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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사는 이야기

초등학교 졸업앨범에 주민등록번호가??

☆북극곰☆ 2010. 8. 6. 07:10
  

 지금으로부터 17년전, 한 초등학교의 졸업생 400여명의 주민등록번호가 한꺼번에 유출되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지금은 절대 상상도 못할 이 엄청난 개인정보유출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 피해자목록에 당연히 저도 포함되어 있고요. 인터넷쇼핑, 인터넷거래등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하면서 개인정보유출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굉장히 예민한 일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유출 확인기" 등 다양한 보안소프트웨어들이 존재하는 요즘, 17년전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이 대사건(?)은 무척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제 주민등록번호는 이미 17년전부터 유출되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초등학교동창들을 만나면 졸업앨범에 적혀있는 주민등록번호와 관련된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증거사진들
   
 못믿는 분들을 위해서 과감히 제 초등학교졸업앨범사진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진의 일부분을 모자이크 처리 한 상태입니다. (추하다. 추해 --;)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주민등록번호가 적혀있냐고요? 조금만 이 사진의 하단을 확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졸업앨범사진밑에 뚜렷하게 적혀있는 주민등록번호가 보이시나요? 절대로 합성하거나 편집한 사진이 아닙니다. 실제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 졸업앨범에 전교생의 개인사진밑에 위와 같은 주민등록번호가 적혀있습니다. 아직도 믿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다른 친구들의 졸업앨범사진들도 일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밑에 이름, 이름밑에 주민등록번호. 이보다 더 완벽한 환상의 조합이 또 있을까요? 이 졸업앨범 한권으로 400여명이나 되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언제 어디에서든 불법적으로 도용할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어째서 졸업앨범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는 것일까?

 사실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졸업앨범에 적혀있는 주민등록번호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담임선생님의 지시사항이었습니다. 졸업앨범을 촬영하고 난 후에 각반의 담임선생님께서는 자기네반 학생들의 주민등록번호를 교장선생님께 제출했고 교장선생님은 졸업앨범을 제작하는 앨범회사에 이 전교생 400여명의 주민등록번호를 개인사진 하단에 기재하도록 부탁했죠.

 왜? 도대체 왜 교장선생님께서는 전교생의 주민등록번호를 졸업앨범에 적어놓는 기가 막힌 생각을 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17년전 당시 기준으로 생각할때 무척 멋지고 현명한 교장선생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바로 훗날 어른이 되어서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고 싶은데 연락이 되지 않을때,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으면 손쉽게 친구를 찾을수 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죠.

 실제로 당시만 해도 누군가의 주민등록번호를 들고 동사무소에 가면 해당되는 사람의 전화번호 및 주소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보통 졸업앨범의 맨 뒷장엔 졸업생 전원의 집주소와 집전화번호가 적혀있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 당시에는 핸드폰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집전화로 주변지인과의 모든연락을 주고받았죠.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는 집주소와 집전화번호는 언제든지 바뀔수가 있기 때문에 쓸모없는 자료라고 생각하셨답니다. 그래서 고심끝에 졸업생들의 사진하단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여 훗날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동창들을 언제 어디에서든지 찾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배려해 주신 것이죠.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는 임기중에 학생들의 쾌적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그리고 리더십등 창의력 발달을 위해서 항상 고민하셨습니다. 동시에 담임선생님들과의 주기적인 회의를 통해서 학생들을 사랑과 관심으로 보듬어 주시기도 했고요. 덕분에 같은해에 졸업한 제 동창들 대부분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뛰어난 학업성취도 능력과 올바른 인성을 지닌채 각각의 소속학교에서 "★★초등학교 ★회 졸업생출신" 이라는 명예로운 훈장을 달고 다녔죠. 

 그런 교장선생님께서 너무 한발 앞서서 학생들을 생각하셨던 것일까요? 당시기준으로는 졸업앨범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는 것은 굉장한 아이디어였을지 몰라도 현재 이런 졸업앨범이 제작된다면 9시뉴스에 나올법한 일일 것입니다.

 하긴, 교장선생님께서 예언자도 아니시고 지금처럼 핸드폰과 인터넷이 발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셨겠죠? 지금 혹시라도 교장선생님께서 살아계신다면 이때 자신의 손으로 제작한 졸업앨범을 넘겨보면서 무슨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아마 입가에 그때당시 전교생에게 보여주었던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채로 마음 한켠에는 17년전에 졸업한 모든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교장선생님, 언제나 학생들을 위해서 고민하고 연구하셨던 선생님의 그모습. 그런 교장선생님의 가르침을 단 한명도 거스르지 않고 당시에 졸업했던 모든 제 동창들이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되어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장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선물해 주신 독특한 졸업앨범 덕에 또 한번 웃을수가 있었네요. (교장선생님께서는 제가 졸업하던 해에 정년퇴직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