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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만화 논란으로 본 만화의 사회적책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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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만화 논란으로 본 만화의 사회적책임.

☆북극곰☆ 2010. 9. 16. 06:30
 

 오늘 오전, 아주 흥미로운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천안함만화 논란" 이라는 관련제목으로 수십개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 바로 그것인데 "간만에 만화가 이슈화 되었네?" 라는 두근 거리는 마음에 기사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기사를 모두 읽어보니 해당만화 원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내 두눈으로 직접 보고 읽고, 판단하고 싶어서 였다. 

 요새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들의 대부분이 특정부분만을 특화시켜서 내용자체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직접 만화를 읽지 않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결국 검색끝에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 이라는 제목의 국방부에서 제작된 만화를 읽을수가 있었다. 만화를 끝까지 읽고 난 후에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느낌은 "이럴수가! 이건 아닌데……" 였다.

 필자가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만화의 논쟁중심에 있는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발표, 되도 않는 내용으로 만들어진 저질만화, 잘못하면 한방에 가는수가 있다라는 대사속에 숨겨진 무언의 협박" 등이 아니다.

 필자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철저하게 만화를 읽는독자입장에서 예전부터 생각했었던 "만화의 사회적책임" 이다. 이부분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 이라는 만화가 왜 논란의 중심에 설수밖에 없는지를 얘기하고 싶다. 자, 지금부터 시작한다.

▶ 만화의 사회적책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이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지만 만화를 사랑하고 즐겨 읽는 독자입장에서 언급하자면 "만화에도 사회적 책임이 있다" 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만화시장만큼은 굉장히 기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애시당초 대여점 및 불법다운로드가 판을 치기 시작하면서 만화시장은 오래전에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고 그나마 웹툰이라는 대체 요소를 찾기는 했지만 이또한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시한폭탄같은 시장이다. 

 어느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만화"라는 매체는 가장 직관적으로 무언가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수십줄로 나열된 기사나 글을 읽는 것보다 깔끔하게 핵심적인 내용들을 정리한 만화를 읽는편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는 활자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자들도 쉽게 읽을수 있다는 최대강점이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본래 글보다는 그림이 이해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이 "그림책"이며 조금더 성장하면 "학습만화" 등의 만화책, 청소년기가 넘어가면서 일반적인 "책"을 순차적으로 읽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잡지책"이 읽기 편한가, "소설책"이 읽기 편한가? 은행에서 번호대기표를 뽑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중에 은행내에 구비된 "잡지책"을 읽는가? "소설책"을 읽는가?

 이렇듯 그림이나 사진이 포함되어 있는 책은 활자로만 가득찬 책보다 접근하기 쉽고 잘 읽힌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 것만은 명확한듯 보인다. 만화, 그렇다면 만화는? 방금 언급한 부분에 가장 특화된 책이 "만화책"이다.

 일반적으로 "만화"는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가장 손쉽고 부담없이 읽을수 있는 매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따른 파급효과 또한 다른 매체들보다 크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만화의 힘을 약간 무시하는 풍토가 없지않아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자. 어렸을때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들 혹은 만화영화들, 이름만 대면 기억날것 같지 않은가? 어렸을때 인상깊게 읽었던 소설책의 주인공을 떠올리기 쉬운가, 매일저녁 5시, TV속에서 만났던 만화캐릭터를 기억하기 쉬운가?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화는 어린이, 청소년, 어른 할것없이 모두 손쉽게 읽을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책임이라는 것이 존재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좋게 쓰이면 약, 나쁘게 쓰이면 독
   
 바로 몇일전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라는 "학습만화"를 소개한적이 있다. 그 포스팅에 달린 댓글들의 대부분은 "어렸을때 읽었던 학습만화들이 생각나네요." , "어린아이들만 읽는 학습만화인줄 알았는데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어요." ,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에게 좋을것 같아요." 등등이었다.

 정말 어렸을때부터 총명한 아이들을 제외하고 아이들에게 두권의 책을 손에 쥐어주도록 해보자. 둘다 주제는 "폭력, SEX, 전쟁" 이다. 한권은 그림이 하나도 없는 소설책이고 한권은 해당주제를 자세하게 만화로 그린 만화책이다.

 아이들은 어떤책을 선택할까? 소설책을 선택할수도 있지만 이내 도통 책속의 단어들도 이해가 되지 않고 장면들도 상상이 되지 않아서 손에서 놓을 것이다. 만화책은 일단 그림이 섞여 있기 때문에 유심히 볼것이다. 글을 꼼꼼히 읽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림을 통해서 대략적인 이야기의 흐름정도는 이해를 할 것이다.

 이렇듯 만화책은 좋게쓰이면 약, 나쁘게 쓰이면 독이다. 어떤 문화매체가 안그렇겠냐만은 만화는 언제어디에서나 손쉽게 읽을수 있다는 특징때문에 극과극의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만화를 창작하는 것은 "만화가"라는 특화된 직업을 가진 작가이다. 그런 작가들은 자신의 생각과 사상, 이념을 만화속에 담아낸다. 의도적으로 드러내면서 표현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한바퀴 돌려서 은연중에 표현하는 작가들도 있다. 자신의 만화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읽힐지는 알수 없기 때문에 "만화가"들도 만화를 그리고 난후에 몇번이고 재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한번 보고 웃자고 만드는 만화, 단발성 웃음이나 통쾌함을 노리는 만화, 내용도 없는 선정적인 만화등은 만화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절대 만화가 아니다. 오히려 만화가 "질 떨어지는 문화" 라는 인식만 대중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독버섯같은 존재인 것이다.

▶ 천안함만화, 만화로서 가치가 없는 것인가?
 
 바로 위에서 "질 떨어지는 만화" 는 오히려 만화를 죽이는 "독버섯"이라고 표현했지만 과연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천안함만화"는 속된말로 대놓고 "까일" 정도로 못만든 만화일까?

 필자의 솔직한 마음에 "천안함만화"는 절대로 못만든 만화가 아니다. 오히려 만화의 형식을 빌리면서 알리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 논란이나 루머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것이 사실에 입각한 내용인지는 만화를 읽는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어쨋든 그들이 알리고자 하는 내용은 최대한 담아낸 만화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작화나 설정을 꼬집고 들어가는데 이는 잘못된 비난이다. 애시당초 200페이지 단행본형식, 판매용으로 만들어진 만화도 아니고 종이에 그려진 만화가 아닌 웹툰이다. 이런 만화에서 작화실력이나 설정을 문제시 삼아 비꼬면 안된다. 군대에 갔다온 분들은 국방부에서 제작되어 각각의 내무실에 비치된 "군대만화"들을 읽은 적이 있을것이다. 그런만화에서 "드래곤볼 손오공" 같은 그림체와 캐릭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국방부만화는 원래 이렇다. 원래 이렇지만 접한적이 많지 않아서 어색하게 느껴질뿐이다.

※ 현재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대화내용 ※

 결국에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만화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는 모두 담겨 있으며 그다지 낮은 점수를 받을만한 만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애시당초 "천안함만화가 논란이 되는 이유" 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언급할만한 정도의 정보력도 없으며 정보력이 있다하더라도 논리적으로 파고들 능력도 없다. 

▶ 국방부에서 만들어진 만화라면 군대에서만 읽혔어야 했다.

 필자가 잘못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이라는 만화는 국방부에서 한 만화가에게 제작을 의뢰하여 만들어진 만화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존재한다. 이 만화는 "국방부에서 만화가에게 제작의뢰" 를 맡겼다는 것이다. "만화가가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창작한 만화" 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화를 창작하는 것은 만화가의 몫이지 외부의 제안이 있어서는 안된다. 제안이 있을수는 있지만 이런식의 논란이나 쟁점이 될만한 것을 만화가에게 의뢰해서 만화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백보 양보해서 만들었다 하더라도 공개되는 영역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 보았어야 한다.
 
 발간되었을 당시에 꽤 논란이 되었던 만화책이 있다. "악!법!이라고" 라는 만화책인데 이 만화는 온라인상이나 지면만화상에서 이름 있는 만화가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현정부의 정책중에서 잘못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내용을 만화로 그려내고 있다. 참여한 만화가만 해도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두 이름석자정도 들어본 적 있는 만화가들일 것이다.


※ 현정부 정책에 대해서 대놓고 까고 있는 만화책, 악!법이라고? ※

 이들이 집필한 "악!법!이라고"라는 만화책도 어찌보면 "만화의 사회적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만화책이다.  현정부의 정책을 대놓고 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혹시라도 접한 사람들은 통쾌함을 느낄수도, 불쾌감을 느낄수도 있다. 독자들이 어떤식으로 반응할지 고민하고 고려해서 만들어진 만화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만화로 표현했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을수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 이라는 만화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지 않지만 "악!법!이라고"라는 만화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하니까 ~~~해서 ~~~~게 맞다! 그러니까 이 만화속에 나오는 내용이 진실이다! 믿어라!" 라는 것이고 "악!법!이라고""~~~하니까~~~~한것 같다고 생각한다 ~~~~에 대해서 ~~~~하게 생각해보자. 좀더 관심을 가지고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비판해보자!" 이다.


 두번째,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이라는 만화는 "국방부에서 제작의뢰된 만화" 이고 "악!법!이라고?" 라는 만화는 "만화가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그려낸 만화" 라는 것이다. 특별한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전자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만화를 읽을때 편하게 읽을수가 없다는 뜻이다.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이라는 만화를 국방부에서 만들었다면 군대안에서만 읽을수가 있었어야 한다. 이만화를 일반 대중들, 그것도 인터넷을 사용할줄 아는 어린아이들까지 읽을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무언가 불순한 의도가 있다" 라고 일부 현정부를 비판하는 자들에게 꼬투리 잡힐일만 만들어준 격이다. 왜냐하면 "국방부"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만화는 "군대"안에서만 읽을수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군대안에서 읽었던 만화들을 전역후, 사회에 나와서도 읽어본 적이 있는가? 굳이 찾겠다면 있을수도 있지만 필자는 군대에서 읽었던 "국방부제작만화"들을 발견한 적이 없다.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이라는 만화를 좀더 설득력있게, 대중들에게 읽히게 하고 싶었다면 주관이 "국방부"가 아니었어야 한다. 또한 특정 만화가 1명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린 만화가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름있거나 영향력있는 만화가들과 합동으로 작업을 했어야 한다. 

"우리가 이번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진실을 대중들에게 설득력있게 알리고 싶은데 우리 뛰어난 만화가들이 그부분에 대해서 자유롭게 생각하여 관련만화를 학습만화형식으로 그려주었으면 합니다! " 라고 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 일반 네티즌이 그린 만화가 아니였기 때문에…….

 솔직한 마음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신경써서 준비했다면 "천안함만화"는 이정도까지 논란의 중심이 되거나 욕을 먹을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만화라는 매체에 대한 깊숙한 이해, 어떤사람들이 읽을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한 분석, 만화가 공개되고 난후의 반응에 대한 예상등에 대해서 조금만 더 연구하고 고민했다면 훌륭한 만화가 되었을 것이다.

 "천안함피격사건에 대한 진실" 이라는 만화는 그림이나 만화를 조금 그린다하는 일반네티즌들이 장난삼아 그린 만화가 아니다. 얼마전 "홍어녀"라는 만화가 논란이 된적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만화를 한번 읽고 그냥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만화에 대한 기본적인 고찰과 고민따위는 하지 않은 심심풀이 땅콩으로 누군가 끄적인 만화였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 얼핏보면 귀여워보이는 캐릭터이지만 만화자체의 내용은 만화라고 부르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수준이 굉장히 낮다. 만화가 끼치는 영향력의 파급효과에 대한 고민따위는 일절 하지 않은 느낌이며 작가가 누구인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

 "홍어녀"의 경우에는 만화의 접근방법도 틀렸고 의도하고자 하는 생각도 효과적으로 전달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웃기고 재미있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연습장"에 끄적이던 그림을 "대사를 넣고 색을 칠한다" 고 해서 만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홍어녀"의 경우에는 이 만화를 읽는 독자들을 대놓고 무시한 만화였으며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만화였다.
 
 "홍어녀"가 잠깐 반짝하고 지금은 잠잠한 이유는 이 만화를 읽은 독자들이 "푸하하" 하고 웃었을 지언정 "공감"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 만화를 그린 작가가 "불확실" 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홍어녀"를 통해서 무언가 이슈거리가 만들어지고 논쟁거리를 끄집어 내고 싶어했던 것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다. 그냥 아무런 의미도 교훈도 없는 연습장에 끄적인 낙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 이라는 만화는 다르다. 엄연하게 이 만화를 제작한 곳이 명시되어 있으며 "작가" 또한 공개되었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만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천안함 피격사건의 질실""홍어녀"가 아니니까 말이다. 

 만약 조금만 신경썼다면 아마도 이 만화를 통해서 우리는 "천안함사건"에 대한 논란들을 "소통" 하고 "이해" 할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천안함 논란"의 새로운 절충점을 찾을수 있었을수도……. 만화의 파급력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마지막으로 "만화"가 이런식으로 사용이 되었을때만 "이슈화" 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하루였다. "만화"의 숲은 보려하지 않고 "나무"만 보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말이다. "만화"에도 "사회적책임"이 존재하며 "만화"를 그리는 많은 만화가들도 이부분에 대해서 조금만 진지하게 고민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