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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화책 읽을 시간이 없다?! - 북극곰의 단편(권)만화 추천 첫번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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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화책 읽을 시간이 없다?! - 북극곰의 단편(권)만화 추천 첫번째

☆북극곰☆ 2012. 7. 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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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대략적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만화책자체에 관심이 없는경우, 현재 한국 만화계는 무료웹툰이 대세이기 때문에 굳이 만화책을 구입해서 읽을 필요가 없는 경우, 너무 바빠서 만화책을 읽을시간이 없는 경우, 경기가 어려워서 조금이라도 아껴야 잘사는데 만화책 구입에 쓸 돈이 없는 경우등등. 이중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바로 "금전"문제이다. 요즘 만화책 한권의 가격은 최소 4,500원부터 최대 20,000원까지 웬만한 밥값은 저리가라 할정도의 가격표를 자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웬만큼 만화책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미 2~30편까지 출간된 전집만화책을 섣불리 구입해서 읽을 용기(?)를 내긴 힘들다. 

 만약 만화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얘기는 틀려지겠지만 자신의 눈물나는 마이너스 주머니사정때문에 만화책 읽는것을 꺼려하는 사람들에겐 "단편(권)만화"가 극약처방의 하나일수도 있다. (무슨 얘기가 이렇게 흘러가냐. --; 차라리 웹툰을 읽고 말지…….) 만화책이라고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처럼 몇십권까지 출간된 만화책들만 있는것은 아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한권, 딱 1권, 딱 하나로 끝나는 만화책도 주변을 둘러보면 어마어마하게 많이 존재한다. 비록 단권(한권)으로 끝나는 만화이기 때문에 뭔가 탄력을 받을만하면 마지막페이지에 도달해버리는 마치 화장실에서 밑 안닦고 나왔을때의 찜찜함을 지닌 단편(단권)만화책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완성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럼, 북극곰이 너무나도 주관적으로 추천하는 단편(단권)만화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가지 분명하게 해둘것은 혹시라도 추천한 만화책들을 읽은후 만화가 재미없다고 북극곰을 욕하지는 말자. 북극곰은 분명히 말했다. 너무나도 주관적인 추천이라고….

Q열 - 10점
박희정 지음/서울문화사(만화)

가격 - 6,000원

3살 때 실종되었던 아들이 4년 후, 연쇄살인마의 시체옆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8년의 시간이 또 흐르고 내가 알고 있는 그 착한아이가 아닌것처럼 변해버린 아들. 도대체 아들에게는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섬뜩하고 이상한 한통의 괴문자메세지로부터 시작되는 비극적인 사건. 아들을 유괴했던 연쇄살인마의 죽음과 관련된 무시무시하고 충격적인 진실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엄청난 공포감이 엄습해 오는데?!  
호텔아프리카, Martin & John, 최근에는 김조광수감독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대표작인 "박희정"작가의 단편집이다. 이미 순정만화팬들 사이에서는 환상적이고 세밀한 그림체로 인해 오래전부터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박희정"작가는 1993년에 데뷔를 한 만화가치고는 많은 작품을 그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일까, "박희정"작가가 새로운 만화를 출간한다는 소식이 들릴때면 많은 독자들이 앞뒤 재지않고 구입부터 하는 현상은 더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2012년에 출간된 이 "큐(Q)열"또한 그러한 매니아들의 입소문으로 인해서 알게된 만화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만화책의 제목이자 이 만화의 스토리텔링속 핵심적 요소로 부각되는 "큐열(Q Fever)"은 실제로 존재하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큐열(Q Fever): 미국, 호주, 유럽, 지중해 등지에 분포되어 있는 리케차성 질병으로 병원체는 Coiella burnetill이며 주로 진드기 흡혈로 동물 사이에서 전파가 이루어진다. 사람도 진드기에 의해서 산발적으로 감염되며 감염된 진드기의 배설물이 공기 중에 흩어졌을때 호흡기관을 통하여 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 본문에서 발췌.

평범하게 살던 한 가장이 있었다. 3살때 실종된 아들때문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4년만에 실종된 아들을 찾게된다. 그것으로 끝인줄 알았건만 그 이후로 아들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들과 관련된 죽음에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거대한 비밀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받게된 "문자메세지"를 통해서 의심하게된 남자. 그리고 그의 뒤를 조용하게 캐고 다니는 한 형사가 이 만화의 주인공이라고 할수 있다. 제목이 "Q열"이고 이 "Q열"이 실제 현실속에 존재하는 질병이라고 해서 최근에 개봉한 영화 "연가시"처럼 질병에 의한 재앙을 담고 있는 만화는 아니다. 실종된 아들때문에 삶이 피폐해진 아버지가 아들과 관련된 비밀을 하나하나 알게되면서 충격과 공포속에 몸서리치는 과정이 이 만화의 핵심적 스토리텔링이다. 역시 박희정작가라고 할수 있는 부분은 두가지이다. 단편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하게 짜여진 이야기과정속 불친절한 설명과 엔딩, 그리고 그림체. 이상하게도 이런장르의 만화에서는 명쾌한 결말과 친절한 설명따위는 기대하지 않게 되는 개인적인 버릇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보통 이런 단편만화는 읽고 나면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충대충 책장을 넘기다가는 내가 지금 무슨내용의 만화를 읽고 있는지 헷갈릴 요소가 굉장히 많다. 마치 영화를 한편 감상한다는 생각으로 등장인물들의 대화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는 다면 "Q열"의 진짜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오래전부터 들었던 생각인데 박희정작가의 그림체는 이런류의 미스테리스릴러 공포만화에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워낙에 세밀한 그림체 때문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박희정작가의 그림체에는 존재한다. 단편(권)만화 "큐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그림체를 빼놓을수 없는 이유다.     

습지생태보고서 - 10점
최규석 글 그림/거북이북스

가격 - 13,800원(2판)

최군, 재호, 정군, 몽찬, 네명의 지방사립대 만화학과 학생들과 객식구인 녹용이. 이들은 다섯명이 살기에는 무척이나 좁은 반지하 단칸방에서 다함께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돈없고 빽없는 리얼궁상 젊은이들이다. 슬프지만 웃긴, 서글프지만 즐거운 이들의 삶속에서 만화지만 실제나 다름없는 우리 젊은이들의 눈물 한방울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미 최규석이라는 만화가는 우리 한국만화계에서 뗄레야 뗄수 없는 상징적인 인물로서 자리를 잡았고,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가 되는 한국만화계의 차세대 에이스작가이다. 오래전 "공룡둘리의 슬픈 오마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다양한 다큐멘터리 만화들로(사람 사는 이야기, 100도씨, 지금은 없는 이야기, 울기엔 좀 애매한등등) 한국만화에 가장 필요한 만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 최규석. 그의 만화들은 현실속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일들에 대한 사회비판적인 목소리를 자극적이고 강렬하게 담아내려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문제들을 억지로 외면하려는 사람들에게 "여기좀 한번 보소~! 무거운 얘기는 하지 않을텡게~!" 하듯이 들릴말듯한 목소리로 유혹(?)하고 있다. 피식하고 웃을법한 상황설정과 박장대소를 불러일으키는 웃음포인트까지 어느것하나 놓칠수 없는 장면과 내용으로 만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최규석작가의 만화들이 그렇다고 가벼운 만화는 절대 아니다. 가벼운듯 하지만 무거운 다소 역설적인 듯한 느낌이 최규석만화들의 특징이니까.

습지생태보고서라는 독특한 제목의 이 만화는 2005년에 첫소개가 된 이후, 한권짜리 단행본도 오래전에 출간이 된 나름 꽤 된 만화이다. 얼마전 KBS에서 동명제목으로 단편드라마를 방영하면서 다시한번 관심을 받게 되었고 그러한 관심속에서 최근, 습지생태보고서 2판이 발행되었다.(워낙에 재판요구가 많았던 것으로도 알고 있다.) 실제 지방사립대학교 만화학과 출신인 "최규석"작가가 자신과 함께 대학시절에 자취를 했었던 친구들을 모티브로 해서 그려진 이 만화속 젊은이들은 만화책의 소개문구만큼이다 궁상맞다. 길가에 버려진 집기와 가구들을 주워오는 친구가 있지않나, 돈이없어서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주제넘게 헤어지자는 얘기를 하지 않나, 뽑기기계에서 뽑은 가재를 라면에 넣어서 끓여먹지를 않나, 치킨사먹을 돈이 없어서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 겨우 한마리를 주문하고 기뻐하지를 않나…. 너무해서 처량하고 불쌍해서 다소 비현실적인 것처럼도 느껴질법한 궁상맞은 그들의 모습속에서 책을 읽는내내 웃을수밖에 없는 것은 그런 궁상들이 어느순간부터 굉장히 리얼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버티다 울면서 쓰러지고 싶지만 왜 눈물을 숨겨가며 궁상맞은 웃음을 입가에 머물면서 살아갈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보고서같은 느낌이 나는 "습지생태보고서".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 만화가 그려진 것은 2005년이고, 최규석작가가 친구들과 자취를 통해서 만화의 모티브를 경험한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일텐데 2012년 현재, 리얼궁상맞은 만화속 캐릭터들의 삶은 그때와 달라진것이 특별히 없다는 것이다.          

유레카 Heureka - 10점
히토시 이와아키 지음/서울문화사(만화)

가격 - 5,000원

어느 날 동맹이 깨지며 시라쿠사와 로마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자 로마에서 망명한 다밋포스의 친구 클라우디아의 가족이 참사를 당하게 되고, 다밋포스는 클라우디아를 보호하기 위해 얼떨결에 늙은 수학자이자 발명가인 아르키메데스의 제자가 된다. 이윽고 로마가 침공해오고, 과거 아르키메데스가 발명한 가공할 방어 수단들이 빛을 발하게 되는데…. 이에 다밋포스 또한 큰 활약을 하게 된다. 그 선생에 그제자인가?! 기원전 세계, 포에니 전쟁속의 작은 이야기를 다룬 만화!! - 알라딘서점 책소개에서 발췌.
1990년대 중반, 국내에 일본만화가 물밀듯이 몰려오면서 소개된 수많은 만화중 "기생수"라는 만화가 있었다. 외계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숙주로 하여 정신과 몸을 지배하고 다른 인간들을 잔인하게 사냥하는 공포스릴러 만화였는데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연출과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엔딩으로 인해서 아직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명작만화로 꼽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인 히토시 이와아키가 기생수에서 보여준 놀라운 상상력때문에 그의 다음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오랫동안 신작 소식을 들을수가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히토시 이와아키는 다작을 하는 작가는 아니었던듯 싶다. 기생수가 장편만화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만화의 볼륨이 다른 일본만화들에 비해서 그리 길었다고 할수는 없을 뿐더러 1999년에 소개된 "칠석의 나라"도 4권으로 완결, 그나마 가장 최신장편작품인 "히스토리에"조차도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주기로 한권씩 발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히스토리에"가 국내에 소개되기 직전, "유레카"라는 단권(편)만화가 출간되었다. 처음에는 무슨만화인가 했는데 "기생수"작가의 "단편만화"라는 광고문구를 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히토시 이와아키"라는 만화가의 이름을 알게해준 "기생수"와 같은 "그것"을 기대했지만 정작 만화책을 펼쳐보니 기원전 "로마시대"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화였고, 살짝 실망한것은 사실었지만 한장한장 책장을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실망감도 잠시였을뿐…. 200페이지가 조금넘어가는 짧은 단편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히토시 이와아키"의 독특한 상상력은 여전히 만화의 이곳저곳에서 발휘되고 있었다. 목욕탕에서 물체의 부피를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내고는 알몸으로 목욕탕을 뛰쳐나가 "유레카!!"라고 외친 과학자 "아르키메데스"와 그의 제자가 주인공인 이 만화속에서는 "아르키메데스"가 발명한 놀라운 발명품을 이용해서 로마의 침공을 막아내는 장면이 클라이막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클라이막스장면 말고도 만화의 기승전결이 단편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다소 자극적인 만화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는 관심받기 힘들지도 모르는 소재와 시대적배경을 가지고도 만화의 재미와 완성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히토시 이와아키"의 능력에 다시한번 감탄사를 뱉어내는 계기가 된 만화가 바로 "유레카"이다. 이 만화는 10여년전 이미 국내에 발매되었지만 "습지생태보고서"처럼 최근에 재판되어 다시 판매되고 있다. 어쩌면 "히토시 이와아키"의 최신작품인 "히스토리에"의 근간이 되었다고도 말할수 있는 "유레카". "뼈의 소리"와 함께 꼭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히토시 이와아키"의 단편(권) 만화이다.

바느질 수다 - 10점
마르잔 사트라피 글 그림, 정재곤.정유진 옮김/휴머니스트

가격 - 10,000원

어느날, 얼핏 열 명 정도 되어보이는 이란여성들이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후, 거실에 모여 앉아있다. 폐경기가 한참전에 지난듯한 "할머니"부터 결혼을 앞둔 "나이 어린" 처녀까지… 그녀들이 모여앉아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무엇일까? 돈? 직장? 육아? 여행? 맛있는 음식? 모두 아니다. 그녀들의 수다는 "사랑과 섹스", "배신과 절망", 찌질한 남자들의 뒷담화이다. 발칙하지만 아찔한 그녀들의 강렬한(?) 수다의 수위는 어느정도일까?!   
국내독자들이 이슬람권의 문화를 다룬 만화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아니, 억지로나마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웬만큼 만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이슬람권" 만화를 읽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다른 종류의 만화를 읽어본 사람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그 숫자는 굉장히 적을것이라는 것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사리 판단된다. "아트 슈피겔만"이 그린 "쥐"라는 유명한 만화가 있다. 다큐멘터리 만화라고 부를수도 있고, 실화를 토대로 만든 만화라 할수도 있고, 역사만화라고 부를수도 있다. 벌써 몇해동안 세계 어느나라를 불문하고 꼭 읽어보아야 할 만화로서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만화책이 바로 "쥐"이다. 그런 "쥐"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다큐멘터리 역사만화가 있는데 "페르세폴리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만화의 작가는 1969년 이란에서 태어난 "마르잔 사트라피". 여성이다. 

이란출신의 "마르잔 사트라피"의 작품들은 대부분이 자신의 나라인 "이란" 혹은 "이슬람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만화, 애니메이션 하면 "일본" 혹은 "미국", 한국의 "웹툰"만 떠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것이고 그 어느누구도 "이란사람"이 만화를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이란이 무슨 외계인이 사는 나라도 아니고…. 만화가 없을리가 없을텐데.) 그만큼  "이란만화", "이슬람 만화"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문외한이다. 필자에게 처음으로 "이슬람권"의 문화와 진솔한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해준 만화가가 "마르잔 사트라피"이고 그녀의 만화들은 대부분이 국제적으로 어느나라에서든 그 작품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 시작을 알린 작품이 "페르세폴리스"이다. 이슬람 혁명기에 어린시절을 보낸 소녀가 보여주는 거침없는 이슬람의 실제역사에 대한 증언과 기억들.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 대비될 정도로 강렬한 만화이자 수많은 국제만화상을 휩쓴 명작이다.

국내에서도 "페르세폴리스"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자 그녀의 다른 작품들 또한 계속해서 발매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다소 가볍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 "바느질 수다"인데 제목에서 유추할수 있듯이 "여성"들의 수다가 이 만화의 핵심내용이다. 그렇다면 여인들의 수다 주제는 무엇일까? "사랑과 섹스", "남자와 성", "남편의 뒷담화", "찌질했던 예전 남자친구"등등 성인여성들이라면 그닥 거리낌없이 얘기할수 있는 일상적인 생활속 경험담을 토대로 한 수다이다. 여기까지라면 놀랍지 않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여성들이 "이란이라는 중동국가에 살고 있는 여인들"이라면?! 잠시 "움찔"할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녀들도 "여자"였다. 중동의 회교국가에 살고 있으며 얇은 천 뒤로 얼굴을 숨기며 살아야 하는 그녀들도 밤늦게 클럽에서 춤추면서 술과 음악을 즐기는 서구문화권 여성들과 똑같은 "여자"였다는 말이다. 그녀들도 사랑을 하고 그녀들도 섹스를 즐기며 그녀들도 스쳐지나간 남자친구의 "물건(?)"를 두고 뒷담화를 하며 그녀들도 좀더 섹시해지기 위해서 유방확대수술을 한다. "이슬람권 여성들이?? 이란여성들이??" 라는 두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놀라움을 덮어두고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상으로 발칙하고 자극적인 그녀들의 수다속에 빠져들어 가는 자신을 발견할수 있을 것이다. 서구권 사람들의 오해와 상상때문에 지금껏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녀들의 수다를 왜곡해 왔던 것이었을 뿐이며, "바느질 수다"는 "이란여성"들도 "너희들 옆에 있는 여자친구와 같은, 너희 여성들과 같은, 똑같은 욕망과 성질을 지닌 여성"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 시켜준다. 작가인 "마르잔 사트라피"의 다른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바느질 수다" 또한 만화책이라기 보다는 그림이 있는 "동화책"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펼치는 만화속 이야기들에 빠져들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중동국가 사람들, 이슬람권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발칙하고 자극적인 "마르잔 사트라피"가 그려낼 앞으로의 작품들이 쏜꼽아 기대되는것은 어쩌면 당연할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