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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만화의 명품고전, 12년만의 복간완료 - "K(케이)" 본문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만화책의 소재는 끝이 없습니다. 전혀 만화책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을 다루고 있는 만화를 발견할때면 필자의 마음은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사이클, 장대높이뛰기, 체조, 피겨스케이팅"등등 정말 생각치도 못한 소재의 만화책을 읽을때면 도대체 만화가 표현할수 있는 상상력과 이야기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하고 놀라곤 합니다. 하지만 만화책소비에 인색한 한국대중문화에서는 이런 개성있는 소재의 만화책들을 발견하기 힘들며 대중적인 문화아이콘으로서 튼튼한 저력을 자랑하는 이웃나라 일본에서 간혹 이런 소재들을 이용한 만화책들이 창작되곤 합니다. 일본에서도 주류와 비주류 만화문화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름없이 주류만화들이 주로 대중들에게 읽히기는 하지만 독특한 소재의 비주류라고 부를수 있는 만화들 또한 창작될수 있고 그것이 독자들에게 팔리는 문화가 일반적인 일본의 만화문화환경 자체는 한국만화가들이 무척이나 동경하고 꿈꾸는 모습이죠.
일부 만화매니아들과 산악인들 사이에서만 입소문으로 떠돌던 "K(케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이만화는 놀랍게도 "산"을 소재로 "산"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것도 일반적인 등산이 아닌 "에베레스트, 마칼루, 카일라스"등 이름만 들어도 숨이 막히는 신들의 봉우리를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화라는 것이죠. 이만화를 그리고 있는 작가의 이름은 "다니구치 지로". 이미 "신들의 봉우리"라는 "산악"만화로 일부 국내 만화매니아들사이에서 유명한 만화가입니다. 그런 그가 "신들의 봉우리"를 그리기 이전에 그렸던 첫 "산악"만화가 바로 "K(케이)"입니다. 그 "K(케이)"가 12년만에 국내에 정식으로 복간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만화이길래 "산악만화"라는 독특한 영역에서 한획을 긋고 있는 만화라는 얘기를 듣는 것일까요? 알피니스트 로망의 최고봉! 산악만화의 자존심 "K(케이)".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다니구치 지로, 만화책이 오락이라는 공식을 깨뜨린 작가.
일본만화가 "다니구치 지로"는 일본에서도 그닥 대중적인 만화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내면의 심리상태와 따뜻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독특하게 해석하여 만화로 표현하는 능력만은 최고라고 평가받으며 오히려 서쪽나라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일본만화가입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만화매니아들만 알고 있었던 만화가로서 그나마 "신들의 봉우리"라는 만화를 통해 한국만화판에서도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할수 있죠. 그가 그려내는 만화는 오락만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오락"만화와는 다른 스타일의 작화와 스토리를 다루고 그것을 만화로 옮겨놓는 "다니구치 지로". 그가 오락만화를 그릴수가 없어서 피했다기 보다는 "만화=오락"이라는 유치한 고정관념을 바꾸어 놓는데 일조한 "만화가"라고 칭하는 것이 옳을 듯 보입니다.
★ 다니구치 지로(谷口 ジロー ):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잠시 교토의 회사에서 근무했으나 만화가를 목표로 1969년에 상경, 이시카와 규타의 어시스턴트가 되어 만화기술을 배웠다. 1971년, [목쉰방]으로 데뷔. 1975년 [먼 목소리]로 제14회 쇼가쿠칸 빅코믹상에 가작으로 입상했다. 1987년 근대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의 생활상을 그린 [도련님의 시대]로 제12회 일본만화가협회상과 제2회 데즈카오사무 문화상 대상을 받았다. 1992년 [걷는사람]이 프랑스에 번역 출간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같은 해 [개를 기르다]로 제12회 일본 만화가협회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1997년 발표한 [열네살, (원제:머나먼 고향)]은 1999년 제3회 문화청 미디어예술제의 만화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제30회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발에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받았다.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의 [신들의 봉우리]로 2005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발에서 최우수작화상을 받았다. (출처는 위키백과사전)
그의 수상이력을 살펴보면 그 어떤 "오락"만화들보다 훨씬 많은 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상들 또한 국제적으로 권위높은 페스티발에서 부여한 상들로서 되려 "대중적"인 "오락"만화들보다 "많은대중들"에게 "읽힌"작품이 아닐지언정 그의 만화책들의 작품성과 이야기는 감히 "오락"만화와 비교할 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죠.
흔하지 않은 소재를 주로 다루면서 그것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수준까지 만화를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는 일본만화계의 다양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들의 영향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일부 독자들에게 "만화책은 어린이만 읽는 유치한 오락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깰수 있도록 만들어주는데 힘을 보탰다고 생각합니다. 혹여나 "우연히 읽게된 만화책인데 만화가의 이름은 모르겠고 그 여운과 감동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아련히 남는다."라는 사람이 있다면 아래에 소개하는 국내에 정식출간된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책들을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는 만화 그이상의 감동과 여운, 따뜻함을 전해주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열네살", "아버지", "느티나무 선물", "신들의 봉우리", "개를 기르다.", "고독한 미식가". 우리들이 흔히 "소설"로 읽어야 하는 내용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만화"로 그려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다니구치 지로"이며 그것이 그의 만화세계이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책과 "만화책"은 동일취급을 받는 당당한 "책"의 한 종류일뿐이다.
▶ "K(케이)"는 어떤만화?
그렇다면 12년만에 복간되어 국내에도 정식으로 출간된 만화 "K(케이)"는 어떤 만화책일까요? 사실 "다니구치 지로"는 "신들의 봉우리"라는 산악만화로 국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신들의 봉우리"라 부르는 세계의 헌난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다니구치 지로"가 "신들의 봉우리"를 그리기 이전에 그 모태가 된 만화를 "K(케이)"라고 평할수 있습니다. 단편만화인 "K(케이)"는 정체불명의 산악인 "K(케이)"가 산에서 구조된 산악인들을 구하기 위하여 "산"을 정복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만화의 주된 스토리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 "K(케이)"의 과거와 그의 비밀에 둘러쌓인 삶은 이 만화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미료일 뿐입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만화 "K(케이)"에서 중요한 것은 "K(케이)"를 비롯한 산악인들이 세계 유명산들의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면서 그안에서 겪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는 두려움, 산악인들이 지니고 있는 인생의 목표, 세상을 대하는 모습등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또한 그런 장면들을 통해서 독자들이 만화책속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 주인공 "K(케이)"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현실감 있게 그려낸 그림체에 더해 클라이밍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세밀한 상황설명은 어느순간부터 독자들이 "K(케이)"가 누군지 궁금해하기보다는 "K(케이)"가 과연 조난자들을 구해낼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냅니다. 사실 필자는 이 만화책에서 등장하는 세계의 유명산들을 직접 두눈으로 본 경험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 그런 산들을 오를수 있을 것이라 생각치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산"이 얼마나 아름다운곳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이 만화를 읽은후에 국내의 유명산악인들이 죽음을 무릎쓰고 산을 오르내리는 일을 실제로 하고 있다고 상상하니까 그분들에 대한 경외감과 산악인들의 산에 대한 열망, 집념이 어느정도 인지 아주 약간은 이해할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K(케이)"가 주는 산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
과거 히말라야산맥에서 조난되어 동료의 "시체"까지 뜯어먹어가며 살아남은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그 영화를 통해서 히말라야 산맥들과 봉우리에 대한 공포감과 함께 "도대체 그들은 왜 산을 오르려고 하는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명예로운 일이라고 할지라도 목숨을 담보로 그런 위험한 산들을 오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죠.
사실 그에 대해서 스스로 명확한 해답을 아직까지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단지, 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가장 하늘과 가까이 맞닿아 있는, 해발 8,000m가 넘는 산봉우리들에 대한 동경만큼은 저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한 동경이 저처럼 동경으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영역을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어디까지 가까이 갈수 있는가라는 인간한계에 대한 열망이 수많은 산악인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추측정도만 해볼수 있을 따름입니다.
"오를수 있다! 정복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등산을 시작하지만 곧이어 "인간"을 허락하지 않는 "신"들이 노여워 하는 모습을 접하고는 무릎을 꿇게 되는 "산악인"들이 만화책속에 등장합니다. 그렇게 구조만을 기다리는 "산악인"들의 모습을 만화속에서 접할수가 있는데 실제 내가 그곳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 한기와 두려움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도 어쩌면 "동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느껴야만 하는 피할수 없는 감정인 듯 싶습니다. 만화속에서 조난된 모든 사람들을 구해내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K(케이)" 조차도 "신들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지만 누군가를 "구조"해야 한다는 일념하에 한발자국, 한발자국씩 등산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산"에 대한 경외감은 그즉시 "K(케이)"에게로 옮겨갑니다. 제발 그가 무사히 살아서 내려오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 "산"과 "신"은 획 하나 차이.
획 하나차이로 "산"과 "신"이라는 글자가 형성됩니다. 단 하나의 획차이인데도 불구하고 그 두단어가 주는 무게감과 경외감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거 우리나라 또한 "도사", "선인"들이 주로 살아가던 곳이 "산"이 었다고 얘기하는 역사속의 이야기와 동떨어진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도 오를수 있는 곳이 "산"이기는 하지만 일정한 부분부터는 "인간"의 발길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것이 "산". 그 이유는 "신"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라는 다소 종교적이면서 추상적인 표현.
신의 영역을 넘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간다고 하는 "산"이 사람의 발길이 닿을수 있는 곳에 있는 한, 그곳에 가보려하는 인간의 욕구와 열망은 "신"들도 허락을 해야할것 같습니다. 만화속에 등장하는 산악인들의 "신"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도전을 하려 하는 것이니까요.(아닐때도 있지만)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던, 간혹 티비속에서 보여주던 산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는 산악인들의 모습과 삶. 그 장면을 명작산악만화의 자존심인 "K(케이)"에서 지켜보는 것도 추운겨울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소소한 재미와 여운, 웅장함을 선사할 것이 분명합니다.
K 케이 - 도사키 시로 지음, 오주원 옮김, 다니구치 지로 그림/세미콜론 |
열네 살 1 - 다니구치 지로 지음/샘터사 |
고독한 미식가 -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이숲 |
신들의 봉우리 5 -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애니북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