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폴라베어뱅크(polarbearbank)
영화 보기 전에 반드시 읽어보자! - 윤태호의 "이끼" (下) 본문
(上편 포스팅 먼저 읽기 - 바로가기)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이끼"는 윤태호작가만의 채색법과 개성있는 구도로 "스릴러" 물로서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최대한 끄집어 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영리한 만화가가 만든 작품이다. "이끼"에서 쓰이고 있는 여러가지 만화기법은 그동안의 한국만화에서 찾아볼수 없었던 것들이 무척 많은데 어떤근거로 필자는 이런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지금부터 설명하려 하는 "이끼"만의 특징들과 재미에 대해서 누군가는 공감하지 못할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화컨텐츠가 그러하듯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 해석은 달라지기 나름이니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에서 "이끼"를 파헤쳐보겠다.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인생에서 실패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류해국"이 서울을 떠나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의 모습, 서울생활에 질려버린 "류해국"의 심정을 한눈에 느낄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끼"의 전편을 통틀어서 도시의 모습은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주인공인 "류해국"이 마을에 정착하게 된 이유도 도시생활에 지쳐버렸기 때문이며 검사역할을 맡고 있는 "박민욱" 또한 "류해국"과의 법정싸움으로 인해서 지방으로 발령되고 서울을 떠나게 되었기 때문에 더이상 "이끼"의 이야기속에서 "도시, 서울"이 차지할 영역은 없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주인공인 "류해국"이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는 발언을 듣고 당황해 하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이다. 유심히 이장면을 보고 있으면 알겠지만 이장의 모습이 유독 부각된다. 머리도 남들보다 2배는 크게 표현되어 있으며 표정 또한 다른인물들과 비교된다. 이는 비단 이 장면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이 아니라 "이끼"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장인 "천용덕"이 등장할때마다 이런식으로 표현된다.
이런 특징적인 장면들로 인해서 이장인 "천용덕"이라는 인물이 이 마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괴기스러운 인물이며 앞으로 "류해국"에게 가장 위협을 가할만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해준다. 또한 독자들이 이장이라는 미스테리한 인물에 대해서 "공포감"을 지니도록 하는 효과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이장인 천용덕은 원래 머리가 크다!" 라고 말한다면 할말 없지만….
주인공인 "류해국"은 마을사람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는 순간부터 마을을 몰래 조사하기 시작한다. 마치 어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탐정이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고 기록하듯이 "류해국"은 마을의 모든것들을 이런식으로 노트나 포스트잍에 기록해 놓는다. 때로는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은 유명한 스릴러영화, 미스테리영화, 탐정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흔한 장면이다.
이런식의 기록과 그림들이 훗날 의문투성이 사건들이 해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스릴러" 라는 최초 설정해 놓은 장르에 발맞추어 윤태호작가는 이런식의 구성도 빠뜨림 없이 만화속에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류해국"이 마을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마을 곳곳을 조사하다가 자신의 "의심병과 집착증"이 또 발동되었다고 판단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단지 직장에 충실하고, 인간관계에 충실하며,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했던 자신의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을 한탄하면서 마치 자기자신에게 모든 잘못이 있는 것 처럼 탄식하는 주인공 "류해국"은 보기에 안쓰럽기 까지 하다.
그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였던 부인조차도 이러한 그의 행동에 대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식으로 윤태호작가는 만화 "이끼"의 근본적인 주제이자 소재를 인간들의 "부조리와 부조화" 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이끼"같은 마을에 "이끼"처럼 둘러붙어 살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표현하는 부분도 그러하며 "박민욱검사"가 "류해국"을 돕기 위해서 지원요청을 할때 고위층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쳐야만 했던 장면들 또한 그렇다. 실제 윤태호작가가 표현한 "부조리와 부조화"들이 모두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볼수는 없지만 만약 실제 일어나고 있다면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수 없다.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류해국"이 인기척을 느끼고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부분은 "류해국"의 눈동자 변화다. 이런 장면은 "이끼"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기법으로서 정지된 2차원의 그림에 역동성을 불어 넣어준다. 또한 눈동자를 움직이는 찰나의 시간을 컷분할을 이용해서 이런식으로 표현되는 것은 독자들 스스로가 만화를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화는 움직이는 화면이 아니다. 움직이는 만화는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영화" 라고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을 뿐이다. "이끼"에서 쓰이는 이런 기법은 만화의 진화는 끝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지 않을까?
창밖에 서있던 인물은 다름아닌 "김덕천" 이었다. 위 장면은 "김덕천"이 "류해국"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몸이 얼어붙어 버리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위 그림과 아래그림을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위 그림에서는 "김덕천"이 "류해국"과 눈이 마주친 그 순간의 상황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아래그림은 정지된 화면이 끝난후에 계속해서 비가내리고 있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얼핏보면 위 그림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는 것 같고 아래그림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수도 있지만 절대로 눈이 내리는 장면이 아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정지시키면 동그란 물방울로 보이는 것은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소름끼치면서도 긴장되는 순간을 이런식으로 그려낸 것을 보면 윤태호작가는 만화라는 매게체로 사람의 심리를 어디까지 자극할수 있는지 독자들의 눈을 어디까지 즐겁게 해줄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매트릭스에서 순간적으로 총알을 피하는 장면에서 화면이 정지하고 다시 원래 속도로 화면이 전환되는 것을 기억하는가? 맞다. 바로 그러한 장면을 만화로 표현한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텍스트의 양과 책 자체의 페이지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보통 200페이지 기준의 만화책을 읽는데 15분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좀더 자세하고 깊이있게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면 15분의 2배가량인 30분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양이 어느정도 되는 만화책을 읽을때의 기준이다. "이끼" 같은 웹툰으로 제작된 만화들은 보통 아무리 텍스트라 많아도 읽는데 이것보다 적으면 적었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끼"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텍스트양이 꽤 되는 만화책을 읽는 것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왜 그랬을까? "이끼" 도 대사가 그닥 많은 만화는 아니다. 그림이 큼지막하고 웹툰을 책으로 엮어서 출판하였기 때문에 마음 먹고 읽는다면 1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필자는 30여분의 시간동안 "이끼"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을까?
"이끼" 는 독자들이 그림을 굉장히 꼼꼼하고 자세하게 보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이는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배경과 채색등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대사를 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고 현재 어떤 기분인지를 충분히 느낄수 있게 만들고 있기 때문인데 "말하지 않아도 알아~" 라고나 할까?
독자들이 책을 읽다가 혹은 다음속만화세상을 통해서 읽다가 순간적으로 그림에 멈추도록 하는 힘. 만화가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그려진 만화로서 들을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그런 힘이 "이끼" 에는 존재한다.
단,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인터넷을 통해서 "이끼"를 읽게 되면 그런 힘이 덜하다고 느낄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크기의 모니터 안에 "이끼"의 한컷한컷을 한화면에 볼수가 없다. 당연하게도 마우스를 이용해서 스크롤을 내리게 되어 있다. 그림이 뚝뚝 끊기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필자가 만화를 읽을때 지면만화책을 고수하는 이유이다.
필자는 "대리만족" 이라는 단어를 무척 즐겨 쓴다. 어렸을때 가난한 가정환경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아버지가 아들의 대학진학과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대리만족". 다리가 불편하여 외국으로 여행을 나가지 못하는 한 아이가 외국모습이 담겨 있는 영상과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대리만족". 좋아하는 동물들을 보기 위해서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곳까지 가지 못하는 한 아이가 동물의 왕국, 내셔널지오그래픽등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대리만족". 이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각자 경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을 모두 겪어가면서 살수는 없다. 그렇게 하려면 아마 인간의 수명이 200살이 되어도 부족할 것이다. (필자가 정의 내린 대리만족의 내용은 사전적인 뜻의 "대상행동-代償行動" 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통틀어서 "대리만족" 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나의 자유? ㅋㅋ)
"이끼"를 통해서 독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런 스릴러만화에서 "만족"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독자들은 마치 자기자신이 만화속의 상황에 처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독자와 만화가 한몸이 되어 간다고 해야할까? 가끔씩 "이끼"속의 섬뜩하면서 긴장되는 장면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듯한 착각을 받을때면 위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소름이 돋는다.
사실 "이끼"는 한마디 혹은 하나의 리뷰글로 만화의 모든것을 판단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만큼 읽는 사람들에 따라서 해석하는 방향도 각각이며 재미가 있고 없고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두 다르다. 지금까지 "이끼"의 특징들과 재미를 기준으로 "장점"에 대해서 논하였다면 지금은 잠시 "이끼"에서 느낀 아쉬운 점들을 짚어보고 갈 때이다. 이 또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
그동안 영화 혹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들은 셀수 없이 많다. 국내만화들만 기준으로 잡아도 "비트, 식객, 구르믈버서난달처럼, 공포의 외인구단, 타짜, 궁, 풀 하우스등등등등등". 이런 만화원작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전세계적으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입장에서는 어느정도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만화를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백지에서 시작하는 작업보다 손쉽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거부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만화들이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다른 영역에 있는 문화컨텐츠로의 외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포스팅의 제목을 도발적인 느낌이 나도록 "영화 보기 전에 반드시 읽어보자!" 라고 했을까? 이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영화 "이끼"를 관람하기 전에 만화 "이끼"를 먼저 읽어보아야 하는 이유 두가지를 주장해 보려고 한다.
가장 최근에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많은 영화들중에 큰 흥행을 한 작품을 꼽으라면 "식객, 타짜, 구르믈버서난 달처럼" 이 있다. (한국만화원작 기준) 이 세작품 모두 영화를 관람하기전부터 관람하고 난 후까지 만화가 원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국내에서 만화가 차지하고 있는 현재 위치를 대변해 준다.
분명히 세계적인 추세와 벌어들일 수 있는 부가가치를 따져보았을때 만화는 어떤 문화아이템들보다도 뛰어난 잠재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의 분위기는 "만화는 어린아이들만 읽는 저급문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안좋은 것, 만화책을 읽는 어른은 철이 들지 않은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나는 유명한 문화비평가인 "김현" 선생님의 말씀을 빌어 이런 시각으로 만화책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만화책, 다시말해 만화는 이미 영화, 드라마, 연극등의 고급(그들이 생각하기에 이런 문화아이템들은 고급이라고 생각한다.)문화로의 끊임없는 진출을 이루어 내고 있으며 왠만한 인기작품들의 대부분이 만화원작으로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걷지 못하고 60년대의 시선으로 만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안타까운 일인가?
이제 많은 대중들이 만화의 재미와 가능성을 알아채야 한다. 단순히 관심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화가 얼마나 흥미롭고 무한한 상상력이 존재하는 공간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감상한 후에 해당 만화원작을 읽어볼수도 있다. 하지만 만화를 먼저 읽어본 후에 만화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장면들이 영화로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만화원작을 읽은 후에 영화를 감상하고 난후, "원작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네. 영화가 원작보다 못 미치네." 라는 얘기를 하는것은 나쁜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만화가 영화 혹은 드라마보다 뛰어난점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기 때문에….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최근에 개봉한 만화원작 영화중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타짜, 식객, 구르믈버서난달처럼" 정도이다. 이 작품들과 "이끼"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타짜, 식객, 구르믈버서난달처럼" 은 원작만화와 많이 벗어난 설정과 캐릭터들로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타짜" 와 "식객"은 원작만화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한 주인공이나 장편이야기가 없다. 한마디로 장편스토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들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을 선택하여 영화로 만들었거나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보았던 사람들이 원작만화에 관심이 생겨서 읽어보아도 영화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원작만화를 재미있게 읽을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끼"는 다르다. "이끼"는 강우석감독이 결말을 만화와 다르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캐릭터, 명대사, 명장면, 설정, 등장인물등 모든것이 원작만화 "이끼"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더욱이 "이끼"는 5권이라는 분량으로 엔딩이 존재하는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가 있는 만화이다. 바꾸어 말하면 만화를 영화로 그대로 옮겨놓아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상태에서 영화를 먼저 감상한 사람이 혹여나 영화 "이끼"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을 경우에는 원작만화 "이끼"를 읽어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현재 시사회를 통해서 선감상한 사람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원작만화 이끼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큰재미를 느낄수 없을것이며 고개를 갸우뚱 할 만한 장면들이 많다. " 라고 얘기하고 있다. 결국 원작만화 "이끼"를 읽지 않은 사람들은 영화에서 특정장면이 나왔을 때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소중한시간, 비싼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감상했는데 "재미있었다. 감동적이다." 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뭐지?? 이 영화 뭐지??" 라는 물음표를 단채로 영화관을 나오고 싶은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원작에 대한 신뢰감은 해당작품을 읽어보지도 않고 급추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부담을 안고 싶지 않다면 영화 "이끼"를 관람하러 들어가기전에 원작만화 "이끼"를 반드시 읽고 들어가자.
만화 "이끼" 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하룻밤을 새도 모자랄 지경이다. 실제로 만화를 읽는 독자들에 따라서 해석하는 방향도 가지각색이며 윤태호작가 본인도 "이끼"의 결말과 의미하는 바, 스토리에 대한 해석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엄청난 인기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한국만화 최고의 스릴러만화인 "이끼".
강우석이라는 유명하고 능력있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개봉일날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감상하겠지만 영화 "이끼"는 영화대로 만화 "이끼"는 만화대로 자신만의 영역에서 독특한 색을 뿜어낼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강우석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흥행에 치명적일수도 있는【18세 미만 관람불가】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이끼"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어떠한 역할을 맡았는지 알아보자. ^^
이제 만화 "이끼"를 읽고 영화 "이끼"의 개봉일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원작과 어떤점이 똑같고 어떤점이 다른지 비교하면서 즐겁게 영화관람을 하기 위해 8,000원을 손에 들고 기다리자.
▶ "이끼" 만의 특징과 재미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이끼"는 윤태호작가만의 채색법과 개성있는 구도로 "스릴러" 물로서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최대한 끄집어 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영리한 만화가가 만든 작품이다. "이끼"에서 쓰이고 있는 여러가지 만화기법은 그동안의 한국만화에서 찾아볼수 없었던 것들이 무척 많은데 어떤근거로 필자는 이런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지금부터 설명하려 하는 "이끼"만의 특징들과 재미에 대해서 누군가는 공감하지 못할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화컨텐츠가 그러하듯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 해석은 달라지기 나름이니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에서 "이끼"를 파헤쳐보겠다.
(1) 채색과 그림체를 통한 인물의 심리묘사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인생에서 실패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류해국"이 서울을 떠나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의 모습, 서울생활에 질려버린 "류해국"의 심정을 한눈에 느낄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끼"의 전편을 통틀어서 도시의 모습은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주인공인 "류해국"이 마을에 정착하게 된 이유도 도시생활에 지쳐버렸기 때문이며 검사역할을 맡고 있는 "박민욱" 또한 "류해국"과의 법정싸움으로 인해서 지방으로 발령되고 서울을 떠나게 되었기 때문에 더이상 "이끼"의 이야기속에서 "도시, 서울"이 차지할 영역은 없었던 것이다.
(2) 과장되게 표현된 이장의 모습
이 장면은 주인공인 "류해국"이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는 발언을 듣고 당황해 하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이다. 유심히 이장면을 보고 있으면 알겠지만 이장의 모습이 유독 부각된다. 머리도 남들보다 2배는 크게 표현되어 있으며 표정 또한 다른인물들과 비교된다. 이는 비단 이 장면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이 아니라 "이끼"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장인 "천용덕"이 등장할때마다 이런식으로 표현된다.
이런 특징적인 장면들로 인해서 이장인 "천용덕"이라는 인물이 이 마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괴기스러운 인물이며 앞으로 "류해국"에게 가장 위협을 가할만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해준다. 또한 독자들이 이장이라는 미스테리한 인물에 대해서 "공포감"을 지니도록 하는 효과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이장인 천용덕은 원래 머리가 크다!" 라고 말한다면 할말 없지만….
(3) 스릴러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
주인공인 "류해국"은 마을사람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는 순간부터 마을을 몰래 조사하기 시작한다. 마치 어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탐정이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고 기록하듯이 "류해국"은 마을의 모든것들을 이런식으로 노트나 포스트잍에 기록해 놓는다. 때로는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은 유명한 스릴러영화, 미스테리영화, 탐정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흔한 장면이다.
이런식의 기록과 그림들이 훗날 의문투성이 사건들이 해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스릴러" 라는 최초 설정해 놓은 장르에 발맞추어 윤태호작가는 이런식의 구성도 빠뜨림 없이 만화속에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4) 이야기 곳곳에 숨어있는 우리내 삶속의 부조리와 부조화
이 장면은 "류해국"이 마을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마을 곳곳을 조사하다가 자신의 "의심병과 집착증"이 또 발동되었다고 판단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단지 직장에 충실하고, 인간관계에 충실하며,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했던 자신의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을 한탄하면서 마치 자기자신에게 모든 잘못이 있는 것 처럼 탄식하는 주인공 "류해국"은 보기에 안쓰럽기 까지 하다.
그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였던 부인조차도 이러한 그의 행동에 대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식으로 윤태호작가는 만화 "이끼"의 근본적인 주제이자 소재를 인간들의 "부조리와 부조화" 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이끼"같은 마을에 "이끼"처럼 둘러붙어 살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표현하는 부분도 그러하며 "박민욱검사"가 "류해국"을 돕기 위해서 지원요청을 할때 고위층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쳐야만 했던 장면들 또한 그렇다. 실제 윤태호작가가 표현한 "부조리와 부조화"들이 모두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볼수는 없지만 만약 실제 일어나고 있다면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수 없다.
(5) 만화같지 않은 만화기법 하나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류해국"이 인기척을 느끼고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유심히 보아야 할 부분은 "류해국"의 눈동자 변화다. 이런 장면은 "이끼"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기법으로서 정지된 2차원의 그림에 역동성을 불어 넣어준다. 또한 눈동자를 움직이는 찰나의 시간을 컷분할을 이용해서 이런식으로 표현되는 것은 독자들 스스로가 만화를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화는 움직이는 화면이 아니다. 움직이는 만화는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영화" 라고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을 뿐이다. "이끼"에서 쓰이는 이런 기법은 만화의 진화는 끝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지 않을까?
(6) 만화같지 않은 만화기법 둘
창밖에 서있던 인물은 다름아닌 "김덕천" 이었다. 위 장면은 "김덕천"이 "류해국"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몸이 얼어붙어 버리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위 그림과 아래그림을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위 그림에서는 "김덕천"이 "류해국"과 눈이 마주친 그 순간의 상황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아래그림은 정지된 화면이 끝난후에 계속해서 비가내리고 있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얼핏보면 위 그림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는 것 같고 아래그림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수도 있지만 절대로 눈이 내리는 장면이 아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정지시키면 동그란 물방울로 보이는 것은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소름끼치면서도 긴장되는 순간을 이런식으로 그려낸 것을 보면 윤태호작가는 만화라는 매게체로 사람의 심리를 어디까지 자극할수 있는지 독자들의 눈을 어디까지 즐겁게 해줄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매트릭스에서 순간적으로 총알을 피하는 장면에서 화면이 정지하고 다시 원래 속도로 화면이 전환되는 것을 기억하는가? 맞다. 바로 그러한 장면을 만화로 표현한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7) 멈추어 보게 하는 세밀한 그림체
텍스트의 양과 책 자체의 페이지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보통 200페이지 기준의 만화책을 읽는데 15분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좀더 자세하고 깊이있게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면 15분의 2배가량인 30분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양이 어느정도 되는 만화책을 읽을때의 기준이다. "이끼" 같은 웹툰으로 제작된 만화들은 보통 아무리 텍스트라 많아도 읽는데 이것보다 적으면 적었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끼"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텍스트양이 꽤 되는 만화책을 읽는 것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왜 그랬을까? "이끼" 도 대사가 그닥 많은 만화는 아니다. 그림이 큼지막하고 웹툰을 책으로 엮어서 출판하였기 때문에 마음 먹고 읽는다면 1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필자는 30여분의 시간동안 "이끼"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을까?
"이끼" 는 독자들이 그림을 굉장히 꼼꼼하고 자세하게 보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이는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배경과 채색등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대사를 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고 현재 어떤 기분인지를 충분히 느낄수 있게 만들고 있기 때문인데 "말하지 않아도 알아~" 라고나 할까?
독자들이 책을 읽다가 혹은 다음속만화세상을 통해서 읽다가 순간적으로 그림에 멈추도록 하는 힘. 만화가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그려진 만화로서 들을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그런 힘이 "이끼" 에는 존재한다.
단,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인터넷을 통해서 "이끼"를 읽게 되면 그런 힘이 덜하다고 느낄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크기의 모니터 안에 "이끼"의 한컷한컷을 한화면에 볼수가 없다. 당연하게도 마우스를 이용해서 스크롤을 내리게 되어 있다. 그림이 뚝뚝 끊기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필자가 만화를 읽을때 지면만화책을 고수하는 이유이다.
(8) 대리만족?
필자는 "대리만족" 이라는 단어를 무척 즐겨 쓴다. 어렸을때 가난한 가정환경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아버지가 아들의 대학진학과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대리만족". 다리가 불편하여 외국으로 여행을 나가지 못하는 한 아이가 외국모습이 담겨 있는 영상과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대리만족". 좋아하는 동물들을 보기 위해서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곳까지 가지 못하는 한 아이가 동물의 왕국, 내셔널지오그래픽등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대리만족". 이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각자 경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을 모두 겪어가면서 살수는 없다. 그렇게 하려면 아마 인간의 수명이 200살이 되어도 부족할 것이다. (필자가 정의 내린 대리만족의 내용은 사전적인 뜻의 "대상행동-代償行動" 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통틀어서 "대리만족" 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나의 자유? ㅋㅋ)
"이끼"를 통해서 독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런 스릴러만화에서 "만족"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독자들은 마치 자기자신이 만화속의 상황에 처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독자와 만화가 한몸이 되어 간다고 해야할까? 가끔씩 "이끼"속의 섬뜩하면서 긴장되는 장면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듯한 착각을 받을때면 위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소름이 돋는다.
이끼 3 - 윤태호 글 그림/한국데이타하우스 |
야후 Yahoo 3 - 윤태호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
야후 Yahoo 4 - 윤태호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
▶ "이끼" 에서 아쉬운 점은 없는가?
사실 "이끼"는 한마디 혹은 하나의 리뷰글로 만화의 모든것을 판단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만큼 읽는 사람들에 따라서 해석하는 방향도 각각이며 재미가 있고 없고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두 다르다. 지금까지 "이끼"의 특징들과 재미를 기준으로 "장점"에 대해서 논하였다면 지금은 잠시 "이끼"에서 느낀 아쉬운 점들을 짚어보고 갈 때이다. 이 또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
첫번째, 박민욱검사의 이해 못할 행동.
스토리상 중요한 역할을 하며 주인공 "류해국"과 악연으로 만났지만 그를 도와주게 되는 인물인 "박민욱검사". 그는 "류해국" 때문에 자신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부인에게 이혼까지 당한다. 말그대로 "미친개" 한마리를 잘못만나서 "똥" 밟은 것이다. 그런 그가 "류해국"의 도움요청에 잠시 망설이기는 하지만 흔쾌히 도와주려고 동분서주한다. 왜? "류해국"이 밉지도 않은가? 사실 이런 그의 심리묘사가 극중에 없는 것은 아니다. "류해국" 만큼이나 "박민욱검사" 또한 "이끼"에서 복잡한 그의 심리상태를 설명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극이 종반부로 갈수록 이런 노력은 적어진다. "박민욱검사"가 "류해국"을 돕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잠시 갈등하며 심각하게 고민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행동을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왜 굳이 그는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은 "류해국"을 도와주게 되는 것이었을까? 이에 대한 필자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이 리뷰의 끝부분에서 한번더 언급하겠지만 "이끼"는 단순한 만화로만 바라보면 "재미가 없다". "이끼" 속에는 인간본연의 폭력성과 부조리, 모순덩어리세상에 대해서 따로 장면을 할애하여 표현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만화속에 담겨져 있다.
이장인 "천용덕" 이 경찰 및 읍내 간부들과 합심하여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숨기려 하는 것 또한 자본주의에 결탁한 권력층이 어떤 음침한 짓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독자들에게 되묻는다. 이는 "이끼" 속에 등장하는 마을에서만 일어나는 허무맹랑한 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적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최소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끼"의 공간속에서 "박민욱검사"는 가장 순수한 인물이라고 할수 있다. 80화라는 긴 연재시간동안 수많은 감정변화를 겪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위험에 처한 한 사람을 순수한 검사의 위치에서 돕는것" 이다. 만약 그 또한 "류해국"과의 악연때문에 개인적인 감정이 섞여있기 때문에 "류해국"을 외면했다면 "이끼"속에서 "류해국"은 진작 처참하게 죽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류해국"을 도왔다. 개인적으로 "류해국"을 저주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한들 윗대가리들이 보기에 조그만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은 신경따위 쓰지 않고 있다한들 "박민욱 검사" 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것을 실천했던 가장 순수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박민욱 검사" 가 "류해국"을 도와서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비정상적인 행동이 설명가능해진다. "이끼"는 윤태호작가가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써서 만든 작품이다. 그만큼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서 만화가 얼마든지 모순이 생길수도 있고 모순이 없을수도 있는 것 아닐까?
두번째, 만화 초반부에 등장했던 또다른 마을사람들의 증발
크게 문제삼을수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철저한 시나리오속에서 먼지한톨 빠져나갈 것 같지 않은 탄탄한 스토리의 구성속에서 딱 한가지 흠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천용덕, 이영지, 김덕천, 하성규, 전석만" 을 제외한 다른 마을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인물들에 대한 설정은 만화 초반부까지만 해도 분명히 존재했다.
마을에 살고 있던 또다른 세사람. 만화초반부까지만해도 분명히 설정되어 있는 인물들 이었다. 하지만 만화 중반부부터 뜨거운 햇볕에 음료수 증발되듯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 갔을까? 애시당초 비중있는 인물들이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느 예술작품들이 그러하듯 만화는 단시간내에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이상 연재되는 것이 만화이다. 작품을 만드는 만화가들 스스로도 만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그려놓은 상태에서 연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연재횟수가 거듭되면서 초기에 설정했던 배경과 인물들, 심지어 스토리라는 큰 틀까지 수시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의미에서 "이끼" 초반부까지 등장했었던 인물인 "송기준, 김선창, 이중부" 의 증발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세밀하고 치밀하게 잘 짜여진 "이끼"의 스토리속에서 그들이 한번 등장을 했으면 어떤식으로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만약 "이끼" 가 조연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만화였으면 그들이 증발하든 말든 상관 없었겠지만….
스토리상 중요한 역할을 하며 주인공 "류해국"과 악연으로 만났지만 그를 도와주게 되는 인물인 "박민욱검사". 그는 "류해국" 때문에 자신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부인에게 이혼까지 당한다. 말그대로 "미친개" 한마리를 잘못만나서 "똥" 밟은 것이다. 그런 그가 "류해국"의 도움요청에 잠시 망설이기는 하지만 흔쾌히 도와주려고 동분서주한다. 왜? "류해국"이 밉지도 않은가? 사실 이런 그의 심리묘사가 극중에 없는 것은 아니다. "류해국" 만큼이나 "박민욱검사" 또한 "이끼"에서 복잡한 그의 심리상태를 설명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극이 종반부로 갈수록 이런 노력은 적어진다. "박민욱검사"가 "류해국"을 돕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잠시 갈등하며 심각하게 고민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행동을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왜 굳이 그는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은 "류해국"을 도와주게 되는 것이었을까? 이에 대한 필자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 극중에서 주인공인 "류해국" 다음으로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심리상태를 겪는 "박민욱검사" ※
이 리뷰의 끝부분에서 한번더 언급하겠지만 "이끼"는 단순한 만화로만 바라보면 "재미가 없다". "이끼" 속에는 인간본연의 폭력성과 부조리, 모순덩어리세상에 대해서 따로 장면을 할애하여 표현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만화속에 담겨져 있다.
이장인 "천용덕" 이 경찰 및 읍내 간부들과 합심하여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숨기려 하는 것 또한 자본주의에 결탁한 권력층이 어떤 음침한 짓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독자들에게 되묻는다. 이는 "이끼" 속에 등장하는 마을에서만 일어나는 허무맹랑한 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적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최소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끼"의 공간속에서 "박민욱검사"는 가장 순수한 인물이라고 할수 있다. 80화라는 긴 연재시간동안 수많은 감정변화를 겪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위험에 처한 한 사람을 순수한 검사의 위치에서 돕는것" 이다. 만약 그 또한 "류해국"과의 악연때문에 개인적인 감정이 섞여있기 때문에 "류해국"을 외면했다면 "이끼"속에서 "류해국"은 진작 처참하게 죽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류해국"을 도왔다. 개인적으로 "류해국"을 저주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한들 윗대가리들이 보기에 조그만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은 신경따위 쓰지 않고 있다한들 "박민욱 검사" 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것을 실천했던 가장 순수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박민욱 검사" 가 "류해국"을 도와서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비정상적인 행동이 설명가능해진다. "이끼"는 윤태호작가가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써서 만든 작품이다. 그만큼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서 만화가 얼마든지 모순이 생길수도 있고 모순이 없을수도 있는 것 아닐까?
두번째, 만화 초반부에 등장했던 또다른 마을사람들의 증발
크게 문제삼을수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철저한 시나리오속에서 먼지한톨 빠져나갈 것 같지 않은 탄탄한 스토리의 구성속에서 딱 한가지 흠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천용덕, 이영지, 김덕천, 하성규, 전석만" 을 제외한 다른 마을사람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인물들에 대한 설정은 만화 초반부까지만 해도 분명히 존재했다.
※ 송기준, 김선창, 이중부? 너희들은 뉴규? ※
마을에 살고 있던 또다른 세사람. 만화초반부까지만해도 분명히 설정되어 있는 인물들 이었다. 하지만 만화 중반부부터 뜨거운 햇볕에 음료수 증발되듯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 갔을까? 애시당초 비중있는 인물들이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느 예술작품들이 그러하듯 만화는 단시간내에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이상 연재되는 것이 만화이다. 작품을 만드는 만화가들 스스로도 만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그려놓은 상태에서 연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연재횟수가 거듭되면서 초기에 설정했던 배경과 인물들, 심지어 스토리라는 큰 틀까지 수시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런의미에서 "이끼" 초반부까지 등장했었던 인물인 "송기준, 김선창, 이중부" 의 증발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세밀하고 치밀하게 잘 짜여진 "이끼"의 스토리속에서 그들이 한번 등장을 했으면 어떤식으로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만약 "이끼" 가 조연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만화였으면 그들이 증발하든 말든 상관 없었겠지만….
※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이끼 3권, 4권의 앞표지와 뒷표지 ※
야후 Yahoo 5 - 윤태호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
이끼 4 - 윤태호 글 그림/한국데이타하우스 |
야후 Yahoo 6 - 윤태호 지음, 석정현 그림/랜덤하우스코리아 |
▶ 왜 영화관람전에 원작만화 "이끼"를 먼저 읽어야 하는가?
그동안 영화 혹은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들은 셀수 없이 많다. 국내만화들만 기준으로 잡아도 "비트, 식객, 구르믈버서난달처럼, 공포의 외인구단, 타짜, 궁, 풀 하우스등등등등등". 이런 만화원작을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전세계적으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입장에서는 어느정도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만화를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백지에서 시작하는 작업보다 손쉽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거부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만화들이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다른 영역에 있는 문화컨텐츠로의 외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포스팅의 제목을 도발적인 느낌이 나도록 "영화 보기 전에 반드시 읽어보자!" 라고 했을까? 이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영화 "이끼"를 관람하기 전에 만화 "이끼"를 먼저 읽어보아야 하는 이유 두가지를 주장해 보려고 한다.
(주장 1)
가장 최근에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많은 영화들중에 큰 흥행을 한 작품을 꼽으라면 "식객, 타짜, 구르믈버서난 달처럼" 이 있다. (한국만화원작 기준) 이 세작품 모두 영화를 관람하기전부터 관람하고 난 후까지 만화가 원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국내에서 만화가 차지하고 있는 현재 위치를 대변해 준다.
분명히 세계적인 추세와 벌어들일 수 있는 부가가치를 따져보았을때 만화는 어떤 문화아이템들보다도 뛰어난 잠재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의 분위기는 "만화는 어린아이들만 읽는 저급문화,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안좋은 것, 만화책을 읽는 어른은 철이 들지 않은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나는 유명한 문화비평가인 "김현" 선생님의 말씀을 빌어 이런 시각으로 만화책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 만화가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유치한 것 - 김현 】
만화책, 다시말해 만화는 이미 영화, 드라마, 연극등의 고급(그들이 생각하기에 이런 문화아이템들은 고급이라고 생각한다.)문화로의 끊임없는 진출을 이루어 내고 있으며 왠만한 인기작품들의 대부분이 만화원작으로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걷지 못하고 60년대의 시선으로 만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안타까운 일인가?
이제 많은 대중들이 만화의 재미와 가능성을 알아채야 한다. 단순히 관심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화가 얼마나 흥미롭고 무한한 상상력이 존재하는 공간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감상한 후에 해당 만화원작을 읽어볼수도 있다. 하지만 만화를 먼저 읽어본 후에 만화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장면들이 영화로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만화원작을 읽은 후에 영화를 감상하고 난후, "원작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네. 영화가 원작보다 못 미치네." 라는 얘기를 하는것은 나쁜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만화가 영화 혹은 드라마보다 뛰어난점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기 때문에….
(주장 2)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최근에 개봉한 만화원작 영화중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타짜, 식객, 구르믈버서난달처럼" 정도이다. 이 작품들과 "이끼"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타짜, 식객, 구르믈버서난달처럼" 은 원작만화와 많이 벗어난 설정과 캐릭터들로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타짜" 와 "식객"은 원작만화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한 주인공이나 장편이야기가 없다. 한마디로 장편스토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들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을 선택하여 영화로 만들었거나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보았던 사람들이 원작만화에 관심이 생겨서 읽어보아도 영화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원작만화를 재미있게 읽을수가 있는 것이다.
※ 만화를 먼저 읽어보든 영화를 먼저 감상하든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미 영화와 만화는 대중문화에서 환상의 조합을 이루고 있다. ※
하지만 "이끼"는 다르다. "이끼"는 강우석감독이 결말을 만화와 다르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캐릭터, 명대사, 명장면, 설정, 등장인물등 모든것이 원작만화 "이끼"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더욱이 "이끼"는 5권이라는 분량으로 엔딩이 존재하는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가 있는 만화이다. 바꾸어 말하면 만화를 영화로 그대로 옮겨놓아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상태에서 영화를 먼저 감상한 사람이 혹여나 영화 "이끼"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을 경우에는 원작만화 "이끼"를 읽어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현재 시사회를 통해서 선감상한 사람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원작만화 이끼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큰재미를 느낄수 없을것이며 고개를 갸우뚱 할 만한 장면들이 많다. " 라고 얘기하고 있다. 결국 원작만화 "이끼"를 읽지 않은 사람들은 영화에서 특정장면이 나왔을 때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소중한시간, 비싼돈을 지불하고 영화를 감상했는데 "재미있었다. 감동적이다." 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뭐지?? 이 영화 뭐지??" 라는 물음표를 단채로 영화관을 나오고 싶은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원작에 대한 신뢰감은 해당작품을 읽어보지도 않고 급추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부담을 안고 싶지 않다면 영화 "이끼"를 관람하러 들어가기전에 원작만화 "이끼"를 반드시 읽고 들어가자.
※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이끼 5권 앞표지와 뒷표지 ※
▶ 아무리 그래도 영화얘기를 안하고 갈 수 없다.
만화 "이끼" 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하룻밤을 새도 모자랄 지경이다. 실제로 만화를 읽는 독자들에 따라서 해석하는 방향도 가지각색이며 윤태호작가 본인도 "이끼"의 결말과 의미하는 바, 스토리에 대한 해석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엄청난 인기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한국만화 최고의 스릴러만화인 "이끼".
강우석이라는 유명하고 능력있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개봉일날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감상하겠지만 영화 "이끼"는 영화대로 만화 "이끼"는 만화대로 자신만의 영역에서 독특한 색을 뿜어낼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강우석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흥행에 치명적일수도 있는【18세 미만 관람불가】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이끼"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어떠한 역할을 맡았는지 알아보자. ^^
※ 류해국(박해일), 천용덕(정재영) ※
※ 박민욱검사(유준상) ※
※ 이영지(유선) ※
※ 김덕천(유해진), 전석만(김상호), 하성규(김준배) ※
※ 류목형(허준호) ※
이제 만화 "이끼"를 읽고 영화 "이끼"의 개봉일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원작과 어떤점이 똑같고 어떤점이 다른지 비교하면서 즐겁게 영화관람을 하기 위해 8,000원을 손에 들고 기다리자.
이끼 5 - 윤태호 글 그림/한국데이타하우스 ◀◁◀◁ 이끼 단행본 구입해서 읽어보러 가기 |
※ 다음속 만화세상에서 "이끼" 감상하러 가기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list/ikki?page_n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