 밥도 먹고 그러다가 슬슬 어두워지면 낮에 빌린 여관방으로 가서 편하게 자고 오는 것이 정해진 스케쥴입니다. (제가 군생활을 했던 강원도철원은 외박을 나가도 서울로 갈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철원에서 최고의 번화가로 불리는 "와수리"에서 놀수 밖에 없었죠. 말이 번화가지 아~~~~~무것도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의 코스라면 위와 같이 했겠지만 함께 외박을 나간 친한전우들과 할일이 하나 더 있었죠. 바로 "가수 성은이 출연한 애로영화" 를 빌려서 보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유리의 어쩌구저쩌구였지?" 수많은 유리시리즈 중에서 깊은 고민끝에 전우들과 함께 유리의 XXX를 빌려서 모텔방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터질듯한 심장을 진정시키며 비디오를 투입하고 모두들 숨죽이고 있는 순간!!!! 우리 모두는 북한군과 10m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전투병으로 빙의한 상태였답니다. 침넘어가는 소리까지 울리는 그 적막함.

 그런데.....얼씨구? 1시간이라는 시간이 끝나고 출연배우의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가는 순간까지 함께 비디오를 보았던 4명중에서 아무도 【성은】을 발견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뭐야? 이거? 분명히 출연배우 이름에는 있는데? 성은이 어디있어? 성은?"

 그렇습니다. 우리는 애로배우 성은의 얼굴과 가수성은의 얼굴을 비교분석할만한 능력이 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전반적인 외모의 분위기는 비슷했으나 가수성은의 얼굴에 익숙했던 우리는 배우시절의 그녀얼굴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다시 돌려보자는 전우들도 있었지만 가장 고참이었던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봤다 치자. 맥주나 먹자."

 군대를 제대하고 한동안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나 가수 성은 나온 애로영화 봤었다~! 지금은 보고 싶어도 못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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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보긴 뭘봐? 구경도 못했구만"

제 군생활에 잊을수 없는 추억을 2번이나 안겨준 "가수 성은"씨!! 성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