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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만큼이나 두려워 하고 있을지도 모를 현역장병들 본문
현역제대를 하신분들은 모두 한두번정도 실제상황을 겪어보셨을 것입니다. 제가 군복무한 곳은 강원도 철원의 최전방부대였습니다. 평상시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최전방에서 후방부대가 정비할수 있도록 최대한의 시간을 끌어야 하는 것이 우리부대라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가장 목숨을 유지할수 없는 부대중의 하나가 우리부대라고도 교육을 받았고요. 그때 당시에는 그것이 일종의 자긍심같은 것으로 작용을 했습니다. 강원도 최전방의 북한과 굉장히 인접한 부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는 뜻모를 자긍심. 처음에는 죽을만큼 짜증나고 싫었지만 말입니다.
군부대에서 하는 훈련중에서 모의로 전시상황을 가상하여 실제 전쟁터에 출전하기직전까지의 과정을 겪어보는 훈련이 있습니다. 이 훈련에서 전시상황을 알리는 공습경보가 울리면 그 즉시 군장을 싸고 총을들고 탄창과 수류탄, 대검을 지급받으며 전투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런 한시가 급한 상황속에서 장병들에게는 한장의 편지지와 편지봉투가 주어집니다. 갑자기 왠 편지지와 편지봉투일까요? 부대의 모든 장병들은 전쟁터로 나가기 직전에 그 한장의 편지지에 부모님, 애인, 가족들에게 짧은 내용의 편지를 작성한후 자신의 손톱 혹은 머리카락과 함께 편지봉투에 집어 넣습니다. 그 후 자신이 평소에 생활하던 막사안에 있는 관물대 앞에 놓고 전쟁터로 출진하죠. 그후 전쟁터로 직접 뛰어들지 않고 지휘통제실에서 전쟁을 맞이하게 되는 병사들이 마지막일수도 있는 그 편지들을 모아서 가족들에게 보내주는 작업을 합니다.
연병장(운동장)에 완전군장으로 모인 장병들은 마지막으로 부대장의 명령을 하달받고 처절한 전쟁터로 향하게 되죠.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모의로 1년에 2번정도 훈련하게 됩니다.
저 또한 이 훈련을 받았었는데 실제 군대에서 이 훈련을 받게 되면 모의훈련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비장합니다. 또한 완전군장상태에서 부모님, 애인,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한사람한사람 앞에 나와서 낭독하기도 합니다. 그때 그 편지를 읽는 장병과 듣고 있는 장병들 모두 실제 전쟁터로 출진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허다했죠. 저도 앞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를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렇듯 지금 군대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는 장병들은 북한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 할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모의훈련을 통해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데 실제상황에서는 얼마나 더할까요?
저는 군생활중에 실제상황을 2번 겪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상병시절, 철책선 일부가 가로세로 30cm정도 뜯겨진 흔적이 발견되고 나서 긴급상황이 전파되었죠. 그때의 혼란스러움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방송에서는 실제상황이라는 경보가 울렸으며 강원도 최전방이다 보니까 이런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 후방부대보다 예민할수 밖에 없었죠. 북한군인들이 침투를 했을수도 있으니까요. 실제 탄환이 들어 있는 탄창이 지급이 되고 수류탄도 지급이 되었습니다. 모두 완전군장으로 하이바와 총을 들고 있는 채로 각자의 진지로 가서 경계근무를 섰죠.
누군가 총격을 가한것도 아니고 누군가 침략을 한것도 아니었는데 이 실제상황은 2틀정도 지속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틀동안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면서 각자의 진지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경계근무를 섰던 것이죠.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제가 겪었던 감정은 복잡했습니다. 한마디로 두려웠죠. 실제 총탄과 수류탄이 지급이 되고 이상황은 실제상황이다라는 방송이 귓가를 따갑게 울려대고 있던 그 상황.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유치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당시 어쩌면 진짜 전투를 해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비장한 마음으로 몰래 부모님께 전화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화를 해서 이제 언제 전화를 또 할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생각하면 무척 우습고 부모님에게 못할 짓을 한것 같은데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왜그랬을까요? 저는 강원도 최전방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누구보다도 책임지고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떳떳한 군인이었는데 왜 두려움에 떨었을까요? 실제 자신이 2년동안 군복무를 하는 도중에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 일어날것이라고 상상하는 군인은 많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로또 맞기 보다 힘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밖에서는 장난식으로 "2년간 군대에서 쉬다와라" 라는 얘기를 할수가 있는 것이죠. 군복무 하는 군인들은 단 1명도 절대 전쟁이 일어날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내가 군대에 있을동안에는 전쟁 일어나지 마라"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다가 실제상황이 발생이 되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군인또한 사람인지라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총알이 수류탄이 대검이 내 손에 쥐어진다고 생각을 해보십시오. 정말 손이 덜덜 떨립니다. 하지만 그 떨림과 두려움은 이내 나라를 수호해야겠다는 굳은 의지로 탈바꿈하여 나도 모르게 결연해지고 입을 굳게 다무는 내모습을 발견할수 있습니다. 이는 나 자신뿐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전우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내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내가 나라를 지켜야 한다." 라는 그 의지 말입니다.
이번 연평도에서 일어난 북한의 포격사건으로 전군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군복무할때 겪었던 일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심각하면서도 현실적인 비상사태이죠. 그렇게 단순한 일에도 실제상황이라는 말에 두려움에 떨었던 제 모습을 회상할때 지금 군복무를 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군인장병들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까 상상이 됩니다.
또한 그들이 곧있으면 그때의 제 모습처럼 두려움이 비장함과 용기로 탈바꿈될 것이라고도 확신합니다. 지금 이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 또한 몇일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친구, 형제, 후배, 선배들이었죠. 그들이라고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현재상황을 무서워 하지 않을리가 없을 것입니다.
유례없는 지상폭격이 이루어진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해서 군인들뿐만이 아니라 온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일일 것이고요. 우리 군인장병들이 두려움에 떨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라를 위해 몸바쳐야 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듯이 우리 모두 이상황에 대해서 너무 두려워 하지 말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어? 연평도면 우리동네도 아닌데 뭐. 나랑은 상관없어." 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두려움을 느끼는 감정보다도 더 무서운 감정일 것입니다. 두려움은 곧 용기가 되지만 이런 생각은 용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말입니다. 아버지께서 갑자기 연평도포격사건 뉴스를 접하고 전화를 하시더니 "군복이랑 군화 꺼내놓을까?" 라고 하시더군요. 아버지의 그 말에 웃어보이기는 했지만 정말 군복을 다시 입고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예비군의무가 있는 저로서는 전쟁이 일어나면 다시 현역입대를 해야하니까요. 답은 하나였습니다. 어떤 답이었을까요?
이번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서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서정우 병장" 과 "문광욱 이병"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이들의 안타까움 죽음을 남의 일이라고 치부한채 하루를, 일주일을 웃으면서 보내기가 힘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