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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베어뱅크(polarbearbank)
담배피던 중학생들을 훈계하다. 본문
이번주 축구는 오랜만에 정식시합을 하였습니다. 보통 정식시합이라하면 실제 축구장과 동일한 크기의 잔디구장을 빌려서 우리와 평소 교류가 있는 팀이나 새로운 팀을 초청하여 주심과 부심을 모두 두고 하는 경기를 말합니다.
매주 일요일날 하는 비정식시합과는 달리 정식시합때에는 우리팀에서도 베스트 일레븐을 내보내며 감독과 코치진도 따로 구성하는 등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일종의 동네 조기축구팀간의 자존심 싸움이 되는 것이죠. 축구경기를 보면서 승리의 기쁨을 느끼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지만 실제 운동장에서 상대편과의 격렬한 경기 끝에 맛보는 승리 또한 일품이라고 할수 있죠.
평소와 달리 이번 시합은 토요일날 갑작스럽게 잡힌 시합이었습니다. 토요일날 축구를 하는 것은 굉장히 간만이어서 그랬을까요. 평소에는 항상 챙기던 일회용 렌즈를 두고 온 것이었습니다. 골키퍼라는 위치는 다른 선수들보다 공과 접촉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안경을 쓴 채로 축구를 한다면 큰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렌즈를 착용하고 하거나 고글을 착용하고 하게 되죠. 저같은 경우에는 렌즈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는데 그날따라 일회용 렌즈를 가지고 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안경을 착용하고 골키퍼를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던 저였지만 그날 경기의 중요성때문에 명단에서 빠질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하는수 없이 안경을 착용한 상태로 뛰기로 하였습니다. 친구들이 염려스러웠는지 조심하라고 충고를 해주었지만 " 설마 그 많은 날 중에서 오늘 딱 한번 렌즈를 끼지 않았다고 해서 다치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 실수 였습니다.
2:1 로 앞서고 있었던 후반전막판, 상대편공격수와의 1:1 대치상황이 되었고 저는 순간적으로 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채 공격수에게 무리해서 슬라이딩을 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골은 막아내어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얼굴에 공을 굉장히 강하게 얻어맞고 말았습니다. 안경이 얼굴을 긁으면서 날라갔고 갑작스러운 통증에 얼굴을 감싸고 쓰러졌습니다.
주변 동료들과 상대편 선수들이 급하게 제게 다가왔고 제 얼굴의 상처를 보더니 당장 병원에 가자고 하더군요. 부상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인지 엄청나게 깊은 상처는 없었기 때문에 소독과 간단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지만 "왜 안경을 쓰고 운동을 했을까!!??" 라는 후회속에서 그렇게 토요일 밤을 보냈죠.
※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 ※
【부우우웅~ 부우우웅~】
" 여보세요? "
" 상처좀 어때? 괜찮냐? "
" 괜찮아. 뭐 보기는 흉한데 어쩔수 없지. 흉터만 안생겼으면 좋겠다. "
" 주말인데 얼굴이 그렇게 되어서 여자친구랑 데이트도 못나가고 어쩌냐? 나와라. 오랜만에 ●●랑 셋이서 피씨방가서 워크래프트3나 하자. "
" 그럴까? 이 얼굴로 밖에 나가기는 그렇고 네말대로 오늘은 그냥 동네에서 놀아야겠다. 어디서 볼까? "
어렸을때 부터 오랫동안 사귀어온 동네친구들과는 주말이 되었는데도 특별한 약속이 없는 친구들끼리 만나서 피씨방도 가고, 술도 한잔하고, 당구장도 가곤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죠. 여자친구와 약속이 있기는 했지만 얼굴을 이렇게 다쳤기 때문에 캔슬을 한 상태였고 오늘은 그냥 집에서 책이나 읽을까 했지만 이상하게 책도 눈에 잘 안들어오더군요. 이런 제마음을 알았는지 친구의 전화는 그 상황에서 아주 적절한 떡밥(?)이었습니다.
※ 피씨방가서 유일하게 하는 게임인 워크래프트3. 스타크래프트 같은 실시간전략시물레이션 게임입니다. ※
어차피 동네에 옹기종기 모여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약속잡고 만나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후질근한 티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오는 동네백수아저씨마냥 말이죠.
" 담배필거냐? "
" 너 얼굴이 그런데 무슨 담배냐? 독(?) 들어가. 그냥 피고 싶으면 밖에서 피고 올게. 비흡연석 가자. "
" 오케이. 고맙다. "
평소 같았으면 무조건 흡연석으로 자리를 잡았겠지만 고맙게도 친구들이 제 상처를 생각(?)해서 비흡연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 정말 오랜만이다. 우리 셋이서 워크래프트3 하는거. 오늘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너무 간만에 해서 제실력이 나올까 모르겠네. "
그렇게 두친구와 함께 워크래프트3 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중, 어디선가 담배냄새와 연기가 플러나왔습니다.
" 야! 그새를 못참고 담배피냐! "
" 무슨소리야. 비흡연석에서 무슨 담배? "
" 그럼 이 연기 뭐야? "
저는 담배냄새와 연기를 따라 옆자리와 뒷자리를 둘러보았습니다. 그순간, 중학생처럼 보이는 남자아이들 5명이 담배를 피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비록 제 바로 옆자리는 아니었지만 비흡연석에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 중학생들은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일이 아니었습니다.
" 쟤네 봐봐. 학생 아니야? 끽해야 중학생 처럼 보이는데? "
" 그러네? 종이컵 갔다 놓고 피고 있구만. 머리는 있는 놈들이네. "
왜 제 친구가 머리는 있는 놈들이네 라고 얘기 했을까요? 보통 피씨방에는 흡연석과 비흡연석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간혹 비흡연석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 피씨방 주인이 적절하게 제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이 단속을 나온다면 엄청난 금액의 벌금을 피씨방측에서 부담해야 합니다. 즉, 비흡연석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가 경찰에게 걸리면 담배를 피던 사람이 아니라 피씨방 주인이 그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주말같이 사람이 몰리는 날에는 피씨방의 흡연석을 찾는 손님은 많은데 흡연석 자리가 없는 경우가 흔하게 일어납니다. 이때 피씨방주인은 흡연석을 찾는 손님에게 얘기 합니다.
" 재떨이 가져가지 말고 종이컵 가서가서 재떨이로 쓰세요. "
이게 도대체 무슨얘기일까요? 손님에게 비흡연석에서 흡연을 하라고 피씨방주인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떨이의 유무차이 때문입니다. 보통 비흡연석에서 재떨이를 옆에 두고 흡연을 하는 사람을 경찰이 적발했을시에는 피씨방 주인은 빼도박도 못하고 벌금을 물게 됩니다. 하지만 재떨이가 아닌 종이컵이나 기타 음료수캔통을 이용해서 담배를 피고 있던 사람을 경찰이 적발한다면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변질됩니다. 이를 가지고 경찰이 주인에게 비흡연석에서 흡연을 한것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묻는다면 피씨방 주인은 이렇게 얘기하겠죠
" 몰랐어요. 비흡연석이라 재떨이는 없었을 것이고 손님이 음료수나 커피를 마시고 그곳에 담뱃재를 버렸나 보네요. 저는 그 손님에게 재떨이를 제공한 적이 없습니다. 마시던 커피잔이나 음료수캔을 이용해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까지 저희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
맞습니다. 피씨방측에서 재떨이만 제공하지 않는다면 비흡연석에서 손님이 담배를 피던 말던 주인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발뺌하면 되는 것이죠. " 재떨이는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커피를 마신 빈 종이컵을 재떨이 삼아서 담배를 폈다. 그것까지 우리가 통제할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몰랐다. 배째라. " 라는 식으로 말이죠.
즉, 비흡연석에서 재떨이흡연은 피할구멍이 없지만 종이컵이나 캔음료흡연은 피할구멍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소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많은 피씨방에서 이런식으로 흡연석과 비흡연석의 구분이 없는 것을 찾아볼수가 있습니다.
" 담배냄새는 둘째치고 쟤네들 딱봐도 중학생인데 담배피고 있는 모습 계속 봐야 되는 거야? "
" 그냥 참아. 요새 저런애들 한둘이냐. "
" 안되겠어. 도저히 못참겠다. 쟤네 도넛츠 만드는 꼬락서니 봐라. 어쨋든 우리랑 같은 중학교 후배들일수도 있잖아. 못참겠다. "
" 야! 어디가? "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는 담배를 피고 있는 중학생들 옆으로 갔습니다.
" 너희들 학생 아니니? 지금 물고 있는거 담배 맞지? "
갑작스러운 제 말때문에 잠시 서로 눈치를 보던 중학생들이었습니다.
" 형이 지금 담배냄새 맡기 무척 짜증나거든? 게다가 너희 학생인데 담배를 피고 있네? 여기 피씨방 너희가 전세냈니? "
" 뭐예요. 아저씨는? 담배 피던 말던 무슨 상관이에요. "
" 상관? 엄청 상관 있거든? 형은 지금 담배냄새가 싫어. 특히 학생들이 풍기는 담배냄새는 더 싫거든? "
" 아~ 진짜. 참견하지 마요. 피던말던 무슨상관이예요. "
분위기가 조금씩 안좋아지기 시작하니까 제 친구들도 사태를 파악했는지 제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제 친구들 모두 나름 덩치가 있는 스타일이어서 어디서 힘좀 쓰겠다는 얘기는 항상 들어왔습니다. 중학생 꼬맹이들에게 덩치로 밀고 나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어느정도 그들에게 연장자로서의 위압감을 주기에는 충분했죠.
" 뭐 임마? 어른한테 말버릇 봐라? "
친구가 오자마자 대뜸 그들에게 욕을 했습니다. 중학생 꼬맹이들에게 욕해보았자 우리만 웃긴사람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친구를 제재하고 제가 얘기를 했습니다.
" 너네 안되겠다. 나와. 이리 안나와! "
사실 담배피는 학생들에게 뭐라고 한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어딘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으슥한 곳에서 피는 학생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최소한 자신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죄의식은 있는 것이죠.) 이런경우에는 잘 참고 지나가지 못하는 편입니다. 자신들이 지금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지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수 있으니까요.
무슨일인가 하고 피씨방 아르바이트생이 왔지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런식으로 학생들 통제안하면 아르바이트생이 피볼수 있다는 얘기까지 한 후에 학생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 너네 학교 어디니? 형이 살살 얘기할때 말들어라. "
" @@@ 중학교요. "
" 몇학년? "
" 2학년이요.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꿀밤을 한대씩 때렸습니다.
" 형이 말이야. @@@중학교 38회 졸업생이거든? 너희 형 후배네? 선생님들이 그렇게 가르치든? 피씨방에서 도넛츠 만들면서 당당하게 담배피라고? "
" 멋있어? 뿌듯해?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피니까 자랑스러워? 몇대 쳐맞고 정신 차릴래? 너희 학교 선생님들 형이 아직까지 찾아뵙는 분들 계신데 지금 바로 전화 할까? 응? 이름이 머야? "
" ........................... "
" 이름 말해라. 형이 지금 조금 화나려고 해. "
" ○○○, ●●●, ◎◎◎, ◆◆◆, ■■■ 요 "
" 그래, 너희 5명 잘들어. 담배 피는 것 까지 좋아. 그래, 호기심에 필수 있다 이거야. 그런데 너희 공공장소에서 그렇게 대놓고 피는 것은 좀 아니라고 본다. 학생이 담배피게 되어 있니? 안되는거 알지? 그렇다면 최소한 양심적으로 안보이는 곳에서 펴야 하는 것 아니니? 누구 보라고 그렇게 당당해? 옆에서 보고 있자니 짜증나서 못참겠더라. 응? 아주 도넛츠까지 만들고 난리났더라? 신나? 아주 신나 죽겠지? "
" ............................. "
" 중학교때부터 담배피는 것이 얼마나 안좋은 일인지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너희 장담하는데 나중에 후회한다. 더욱이 담배피는 것에 대해서 죄의식조차 없다면 그거야 말로 더 심각한거야. 성인되면 당당히 필수 있는데 왜 지금부터 피니? 성인이 되어서도 담배피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학생일때는 피지 말라는 거야. 공부하기도 바쁜데 담배 필 시간이 어디있니? 성인이 되어서 담배피고 싶으면 형이 100개도 사줄게.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응? "
" .....................네. "
" 담배피지 마라. 약속할거지? 형도 이 동네 살고 있거든? 너희 이름 다 기억하고 있다. 한번만 더 동네에서 담배피는 모습 보이면 그때는 그냥 바로 선생님한테 연락드릴거야. 아니면 학교에 직접 방문해서 얘기하든지. 그러니까 적어도 담배피다가 형한테 또 걸리지 마라. 알았어? "
" 네..................... "
" 담배 내놔. "
" 예? "
" 너희 지금 주머니에 있는 담배 내놓으라고 "
서로 망설이다가 담배를 내놓더군요. 5명이서 한갑으로 나누어 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담배를 모두 부러뜨렸습니다.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더군요.
" 앞으로 절대로 담배 피지 말고. 학생이면 학생답게 행동해. 어설픈 어른 흉내내지 말고. 그리고 어른들은 도너츠 안만든다. 유치해서. 너희 담배피는 모습 엄청 웃겨보여. 자, 형이 아이스크림이나 하나씩 사줄게. 따라와. 담배피고 싶을때 형들한테 전화해. 아이스크림 사줄테니까 말이야. 사탕을 원하면 사탕 사주마. "
그렇게 저와 친구들은 그들에게 스크류바 하나씩 물리고 돌려 보냈습니다. 그제서야 열받았던 기분이 가라앉더군요. 친구들과 오늘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각자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일요일 하루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오던중에 친구가 물었습니다.
" 야. 너 엄청 무서운 고등학생들이었어도 그렇게 나설수 있었을 것 같아? "
" 아니. "
" 역시. (웃음) 중학생 꼬맹이같이 보여서 끌고 나왔지? ㅋㅋㅋ "
" 당연하지 임마. 고등학생들이었으면 나 맞아 죽었을지도 몰라. "
" 근데 말이야. 너 얼굴에 있는 상처 있잖아. 그것 때문에 애들이 더 고분고분했을 것 같아. "
" 아! 맞다. 나 얼굴에 지금 상처있었지? 그런가? 이것 때문이었을까? "
" ㅋㅋㅋㅋㅋㅋㅋㅋ "
얼굴상처때문이든 아니면 덩치큰 어른3명이 소리를 질러서 그랬든 그들이 또다시 담배를 피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겠죠. 하지만 그들에게 저와 친구들의 호통이 앞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교훈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건 그렇고 너무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도 조금 걱정이 되네요. 어쨋든 다사다난했던 토요일과 일요일이 저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