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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사는 이야기

길고양이 "씨크니" 는 참치를 좋아해~

☆북극곰☆ 2010. 6. 9. 19:55
 어렸을때 부터 애완동물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아파트에서 살다보니까 【강아지, 고양이】 같은 대형(?)동물들은 키울수가 없었고 【금붕어, 병아리,개미】같은 동물들만 키울수가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키웠던 동물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길을 지나가다 버려져 있던 병아리 한마리를 집으로 가져와서 닭까지 키워본적도 있고 여러종류의 금붕어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던 적도 있었죠. 그런 조그만 생명들을 주인이랍시고 키우다가 혹시나 잘못되어 죽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답니다. 그렇게 차갑게 식어버린 애완동물친구들을 아파트 앞에 있는 땅에 묻어주면서 많이도 울었었죠. 

 생명의 소중함과 존귀함에 대해서 깨닫게 해주었던 제 어린시절의 애완동물친구들 덕분에 지금 이렇게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날수가 있었으니 어찌 그들에게 감사하지 않을수가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애완동물을 많이 키워본 것은 아니지만 동물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추억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설날때와 추석때에는 항상 시골에 갑니다. 어렸을때, 시골에 도착하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품에 먼저 안기는 것이 아니라 키우고 있는 동물들에게 제일 먼저 인사를 할 정도였다고 하니까 어지간히 시골에서 조부모님께서 키우시던 동물들이 좋았나 봅니다. 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니가 한번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답니다.

" 너 기억나니? 6살때인가 송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소우리 안에 들어가서 놀았던거."

" 예? 기억안나는데 진짜 그랬어요?"

" 너 소 뒷발에 차였으면 어쩔 뻔 했니. 엄마는 가슴이 철렁했었다. 소우리안에서 송아지 다리만지면서 놀고있는거 보고 말이야.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는지 몰라도 송아지랑 대화도 하고 있더라. "

" 죽지 않은게 다행이네요. ㅋ"

" 그러다가 집에 가려고 하는데 어찌나 너가 소를 서울로 가져가서 키우자고 졸라대던지 그런 너를 달래서 서울로 올라오느라 고생했다."

" 소를 집으로 가져가서 키우자고 했다고요? 아파트였는데? "

" 그래서 네 아버지가 옆에서 소를 어디서 키우려고? 하니까 너의 대답이 더 가관이었단다."

" 머라고 했는데요? ^^"

" 베란다에서 키울게요. 내가 똥이랑 오줌 다 치울게요. 라고 했단다. 징징 울면서 말이야."

" 헉 "


고3시절. 동네의 절친한 친구들과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를 했었죠.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집에 갈때도 항상 같이 다녔는데 어느날 새벽이었을 것입니다.

그날은 【C군】이라는 제 친구와 단둘만 새벽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귀가하는 중이었죠.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개 한마리가 저희에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때마침 주머니에 야식으로 먹던 과자가 있었는데 그 과자를 주면서 10여분을 같이 놀았죠.

맛있게 다 먹은 그 개는 우리에게 마치 인사를 하는 눈빛을 보내더니 반대편 도로로 건너가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 어어? 차 다녀서 위험한데? 지금 시간에는 차들이 굉장히 빨리 다니는데? 저거 말려야 하는거 아냐?"

그순간, 아니나 다를까 지나가던 차에 그 개가 치이고 말았습니다. "깨갱" 이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 개는 차도에 널부러지고 말았죠. 매정하게도 그 개를 친 자동차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휙" 하고 지나갔답니다.

저와 제 친구는 그 광경을 두눈으로 명확하게 목격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도로 한복판에 누워있는 그 개를 두고볼수만 없어서 급하게 차도로 달려갔죠. 다행히 새벽이었기 때문에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저희는 특별한 위험없이 그 개의 시체를 들고 인(人)도로 나올수가 있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그 개를 말리지 못한 우리들의 5분전 행동을 후회하고 미안해하며 양지바른 화단에 묻어준 후 좋은곳으로 떠나라며 기도를 해주었답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C군】과 만나면 고3때 있었던 그 일을 회상하곤 합니다.

 지금 분가하여 혼자 살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은 4층건물입니다. 저는 2층에 살고 있는데 방안에 있는 가장 큰 창문을 열면 1층 화단이 보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갈색고양이 한마리가 화단에서 오랜시간동안 머무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기는 하지만 낮시간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고 있던 것 같더군요.

 가끔 창문을 열고 지켜보면 누워서 잠을 자고 있기도, 하품을 늘어지게 하기도, 앉아서 세수를 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그러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면 5초정도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홱" 하고 돌려버립니다.

 자꾸 그런일이 반복되자 " 저 고양이, 엄청 시크한데? "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붙여준 이름이 【씨크니】입니다.

 오늘 낮에는 챙길 서류가 있어서 잠시 집에 들렸는데 역시나 창밖 1층 화단에 【씨크니】가 앉아 있더군요. 배가 고픈지 자꾸 흙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 아! 냉장고에 참치캔이 있지! "

 혼자 살고 있는 자취생에게는 라면, 계란과 함께 최고의 식품으로 평가 받는 참치캔.  즉시 냉장고문을 열고 참치캔 하나를 따서 그릇에 담았습니다. 1층으로 내려가서 화단으로 향했죠. 화단이 말이 화단이지 사람의 발길은 거의 없는 쓰레기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어찌해서 가까스로 화단으로 침입하여 참치캔을 담은 그릇을 【씨크니】에게 던져주고 "후다닥" 도망 왔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창문을 열고 【씨크니】가 과연 먹을까 하는 두근거림에 고개를 내밀고 화단을 응시했죠. "저놈 머야?" 하는 포즈로 한동안 앉아만 있던 【씨크니】가 조금씩 참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던 그 순간!


 제가 던져 놓고 온 참치를 먹기 시작했답니다. 어찌나 먹는 모습이 요염하고 귀품있던지 재미있고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죠. 디지털카메라를 서울집에 두고 와서 할수 없이 해상도 안좋은 핸드폰 카메라로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대한 【씨크니】가 불쾌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장한장 찍었죠.


 배가 많이 고팠던 【씨크니】였나 봅니다. 먹기 시작한지 10분도 안되어서 그릇을 비우기 일보직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리 급하게 먹는 모습같지는 않았는데 순식간에 비우고 있었다는 것이죠. 역시 고양이는 요염하면서도 귀품을 아는 동물인 것 같네요.

 결국 13분정도 만에 깨끗하게 그릇을 비운 그는 옆에 있는 담으로 올라가 입주변을 정리하는 것으로 식사를 마무리 하더군요. 순간 또다시 【씨크니】와 저는 눈이 마주쳤답니다.

※ 너가 참치 놓고 간거니? 잘먹었어. 그런데 고추참치나 장조림은 없니?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씨크니 ※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자주 주면 안되겠지만 가끔씩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씨크니】함께 먹어야 겠습니다. 왠지 안주면 저에게 날카로운 주먹을 조용히 휘두를 것 같거든요. 【씨크니】는 시크하니까요~!

우리집 강아지 심리백과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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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 베커.지나 스패더포리 지음, 박윤정 옮김/펜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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