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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스포츠 이야기

새로운 시대를 연 정성룡과 골키퍼에 대한 짧은 이야기

☆북극곰☆ 2010. 6. 14. 11:55
 지난 토요일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 매우 기분좋은 소식을 남아공으로부터 들을수 있었습니다. 사상최초로 원정 16강진출을 노리고 있는 대한민국국가대표팀이 그리스를 상대로 2:0의 완승을 거두었기 때문이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월드컵이였지만 대한민국국가대표팀이 유럽팁을 상대로 첫승을 거두었다는 소식은 그 어떤 뉴스보다 짜릿하고 신나는 일이 아닐수 없죠.

 첫골을 넣은 이정수, 프리킥의 달인 기성용, 캡틴 박지성, 볼튼의 에이스 이청용, 노련한 이영표, 왼발의 달인 염기훈, 진공청소기 김남일, 터미네이터 차두리 등등 우리나라 국가대표선수 어느누구 한명 이번 그리전에서 잘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죠,

 하지만 저는 한선수에게 유독 많은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는 바로 그리스전에서 무실점으로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낸 【정성룡】선수입니다.

▶ 아름다운 퇴장

 이번 월드컵이 개막되기 전만해도 대한민국의 수문장 No.1은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중의 한명인 【이운재】였습니다. 그의 신들린 선방과 안정적인 골키퍼 능력은 여지껏 대한민국축구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큰 역할을 해 왔었죠.

 하지만 이런 이운재가 갑자기 휘청하기 시작합니다. 시작은 프로축구 K리그에서 였습니다. 수원소속인 이운재는 불안한 모습은 연달아 보이며 팀이 최하위권으로 추락하는데에 일조했습니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을 이운재만의 탓으로 돌릴수는 없지만 이운재의 기량이 예전만큼 발휘되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를 두고 팬들은 "이운재가 너무 살이 쪘다! " , "이운재 스스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면서 경기를 한다!" 등등 수많은 비난의 화살을 던지며 허정무호 전체의 판단력을 의심했습니다.
 팬들의 불만은 이운재라는 골키퍼의 실력을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고 믿어왔기 때문에 나온 어쩔수 없는 비난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운재의 기량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여 그를 강력하게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운재는 올해로 38살입니다. 보통 필드에서 뛰는 축구선수라면 은퇴하고도 남았을 나이인데 골키퍼라는 특수한 포지션의 성향상 아직까지 선수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38살의 이운재가 2002년 당시 30살때의 기량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나이가 들면 자신의 실력과 기량이 하강곡선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네덜란드의 국가대표 골키퍼이며 박지성의 소속팀인 맨채스터유나이티드의 거미손 반데사르 또한 올해로 40살입니다. 

 당연히 축구선수로서 찾아오는 기량의 감소인데 그것을 두고 맹렬하게 비난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또한 허정무감독으로서는 이운재라는 골키퍼의 상징적인 의미도 무시못했을 것입니다. 모든 경기가 그러하듯 큰일을 일구어낸 선수 한둘이 그 팀에 실제 경기실력보다도 더 큰 힘과 정신적인 능력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황제 임요환이 소속팀이 SK에서 실제 경기에 나서지는 않지만 여전히 팀원들을 위해서 선수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수 있습니다.)

※ 모든 스포츠팀은 현재 잘나가는 선수만 영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 테란황제 임요환의 현재 기량은 지금의 젊은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팀의 동료들과 E-Sports계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그가 주는 의미와 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

 하지만 예전의 황혼에만 젖어있기에 허정무호의 전력은 완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팬들의 마음을 읽은 허정무감독은 이운재 대신에 정성룡을 테스트하기 시작합니다.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에 열린 수차례의 평가전에서 정성룡을 투입시켜 그의 기량을 점검했죠.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대한민국국가대표의 골키퍼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죠. 모두의 예상대로 정성룡은 이운재 대신에 첫경기인 그리스전에 나섰고 전국민 모두 그의 멋진 선방에 환호했습니다.

 이운재의 후배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퇴장이 없었다면 한창 꿈과 능력을 발휘해야할 정성룡의 앞길을 막아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국가대표 골키퍼로서 전국민에게 환희와 감동을 주었던 이운재선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11명의 축구선수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골키퍼

 벌써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조기축구팀을 만들어 활동한지 5년째가 되었습니다. 저의 주포지션은 골키퍼입니다. 가끔씩 필드에서 공격수 혹은 수비수로서 뛰기도 하지만 중요한 시합에 나설때에는 항상 골키퍼장갑을 끼고 골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골키퍼라는 위치는 가장 위험하고 힘들면서도 빛을 보지 못하는 직책입니다. 누구나 골을 넣는 스타플레이어들을 기억하지 골키퍼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제가 소속되어 있는 팀에서는 친구들이 3D 업종이라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팀원들이 그만큼 골키퍼를 자처해서 맡던 제게 많은 혜택을 주기도 했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 부끄럽지만 상대편 골문 앞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팀원들을 바라보고 있는 필자의 모습입니다. ^^;;;;;※

 저는 제 개인 실력을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발이 느리고 기술이 없는 저로서는 최대한 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었던 포지션은 골키퍼밖에 없었으니까요. 5년이라는 기간동안 매주 골키퍼를 하다 보니까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얼굴이 크게 다치기도 했었고 무릎이 까지기도 했었으며 심한 경우에는 발목에 금이 가기도 했습니다. 매일같이 다이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무릎과 팔꿈치는 남아나지를 않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슛을 막아냈을때의 희열은 한골 넣었을때의 기쁨 그 이상입니다. 멋진 포즈와 선방으로 중거리슛 혹은 1:1찬스를 막아냈을때 머릿끝까지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수 없는 즐거움이죠.

 현재 프로선수로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골키퍼들도 저와 비슷한 느낌과 감정으로 열심히 운동장에서 골대를 지키고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축구경기를 관람할때 현란한 드리블을 펼치는 멋진 공격수 혹은 미드필더들에 집중하지만 저는 프로축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 직접 경기장을 찾든, TV를 통해서 국가대표 및 외국리그의 경기를 보든, 골키퍼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저같은 아마추어가 아닌 진짜 프로축구골키퍼선수들의 몸놀림과 자리선정등을 통해서 배울점이 있으니까요.
※ 부끄럽지만 얼마전 정식시합경기에서 상대편의 중거리슛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필자의 모습입니다. ^^;;;;;; ※

 홀로 골대를 지키고 서있는 골키퍼의 존재. 그들의 외로움과 기쁨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어떤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보다도 실수를 했을때 비난의 화살이 많이 날아오는 포지션이자 잘해도 본전 못하면 역적이 되어버리는 골키퍼라는 포지션. 좀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위치입니다. 

 저는 11명의 축구선수들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신경써야 할 포지션은 골키퍼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골키퍼가 주는 무게감은 이루말할 수 없는 힘이 되니까요.

▶ 골키퍼들의 잔치가 되어 가고 있는 2010남아공 월드컵

 지금까지 진행된 경기를 모두 시청한 것은 아니지만 하이라이트는 꼭 챙겨서 보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골이 적은 것 같습니다. 좀더 화끈한 공격축구를 위해서 2010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의 반발력과 탄력을 증가시켰는데도 불구하고 골이 생각보다 적은 것은 의외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수도 있지만 골키퍼들의 화려한 선방과 뛰어난 기량 때문도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개막 4일째인데도 불구하고 각 국가대표 골키퍼들의 선방은 눈부실 정도 입니다. 한국국가대표의 정성룡 선수 뿐만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1차전을 치른 나이지리아의 골키퍼 에니에아마선수는 메시라는 거물급 특급스타및 화려한 공격수들로 포진된 아르헨티나에게 단 한골만 허락했을 뿐입니다. 실제 그의 눈부신 선방모습을 동영상으로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패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MVP로 선정된 나이지리아 국가대표골키퍼 빈센트 에니에아마. 아르헨티나의 간판공격수 메시도 경기후 그를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자신출처는 사커라인 (http://www.soccerline.co.kr/) ※
 
 바로 어제 있었던 세르비아 VS 가나, 알제리 VS 슬로베니아경기에서도 골키퍼들의 멋진 선방은 너무나 당연한 듯이 수차례 일어났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이 개막하기전부터 공인구인 자블라니의 문제점에 대해서 각국 골키퍼들은 불만을 터뜨렸지만 어차피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자블라니에 익숙해지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각국을 대표하는 골키퍼선수들이 얼마나 자블라니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노력했을까요?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유독 골키퍼들의 멋진 모습들이 많이 나오고 있도록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골키퍼의 실수는 때때로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미국과 잉글랜드의 1차전경기. 잉글랜드의 축구영웅 제라드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잉글랜드는 골키퍼인 로버트그린의 어이없는 실수로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잉글랜드로서는 미국과의 1차전에서 승리를 하지 못한 것은 잉글랜드국민들 및 선수들이 땅을치고 통곡할 일이지요.

※ 이이없는 실수로 한순간에 잉글랜드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로버트 그린골키퍼. 사진출처는 뉴시스통신사 (http://www.newsis.com/)※ 

 어제 열렸던 알제리와 슬로베니아의 경기에서도 알제리의 유명한 골키퍼 파우치 샤우지가 안일하게 중거리슛을 잡아내려다가 실수로 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결국 한명 퇴장까지 당한 알제리는 그대로 1:0패배를 하고 말았죠.

 이처럼 골키퍼의 선방하나, 실수하나로 경기의 흐름은 완벽하게 바뀌어 버릴수도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이런 골키퍼의 선방 혹은 실수는 해당국가의 국민 모두를 웃게 만들수도 울게 만들수도 있는 것이죠.

▶ 어떤 포지션보다도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골키퍼

 보통 축구경기에서 골키퍼에게 집중되는 관심과 응원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적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중요하며 최종수비수라는 얘기를 듣는 골키퍼. 골키퍼의 멋진선방 한번은 한골을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보여줄 각국 국가대표 골키퍼들의 선방을 기대하고 대한민국국가대표 골키퍼로서 이운재의 바통을 이어받은 영광을 얻은 정성룡의 눈부신 활약도 간절히 기원하며 한달간 화끈하게 즐겨볼랍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껏 국제대회에서 멋진 선방을 보여준 골키퍼 영상 모음을 보면서 아르헨티나전을 기다려볼까요?

 이세상의 모든 골키퍼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제가 조기축구 포지션이 골키퍼여서 그런것 절대 아닙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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