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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4컷만화의 최종진화형 "저수지의 걔들" (上) 본문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한국 4컷만화의 최종진화형 "저수지의 걔들" (上)

☆북극곰☆ 2010. 9. 30. 06:30

 보통 만화책을 많이 읽지 않는 분들은 일본만화스타일의 만화책이 "만화책"의 전부인것으로 오해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만화"란 그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형식으로 탈바꿈을 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있는 그림은 모두 만화라고 부를수 있답니다. 예로 일간신문에 하루에 한컷씩 실리고 있는 "시사풍자만화"도 "만화"입니다.

 만화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4~50편씩이나 되는 장편만화를 읽기에 버거울수도 있습니다. 굳이 이런 분들을 위한 만화인 것은 아니지만 만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손쉽게 읽을수 있는 만화가 바로 "4컷만화" 입니다.

 딱히 "4컷만화"라는 형식이 고정되어 있고 정의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꽤 오래전부터 "4컷만화"는 존재해 왔습니다. 읽기 편하고 부담이 없다는 최대의 장점이 "4컷만화"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것이죠.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악바리,  학교가지마" 등의 많은 "4컷만화"작품들이 인기를 끌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면서 "4컷만화"를 그리는 만화작가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으며 기껏 만화잡지에 연재되던 "한국 4컷만화"들도 물샐틈 없이 밀려오는 일본만화속에서 암울한 시기를 보내왔습니다. 안타깝지만 지금도 "한국 4컷만화"의 암흑기는 "한국만화시장" 의 전체적인 후퇴와 함께 현 상황을 벗어날 기미조차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1990년대 초반, 주간만화잡지 "아이큐 점프"에서 오랜기간동안 연재했었던 "이로마"작가님의 "악바리". 한국 4컷만화의 대표적인 캐릭터였지만 1990년대 후반, 표절시비에 휘말려 스스로 사과문을 한국만화가협회에 제출하고 만화가로서 은퇴를 결정한다. 여담이지만 최근에는 영화든, 만화든, 음악이든 표절을 하고도 사과문 한장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는 자들과는 근본적인 마인드 자체가 틀렸던 당시 한국예술가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국내에서도 그 팬층이 두터운 일본만화 "아즈망가 대왕". 대표적인 4컷만화이며 아마도 국내독자들은 "4컷만화"하면 "아즈망가 대왕"을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얼마전 10주년을 기념한 "오사카 만박" 이라는 팬서비스차원의 단행본을 발매하였다.

 그럼 도대체 왜 이시점에서 "4컷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을까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소개할 만화책은 제 개인적인 판단하에 "한국 4컷만화의 최종진화형"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저수지의 걔들"이라는 제목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떤 연유에서 필자는 "저수지의 걔들"을 "한국 4컷만화의 최종진화형"이라고 평하고 있을까요? 자,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혜성처럼 등장한 만화, "저수지의 걔들"

 특정 영화제목이 연상되는 제목의 만화인 "저수지의 걔들". 좀더 명확하게 제목을 풀어서 쓴다면 "저수지호의 걔네들" 입니다. 이 만화는 8명의 탐사대원이 "저수지호"라는 우주탐사선에 탑승하여 우주곳곳을 항해하면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4컷만화" 형식을 빌려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화입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지 1년후인 2003년 여름, 만화잡지 "부킹"에 첫연재를 시작한 이작품은 신인만화가인 "이동욱" 작가님이 스토리와 작화를 모두 담당한 그의 데뷔작품입니다. 신인만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한 인물설정과 독특한 유머감각때문에 당시 "한국 4컷만화의 계보가 부활했다!" 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여러 만화관계자들로부터 유능한 만화가로 인정받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필자 또한 만화잡지 "부킹"을 통해서 "이동욱"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저수지의 걔들" 1회를 읽는 순간 그 재미에 푹 빠져버려서 단행본이 발매되자마자 구입을 하였습니다. 잡지만화책인 "부킹"을 구입하지 않게 된 이후로도 "저수지의 걔들" 신간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하는일 모두 제쳐두고 "만화전문서점"에서 바로바로 구입을 했었죠.

 이런 "저수지의 걔들"은 안타깝게도 단행본 5권으로 미완결된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대략적인 스토리의 진행과정을 보았을때 10권정도 발간이 되었어도 충분했을법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5권으로 미완결된 이유는 "이동욱"작가님 개인사정때문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5권으로 미완결된 "저수지의 걔들"의 앞표지와 뒷표지. 개인적으로는 10권이상 단행본이 발간될수도 있을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데 지금이라도 "이동욱"작가님이 "저수지의 걔들 시즌2"를 그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그렇게 미완결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은근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저수지의 걔들"은 확실히 그동안 읽어왔던 "4컷만화"들과는 다른느낌이었습니다.

▶ 최종진화 첫번째,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필자가 "저수지의 걔들""한국 4컷만화의 최종진화형"이라고 주장하는 첫번째 이유는 "개성만점 캐릭터들"입니다. 혹자는 이런얘기를 할수도 있습니다. "만화에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넘쳐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4컷만화"에서는 이러한 캐릭터의 개성을 부각시키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4컷"이라는 제한된 공간안에서 스토리를 진행하게 되면 "장편스토리만화"와 같은 쉼표(,)가 없습니다. "장편만화"야 애시당초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묘사 할 수 있지만 "4컷만화""장편만화"처럼 쉬어 갈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4컷"에 재미와 감동을 담아내기도 힘이 드는데 "캐릭터들의 개성"을 언제 표현할수가 있을까요? 말이 쉬운일이지 어설프게 표현했다가는 배가 산으로 가는수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수지의 걔들"은 그 어떤 "4컷만화"들보다도, 심지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즈망가 대왕"보다도 "캐릭터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만화입니다.

 "저수지의 걔들"은 처음 연재할때부터 "저수지호"에 탑승한 모든 탐사대원들을 "주연"으로 설정한 듯 보입니다. 함장 "모돌"을 중심으로 모든 캐릭터들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횟수가 거의 동일하며 단행본 표지에서도 항상 8명이 함께 등장합니다. 또한 캐릭터들의 모습도 서로 오버랩되지 않도록 개성강한 포인트들을 하나씩 부여해 주고 있습니다. (어떤 캐릭터는 얼굴이 동그랗고, 어떤 캐릭터는 피부가 검은색이고 어떤 캐릭터는 노인이고, 어떤 캐릭터는 얼굴이 길고 등등등) 

 애시당초 "이동욱" 작가님은 특정한 몇몇 캐릭터에게만 힘을 실어줄 생각은 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이는 적어도 이만화에서 만큼은 굉장히 효율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수 있는데 어느 한 캐릭터 묻혀가는 인물이 없습니다. 


 맨위 좌측, 검은색머리를 한 인물이 "함장 모돌", 그 우측 노란머리에 얼굴이 긴 캐릭터가 "취사담당 보우", 홍일점 캐릭터인 "전투담당 메이", 중앙에 있는 노인은 "의료담당 노솔영감", 모자를 쓰고 있는 인물이 "항해사 호치", 검은피부캐릭터는 "정비담당 나투칸",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뾰족머리인물은 "컴퓨터담당 제롬", 수박을 들고 있는 동그란 까까머리 꼬마는 "생물연구담당 보롬", 부채를 들고 있는 노인은 "정부 감시원 고반". 

 만화책을 읽다보면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특징과 성격을 쉽게 파악하고 그들의 캐릭터성을 기억할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캐릭터들을 구별하기 쉽도록 그려진 만화가 바로 "저수지의 걔들" 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8명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공통적으로 지닌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두들 "바보" 라는점 입니다. 실제 "헬렐레~" 하는 "바보"가 아니라 하는행동이나 모습이 "바보"처럼 느껴질정도로 웃기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그만화" 형식에 집중되어 있는 "4컷만화"의 일반적인 특징상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해도 그들의 "바보"스러운 행동은 굉장히 큰 웃음을 독자들에게 선사해 줍니다.

 이밖에 "저수지호"의 탐사원 외에 수많은 엑스트라 캐릭터들(지구본부 대장, 함장 모돌의 라이벌, 홍일점 여자캐릭터 메이의 첫사랑등등)도 저마다의 특징들로 독자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인물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만화의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들은 뭐니뭐니 해도 우주행성 곳곳에 존재하는 독특한 "우주생명체"들의 모습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우주생물들을 상상하고 그릴수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우주생명체"의 묘사가 굉장히 세밀하고 재미있습니다.

(예1) "수아라 혹성"에 서식하고 있는 "포풋 고로"라 불리는 생명체. 집단서식을 하고 있으며 개미만한 크기의 우주인들이다.




(예2) "말 혹성"에 서식하고 있는 반인반마 우주인 "요웅". 반인반마이기는 하지만 얼굴이 말처럼 생겨서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반인반마"의 틀을 통쾌하게 깨뜨린다.




▶ 최종진화 두번째, 4컷만화 답지 않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진행

 필자가 "저수지의 걔들"을 "한국 4컷만화의 최종진화형"이라고 주장하는 두번째 이유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진행" 입니다.

 이 만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의 진행은 "우주선 안에서의 항해 →  행성도착 → 외계생명체와의 접촉 → 탈출 → 우주선 안에서의 항해 → 행성도착 → 외계생명체와의 접촉 → 탈출....." 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구성만 반복될뿐 에피소드는 겹치지 않고 계속적으로 진행이 되는데 다음편에서는 어떤 외계생명체와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저수지의 걔들"만의 매력입니다.


 지금까지의 "4컷만화"들은 4컷만화 한장면이 보통 하나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한마디로 첫장면이 기, 두번째 장면이 승, 세번째 장면이 전, 네번째 장면이 결이라는 말입니다. "저수지의 걔들" 또한 이런 전형적인 "4컷만화식 기승전결"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단 한편으로 해당에피소드가 짧게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무슨말인가 하면 예를들어서 "말혹성 도착" 이라는 대제목 아래에 8~10편정도의 "4컷만화"가 각각의 기승전결과 소제목을 지닌채로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성한다는 얘기입니다. 좀더 알기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아래의 도표를 참고해 주세요.
 
<1편 말혹성 도착>
① 녹음기
② 적당하게~
③ 부탁
④ 여자의 가장 소중한 것? 
⑤ 끔찍한 얘기
⑥ 동료들
⑦ 대화
⑧ 여왕을 넘봐?
⑨ 특이한 취향
⑩ 여왕의 변덕

<2편 신 별주부전>
① 전하
② 멀미약
③ 잠수복 정비는?
④ 진귀한 먹거리
⑤ 전파장애
⑥ 자연의 법칙
⑦ 너도 뭐라고 해봐
⑧ 진맥
⑨ 횟감
⑩ 우주의 명의


"저수지의 걔들"의 만화책단행본 목차는 이런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각각의 FILE에 "대제목"이 있고 그 "대제목" 밑으로 각각의 "소제목"을 달고 있는 "4컷만화"들이 존재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을 다시 한번 설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블로그의 "카테고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것이다. 

 "저수지의 걔들"의 스토리의 흥미도와 재미는 그 어떤 "장편만화"들과 비교해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짜임새 있게 짜여진 이야기는 독자들이 만화속에 더 적극적으로 몰입하도록 하는 효과를 내며 필자 개인적으로는 "4컷만화에서도 이정도의 스토리를 보여줄수 있구나." 라는 감탄을 연발하도록 만들어준 작품입니다.

 자칫 어설프게 보일수도 있는 "4컷만화""스토리"를 개성넘치는 캐릭터들로 꽉꽉 채워넣어서 더이상 "어설프게" 보이지 않도록 만든 "저수지의 걔들"이 지니고 있는 최종진화의 비밀들! (下)편에서 나머지를 알아보도록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