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폴라베어뱅크(polarbearbank)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 (下) - "사이시옷" 본문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 (下) - "사이시옷"

☆북극곰☆ 2010. 11. 18. 07:29


 만화 읽어주는 남자 입니다. 

 몇주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만화책중에 한국만화가들이 모여 인권과 관련한 단편만화들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 2003년에 발간한 책이 있었다고 소개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단 한권의 단편만화책이지만 지금도 이시각 어느곳에선가 불합리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담고 있는 가치있는 만화책이라고 얘기를 했었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당시 이 만화책을 소개하면서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 (上)"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었습니다. "上"이라는 것은 "下"도 있다는 의미겠지요? 
 "십시일反"이라는 인권과 관련한 예민한 주제를 다룬 단편만화책이 발간된지 3년후, 다시한번 국내의 내로라 하는 만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사이시옷"이라는 또다른 단편인권만화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사실 "사이시옷"2006년에 발간이 되었기 때문에 이미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린 구간만화책 이기는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의 모습들은 아직도 우리사회내에서 공공연히 나타나고 있거나 현재진행중인 일들이 많기 때문에 출간시점은 그닥 중요치 않은 요소인 듯 보입니다.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 (下) - 사이시옷" 속에는 어떤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 담겨 있을까요? 자,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단편작품수는 적지만 호흡은 더 길어진 사이시옷.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하고 도서출판 창비에서 편집한 두번째 인권만화책인 "사이시옷"에 실려있는 단편만화의 숫자는 3년전 출간된 "십시일反"보다 적은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지적인 면에서나 양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판단할수 있듯이 단편작품 하나하나의 호흡이 "십시일反" 보다 길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작품속에 집중할수 있는 몰입감이나 해당 인권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해볼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십시일反"보다 훨씬 나은편이다.

 "십시일反"에서도 다루었던 [비정규직, 동성애자, 장애인, 빈부격차]등에 대한 주제를 다룬 단편만화들은 그대로 그 바통을 이어받았고 "십시일反"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비혼모, 군대문제]등의 젊은세대들이 겪는 고민과 갈등을 추가적으로 "사이시옷"은 다루고 있다. 

 이 "사이시옷"의 여는글에서도 밝히다시피 "십시일反"과 겹치는 주제의 내용들에 대해서는 편집부에서도 고민이 많았었다고 하는데 되려 차별로 얼룩진 작금의 현실을 만화가들이 자신들만의 표현방법으로 만화를 그려내는 것은 끝없이 작업해도 넘쳐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단편만화들이 넘쳐날정도로 많이 창작되는 것 자체는 기뻐할만한 일이지만 이런 인권문제에 대한 주제를 다룬 만화를 끝없이 그려도 넘쳐나는 현실자체는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밝히고 있다.
 
이 새로운 인권만화책의 제목은 [사이시옷]으로 지었다. 두 낱말이 어울려 한 낱말을 이룰 때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사이시옷". 이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줄 "시옷"이 되면 좋겠다. 그 "시옷(ㅅ)"이 사람(人)에 대한 진정어리니 생각, 편견 없는 생각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제 "사이시옷"이란 이름에 담긴 뜻처럼 이 책이 사람들 사이를 이으면서 끊임없이 인권의 문제를 생각하게 해주길 기대하며, 나아가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지금 이 책을 펼쳐든 단신이 바로 사람들간의 "사이시옷"이 되어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여는글에서 발췌.

▶ 참여한 만화가와 단편작품들
 
(1) 손문상 - 한국일보 [강다리], 동아일보 [동아희평], 부산일보 [부일만편], [바그다드를 흐르다], [얼굴], [십시일反]

"비정도시, 완전한 만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불합리한 차별의 모습을 한컷의 만화를 통해서 담아내고 있다. 여러컷으로 구성이 된 스토리가 있는 만화보다도 때로는 이러한 단 한컷의 만화가 많은 의미를 함축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짧은 한컷의 만화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단편작.

(2) 이애림 - [숏 스토리], 애니메이션 [육다골대녀]

"그는?"

 마치 어린시절, 노트를 찢어서 낙서를 한듯한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된 만화. 사진에서도 보다시피 특별히 만화를 그리기 위한 전용도구를 이용한것이 아니라 노트, 연필, 색연필, 크레파스등을 통해서 만화가 구성되어 있다. "그는?" 이라는 불특정한 인물을 어른들의 고정관념에 의해서 한 어린아이가 자신의 의지대로 평가하거나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시선으로 "그"를 평가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그리고 있는 단편작. 

(3) 장차현실 - 이프 [색녀열전], 인터넷한겨레 [현실을 봐], 세계일보 [별아이 현실엄마], 여성신문 [작은여자 큰여자]등

"여배우 은혜"

 다운증후군 장애를 앓고 있는 "은혜"라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어머니의 고민과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단편작. "사이시옷"에 실려 있는 만화중에서 그나마 밝은 기운을 느낄수 있는 작품이며 "은혜"가 비록 장애인이기는 하지만 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차별의 눈을 허무는 존재로서 성장하게 되는 다소 희망적인 스토리라고 할수 있다.

(4) 홍윤표 - [천하무적 홍대리], [십시일反]

"이상한 나라의 홍대리"

 2106년의 미래로 날아가게 된 홍대리. 그가 그곳에서 목격한 광경은 차별이 당연시 되고 오히려 특정한 인물들에 대해서 (여성, 불법노동자, 장애인등) 차별을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 괴상한 시대의 모습이다. 2106년의 미래사회는 여성들은 아무리 일을 잘하고 똑똑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결혼을 비롯한 모든 선택을 남성의 허락없이는 할수 없는 사회로 변하고 말았다. 또한 회사의 사장이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월급을 주게되면 되려 철창신세를 지게 되는 이상한 나라. 결국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과할정도로 심해진다면 어떤 세상이 올지 상상하여 그려낸 단편작. 

(5) 오영진 - 오마이뉴스 [신북한기행], [테러리스트], [남쪽손님], [빗장열기]

"새대가리"

 학교, 학원, 독서실, 경쟁, 수능, 대학교라 불리우는 새장에 갇혀있는 청소년들의 날개가 찢겨 나가는 과정을 독특한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는 단편작. 더 높은 하늘을 향해서 날아오를수 있는 날개를 지닌 청소년들이 새장에 갇혀지내기만 하면서 제목 그대로 "새대가리"가 되어가고 만다. 사춘기 시절을 거침과 동시에 등에 돋아나는 꿈과 희망이라는 날개를 억지로 뜯어내버리는 어른과 부모님의 이기심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담고 있는 장면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6) 정훈이 - 씨네21 [정훈이만화], [내 멋대로 시네마], [뒹굴뒹굴 안방극장], [트러블 삼국지], [두 바닥 시네마]

"해리포터와 호구왔다 마법학교"

 마법사를 양성하는 학교인 "호구왔다 마법학교"에 입학하게 된 "해리포터". 순전히 실력만으로 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부자들만 다니는 "호구왔다 마법학교"의 이상한 분위기 탓에 제대로 된 수업조차 받지 못하고 학교에 대한 적응 또한 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 "호구왔다 마법학교"는 창의적인 "마법사"를 양성하기는 커녕 "마법"과 전혀 상관없는 "의사, 변호사, 공무원"만 양성하려하는 주입식교육을 펼치고 있는데…. 결국 엄청난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한상태로 "호구왔다 마법학교"에서 수업을 받게된 "해리포터"는 제대로 된 마법하나 배우지 못하고 선생님들께 이유없는 미움만 받게 된다. 주입식교육, 빈부격차에 따른 차별, 공교육의 문제점등 다양한 인권문제를 한작품속에 다루고 있는 단편작.

(7) 유승하 - 한겨레 신문 [북카툰], [별주부전], [살려줄까말까], [아가야 울지마], [아빠하고 나하고], [십시일反]

"축복"

 우연히 대학생의 꾀임에 빠져서 그남자와 잠자리를 하게 된 한 여학생. 그 여학생은 자신이 임신을 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사실을 알았을때에는 이미 수술을 하기엔 늦어버린 상황. 하는수 없이 부모님께는 친구집에서 합숙공부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지방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자마자 비혼모가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를 서글퍼하지만 동시에 친구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인생선배야." 라는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는 여학생의 모습이 안타깝다. 또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것은 가족들과 친구들의 축복을 받아야만 하는일인데 축복은 커녕 아이를 낳은 후에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아려오게 만든다. 실제 대한사회복지회에서 발간한 비혼모수기집의 내용을 일부 각색하여 만들어진 단편만화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8) 최규석 - [습지생태보고서],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 [100도씨], [대한민국원주민]

"창"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만화가중의 한명인 "최규석"작가의 "창"이라는 단편작. 이 작품은 젊은남자들이라면 피할수 없이 가야만 하는 "군대"라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병들이 행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또다른 장병들에게는 차별과 억압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군대라는 집단안에서 펼쳐지는 억압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누가 진실이고 누가 옳고그른지를 분간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항상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는 결말을 즐겨 쓰는 최규석작가는 이번에도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이라면 곰곰히 한번쯤 생각할법한 결말을 던져주고 있다.

▶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은 올것인가?

 만화책의 타이틀앞에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결국 만화가들만이 꿈꾸는 것이 아니라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자신이 당하는 차별에는 민감하면서 자신이 은연중에 누군가에게 행하는 차별에는 관대하지는 않은가? 진정 차별없는 세상을 원하는 사람이 존재할까? 차별은 누구나 당할수도 있지만 누구나 행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라는등의 다양한 의문점과 생각할 거리를 숙제로 남겨준 후에야 책을 덮게 만드는 "사이시옷" "십시일反"보다 그 무게감과 내용적인 면에서 조금은 빈약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만화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외침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결국 보여주고 있다고 할수 있다. 이 세상에 크고 작은 차별과 인권문제가 존재하는 한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에 대한 외침은 끝이 없을 것이다.



사이시옷 - 10점
손문상.오영진.유승하.이애림.장차현실.정훈이.최규석.홍윤표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