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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의 모든 "좋아하게 될 사람" 에게 (上) 본문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이세상의 모든 "좋아하게 될 사람" 에게 (上)

☆북극곰☆ 2010. 5. 21. 13:17
 TAKAHASHI Shin(이하 타카하시 신)의 만화를 한번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그의 몽환적이면서도 동화틱한 그림체에 반하게 된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그의 작품은 【좋은 사람】. 꽤 많은수의 국내만화팬들이 타카하시 신이라는 만화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계기로서는 충분했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알게된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사람을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다. 만화책을 구입해서 읽는 버릇이 있는 나로서는 시기를 놓쳐버리니까 읽어볼 기회도 없어져 버렸다고 해야할까) 
 내가 타카하시 신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작품은 【최종병기 그녀】라는 영챔프에서 연재했던 장편만화이다. 당시에  【치세】라는 귀여운 여자주인공이 군부대에서 만든 최첨단 살인무기를 몸속에 지니고 있는 슬픈 캐릭터로 등장했는데 굉장히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든 세계관의 설정 탓에 단 한페이지를 읽더라도 집중해서 읽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 부제는 The Last Love Song of this little planet.  최종병기그녀는 왠만한 만화팬들도 읽기 어려운 작품으로 꼽힌다. ※

 오늘 소개하려는 작품은  【최종병기 그녀】가 아닌 타카하시 신의 초기 단편 다섯작품을 모아서 한권의 책으로 출간된  【좋아하게 될 사람】 이다. 보통 일본의 만화가들은 데뷔하기 전에 단편을 통해서 독자들과 첫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 보니 몇년이 지난 후에 만화를 읽어보면 그림체나 만화의 구성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며 결정적으로 재미자체가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정식으로 출간된  【좋아하게 될 사람】은 초기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타카하시 신이 여러모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보통 초기단편집이라 하면 겉표지만 새롭게 그리고 책안의 그림체는 예전 그림체 그대로 발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전원고를 그대로 복사해서 편집하는 방법이며 유명해진 만화가들의 아마추어시절 그림체를 볼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정말 이 그림이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 ○○○의 그림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인 경우가 많다.

 타카하시 신은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싫었던 것일까. 데뷔직후의 그림체보다 몇곱절이나 향상된 그림실력으로 자신의 초기단편들을 모조리 다시 그리는 정성(?)을 쏟고 만다. 만화를 읽는 팬으로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초기단편을 익숙한 그림체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딱히 나쁜일은 아니었을 것.

  이렇게 해서 완성된 책이  【좋아하게 될 사람】이다.

최종 병기 그녀 5 - 10점
타카하시 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최종병기 그녀 외전집 - 10점
타카하시 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좋은 사람 1 - 10점
타카하시 신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단편 1화 -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섬


 일본의 어느지방에 있는 자그마한 중소기업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한 여자가 있다. 청순한 외모와 친절한 미소때문에 회사내의 남자사원들이 추근덕대는 일은 이미 일상다반사. 그럴때마다 불쾌한 모습 한번 보이지 않는 그녀는 여자후배들에게도  귀감의 대상이다. 
 여름휴가를 맞이하여 남들은 남자친구와 가까운 섬으로 바캉스를 떠나는데 그녀는 여자동료들에게 말하길 남자친구도 없고, 바캉스 또한 갈 계획이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집으로 퇴근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언가에 들떠있는 듯한데.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조깅! 스스로 조거(조깅 하는 사람)라고 부른다. 퇴근하자마자 조깅복으로 갈아입고 그녀는 뛰기 시작한다. 주변사람들과 함께 가는 바캉스도 포기하고 조깅을 즐기는 그녀가 목격한 것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휴가를 맞이하기 위한 그녀의 준비는 끝났다.

휴가기간인데도 불구하고 남들과 같은 바캉스를 스스로 거부한채 평소와 다름없이 조깅을 하기 시작하는데 무언가 특별한일이 생길 것 같은 날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조깅을 즐기고 있는 그녀는 평소에 스쳐지나간 것들에 대해서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낯선 동네에서의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풍경, 자동타 뒷자석에 타고 지나가는 꼬마와 손을 흔들기도 하고, 지나가던 유기견에게 습격당해서 무릎이 까지기도 한다. 

 그러던 와중에 어떤 한 동네에서 엄청나게 높은 오르막길을 발견하고는 조거 특유의 승부근성으로 그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을 숨이 목까지 차오르도록 뛰고 또 뛰지만 지쳐가기만 할뿐 정상은 보이지 않는데….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도대체 왜 이런 고생을 해야하는거야! 나도 그냥 바캉스나 떠날걸!" 하면서 후회도 하지만 마침내 정상에 도착하고 만다. 그곳에서 본 풍경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자신이 사는 마을의 모습. 너무나 아름답고 눈부신 광경에 그녀는 속으로 얘기한다. 

"내 다리로 달리길 잘했어. 막 씻은 몸과 마음으로 저 섬을 향해서 헤엄쳐 가야지."

 첫화인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섬】은 조깅을 좋아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남들과 똑같은 바캉스를 거부하고 조깅을 하지만 높은 산을 오르면서 순간적으로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한탄을 한다. 하지만 정상을 밟고 그 아래에 펼쳐진 광경을 목격하고는 자신이 누구보다도 멋진 바캉스를 보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한다. 이런 모습은 비단 산을 오르는 것에서만 느껴지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일을 향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면 자신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멋있는 광경과 결과를 이루어 낼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단편이어서 그랬는지 주인공의 이름을 설정하지 않은 부분도 독특하다.

단편 2화 - TWO HEARTS

 일본의 한 중소기업에 2명의 신입 연수생이 들어온다. 영업부로 발령 받은 그들은 갓 대학을 졸업한 【마키하라 이치로 - 男】 와  【후지이 지로 - 男】. 후지이 지로(이하 후지이)는 명문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이지만 마키하라 이치로(이하 마키하라)는 전문대학을 졸업한 신입 연수생이다. 

 신입 연수생의 교육담당을 맡는 것은 회사내에서 어지간히 귀찮은 일. 회사의 잡일을 도맡아 하는 일반 사무직 OL인 【야마시타 - 女】는 입사 5년차인데도 불구하고 회사안에서 하는 일들이 FAX, 복사, 전화받기, 커피타오기, 서류정리등 간단한 일들이다.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업무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그녀는 신입연수생의 교육까지 떠안게 되자 울먹이면서 급기야 부장님에게 큰소리를 친다.

 " 왜 우리가 그런 귀찮은 일을 맡아야 하죠?"

 옆에서 보다 못한 영업부원 엘리트인 【아리모리 - 女】가 자신이 둘중에 한명을 대신 맡겠다고 하는데 【야마시타 - 女】는 자신과 나이도 같은데 회사밖에서 당당하게 일을 하는 종합직 【아리모리 -  女】가 한없이 부러움과 동시에 자신의 처지가 서럽다고 느낀다.

 결국에 그녀들이 신입연수원을 한명씩 교육시키기로 결정되고 【야마시타 - 女】는 지방대 출신인 【마키하라 - 男】를 맡게 된다.  고등학교 학창시절때에는 배구부 주장으로서 리더역할을 했었고 촉망받는 선수였는데 지금은 회사의 잡일들만 도맡아서 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사회에 필요없는 사람 같다는 【야마시타 - 女】.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마키하라 - 男】은 그녀에게 이렇게 외친다.

" 전 한심하지만 지금은 선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선배를 필요로 하는 인간이 여기에 한 명 있어요!"

 후배의 힘찬 한마디에 의욕을 찾은 그녀는 【마키하라 - 男】에게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 시작하는데….

【TWO HEARTS】는 일반사무직 OL로 일하는 한 여자직원의 짧은 성장 스토리이다.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나가는 주연은 그녀와 그녀의 신입연수원인 【마키하라 - 男】인데 50페이지도 안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자신이 하는일이 가치가 없으며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야마시타 - 女】는 무엇을 해도 불만이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 현실을 비관하는 모습은 우리내 흔히 찾아볼수 있는 나의 모습과 틀린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야마시타 - 女】자기자신뿐. 아무도 그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와 함께 신입연수생을 담당하게 된 【아리모리 - 女】도, 매일마다 소리지르는 부장님도, 그녀에게 회사일을 배우고 있는 【마키하라 - 男】도, 아무도 그녀를 가치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그녀를 더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혼내고, 꾸짖고, 도발한다.

 극중에 등장하는 부장이 신입연수생인 【마키하라 - 男】와 술자리를 하면서 하는 대화는 이 만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야마시타선배에게 조금더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부여하는 것이 어떠냐고 부장에게 말하는 장면)

" 건방지게 굴지 말게. 야마시타가 맡고 있는 모든 일이 회사에게 있어 얼마만큼의 의미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아리모리뿐만이 아니라 야마시타와 자네가 하는 일 어디에 위아래가 있지? 각각의 일을 각각 채워주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회사는 살아갈 수 있는 거야. 그 중요한 일에 어느게 잡일이고 어느게 잡일이 아니냐를 남이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말을 해도 되는 것은 야마시타 본인 뿐이야. 잘 듣게나. 외근영업종합직과 사무직 OL은 부부나 같아. 남자는 돈을 벌러 밖으로 나가고 여자는 집안을 지키지. 현대의 부부에게는 시대착오일지 모르겠지만 회사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일이네.
 아까 얘기를 바꿔서 말하면 야마시타의 일은 여자로선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남자들에게 있어선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라는 소리야. 그렇다면 가짜든 뭐든 부부라면 여자를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것이 남자가 아닌가? "

 회사라는 공동체는 어떤일을 하고 있든 한사람 한사람의 업무를 남이 평가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부장얘기의 핵심이다. 결국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몫은 자기자신이라는 의미인데 여자주인공인 【야마시타 - 女】는 스스로가 자신을 평가절하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그녀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이 이야기가 만화속에서만 적용되는 말일까? 학벌과 경력이 모든것을 평가하도록 만들어진 현대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너무 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주변에서 자신의 가치에 점수를 매긴다고 생각하고 남이 만들어 놓은 점수판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 조그만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가치점수는 스스로가 매기는 것이니까 말이다.
 

너의 파편 1 - 10점
타카하시 신 지음/서울문화사(만화)
톰 소여 - 10점
타카하시 신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최종 병기 그녀 1 - 10점
타카하시 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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