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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어느 고시생의 애환 - 고시생 A씨를 만나다. 본문

내가 너를 인터뷰 한다

(3편) 어느 고시생의 애환 - 고시생 A씨를 만나다.

☆북극곰☆ 2010. 6. 2. 10:53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은 쉬운일인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꿈을 위해서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날때 마다 그 꿈이 과연 내가 이룰수 있는 목표인가라는 물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람의 심리. 그러다 보면 자신의 현재상황에 타협하여 포기를 하게 되는 것도 일상다반사.

 이런 고난과 역경을 모두 극복하고 목표하는 바를 이루었을때 느껴지는 희열 또한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밤낮으로 책과 씨름하고 있는 고시생 A씨가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든 고시생을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그를 통해서 고시생활의 애환에 대해 들어보려고 한다.

어느 화장한 주말오후, 서울에 소재한 한 대학교의 【국가시험고시반】으로 발걸음을 제촉했다. 혹여나 약속시간에 늦을까 하고 말이다.




★ 만나서 반갑다.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어서 고맙다.
아니다. 어차피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시간은 오히려 나에게 쉬는 시간이나 마찬가지이다.

★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대학교 4학년 휴학중인 A라고 한다. 나이는 30살.

★ 사진등을 포함해서 개인 프로필을 공개해도 되겠는가?
상관은 없지만 되도록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떳떳한 입장도 아니고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나에대해 알아서 좋을 것은 없는 것같다.

★ 알겠다. 그렇다면 익명으로 하겠다. 일단, 어떤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것인가?
공인회계사, 즉 KICPA공부를 하고 있다.


★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얘기는 들어봤어도 공인회계사가 고시공부라 불리는 것은 생소하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따로 "고시" 라는 글자가 붙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고시시험과 마찬가지로 1년에 한번 있는 시험이며 2차까지 있다. 절대적으로 공부를 해야하는 양으로 보았을 때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사법고시와 맞먹는 난이도를 지니고 있다. 이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회시" 라고 불리고 있다.

★ 그렇게 어려운 시험인가? 1차와 2차는 무엇이 다른가?
어렵다. 흔히들 농담으로 이야기하는 공인중개사시험과는 다른 시험이다라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가끔씩 공인중개사 시험을 공인회계사 시험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때 마다 답답하다.
1차시험은 객관식이고 2차시험은 주관식이다.

★ 공부하는 과목은 어떤것들이 있는가? 많은가?
1차과목은 중급회계, 고급회계, 재무관리, 경영학, 경제학, 상법, 세법, 원가관리회계까지 해서 총 8과목이다. 하지만 중급회계와 고급회계, 원가관리회계는 한과목으로 출제가 되며 경영학과 재무관리도 한과목으로 묶여서 출제되니 실질적으로는 5과목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책 한권이 1000페이지가 넘어가기 때문에 체감상 8과목이나 마찬가지이다.

2차과목으로는 재무회계, 세무회계, 회계감사, 재무관리, 원가관리회계 총 5과목이다. 1차과목과 겹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2차는 각각이 한과목으로 출제가 된다.

★ 언뜻 들어보아도 굉장히 과목수가 많다. 예민한 질문이겠지만 고시공부를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는가?
군대 제대후 바로 시작했으니까 올해 횟수로 7년째이다.

★ ................................................... 1차합격을 해야 2차를 볼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1차합격은 한적이 있나?

재작년에 1차합격을 했었다. 2차시험은 1차를 합격하면 총 2번을 볼수가 있는데 2차시험도 1년에 한번씩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두번의 기회를 모두 놓쳤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1차공부를 하는 것이다.

★ 유감이다. 어떤질문을 먼저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부담가지지 말고 물어보라.

★ 7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긴시간이다. 그 기간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할수 있을거라는 믿음때문이다. 고시공부는 "늪"과 같다. 될것같으면서도 안되는 것이 고시시험이다. 불합격을 하더라도 한, 두문제차이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하면 합격 할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떨쳐 낼래야 떨쳐 낼수가 없다. 이는 자꾸만 시험을 보도록 만드는 진드기같은 존재이다. 빠져나오려고 허우적댈수록 더 깊은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늪" 말이다.

그리고 이쯤되면 이길이 아니면 나는 할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불안감때문이다. 7년째 고시공부를 해오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친구들은 모두 취직을 했다. 당연히 결혼한 친구도 있다. 지금상황에서 내가 꿈꾸어 오던 공부를 포기하고 취직준비를 하게 되면 어떤것 부터 먼저 준비해야할지 난감할 것 같다. 그렇다고 이런 나약한 생각때문에 억지로 고시공부를 계속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결국에 내가 오랫동안 하고 싶은 직업이고 꼭 될것이라는 믿음때문에 이 길을 계속 걷고 있는 것이다.

★ 주변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나 선배, 후배들이 있었을 것 같다. 그들의 현 상황은 어떤가?
사실 나보다 나이많은 선배들중에서 아직까지 고시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또한 이미 포기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한 친구들, 선배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 엄청난 노력과 고통의 끝에 합격을 한 사람들도 있다.

★ 합격한 주변지인들과는 연락하면서 지내는가?
당연히 연락하면서 지낸다. 솔직히 내가 그들을 보기에 부끄럽지만 그들도 힘든 고시생활을 함께 했었던 동지이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위로해 줄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쁜 사회생활속에서도 자주 전화해주고 학교앞으로 와서 밥도 사준다. 고마울 따름이다.

★ 고시생활이라는 것이 정말로 피말리는 생활일 것 같다. 가장 힘든 점이라면 무엇인가?
너무 많아서 모두 얘기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를 당당하게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뵐 면목이 없다. 무엇으로 설명할수 있을까. 부모님에 대한 죄송스러움은 내가 평생을 갚아도 모자랄 것이다. 마치 죄인이 된 것 처럼 하루에도 수십번씩 부모님과 가족들 생각을 한다.
또한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것도 힘들다. 나도 군대가기전까지 굉장히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공부한다는 핑계로 자주 만나지 못하고 연락도 못하다 보니까 어느순간 하나둘씩 연락이 끊기더라.
솔직히 빨리 합격하지 못하고 있는 내 잘못이기는 하지만 이럴때마다 정말 힘들다.



★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그와 반대로 지금까지 응원해주는 친구들 또한 있지 않겠는가?
당연히 있다. 그 친구들에게도 미안하다. 부모님과 가족만큼이나 내 곁에서 항상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존재이다. 친구끼리 미안한 것 없다지만 고생한다며 일부러 찾아와서 챙겨줄때면 엄청나게 고맙다. 합격후에 꼭 갚아야 할 소중한 친구들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든 나를 믿어준다며 응원해준 내 친구들.

★ 생활적인 면에서 힘든 것은 없는가?
당연히 있다. 금전적인면이 넉넉치 않다보니까 사람이 쪼잔해진다. 밥 한끼를 먹더라도 저렴한 것을 찾아다니고 단돈 몇천원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한다. 개인적으로 쇼핑을 한다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큰맘 먹어야 한다. 너무 많은 지출을 하게 되면 한달생활패턴 자체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 오늘 날씨가 굉장히 좋다. 이런날 야외에 나가서 놀고 싶지 않나?
당연히 놀고 싶다. 가끔씩 스트레스도 푼다. 친구들과 주말에 술한잔 하는 것 정도? 하지만 불편하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 보니까 술을 마셔도 마시는 것 같지가 않다. 스트레스 풀려고 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자꾸만 불안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다. 결국 일찍 자리를 뜨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이다.
여자친구를 만난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이쯤되면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그 여자분에게 죄를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결정적인 것은 지금 내처지를 이해하고 나를 만나줄 여자가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 ..........................................................................................................
왜 말이 없는가?

★ 아, 미안하다. 괜히 시간을 뺏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그랬다.
담배 펴도 되는가?

★ 펴도 된다. 뭐 그런것을 물어보고 피는가. 나도 펴야겠다. 음료수 한잔 하겠는가?
좋다. 저쪽이 자판기다. 같이 가자.



★ 언제쯤 합격할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가?
내년이다. 내년에는 반드시 동차로 합격 할 것이다. 이쯤되면 내공도 쌓일만큼 쌓였다. 얼마나 집중해서 실수하지 않고 떨지 않느냐가 관건이다.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최대한 편안한마음으로 시험공부를 하고 시험에 임해야 한다. 너무 큰 부담감을 가지면 공부가 오히려 제대로 안되는 듯하다.

★ 그동안 불합격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에 이 공부를 시작할때 만만하게 보고 덤볐다. 그래서 1~2년은 대충대충 놀면서 공부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 후회해 보았자 소용없겠지만 어쨋든 나에게 절실함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 나는 이거 아니면 안돼! 이거 아니면 절대 안돼! 더이상 나에게 뒤는 없어! " 이런 마음 말이다.

★ 합격이 늦어진다고 해서 불리한 것은 없는가?
불리한 것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합격후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회계사일을 잘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합격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방지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도 인정받고 제대로 할 자신이 있다. 단지 나에게 지금 당장 놓여진 "합격" 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 커다란 숙제가 있을 뿐.

★ 내가 개인적으로 관상을 잘보는데 당신은 꼭 합격할 것 같다. 눈빛도 살아 있고 어투도 자신감이 넘친다. 솔직히 놀랐다.
놀라다니 무슨말인가?

★ 처음에는 고시생을 만나서 인터뷰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내가 침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필요 없다. 나도 어차피 사람이다.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지 않은가?

★ 고맙다. 오히려 내가 당신보다 부족한 자세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고시생이라고 1년 365일 우울하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 하지 않아도 된다. 편하게 얘기하자.

★ 고맙다. 누가 누구를 인터뷰하는지 모르겠다. ^^; 고시생활을 하면서 기분 좋았던 일이 있는가?
함께 고생하고 서로 위로하고, 의지 했던 지인들이 합격할때 무척 기분이 좋다. 내가 합격을 하면 당연히 더 좋겠지만 진실로 마음과 마음이 통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 합격여부를 떠나서 항상 기분은 좋다.
당연히 합격발표날은 우울하다. 하지만 내가 우울해 있으면 그들이 오히려 날뛰면서 기뻐하지 못한다. 오히려 함께 합격하지 못해서 미안한 것은 나인데 되려 합격한 친구들이 미안해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불합격하고 친구는 합격했다고 해서 절교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쯤되면 이런 관대한 마음이 생긴다. (웃음)

★ 굉장하다. 이것이 함께 전쟁터(?)를 겪고 나온 후에 느낄수 있다는 전우애인가?
조금 비유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지만 대략 그런 느낌이다.

★ 앞에서도 얘기 했지만 내가 사람을 좀 볼 줄 아는데 당신, 내년에 합격하고 훌륭한 공인회계사가 될 것 같다. 진짜. 거짓말이 아니다.
말만이라도 고맙다. 나 또한 그렇게 되도록 올 한해 다시 한번 노력할 것이다.

★ 몸과 마음 모두 힘들겠지만 기운내고 화이팅했으면 좋겠다. 내년에 부모님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흐르도록 해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당연하다. 응원해 달라.

★ 기꺼이 응원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내가 고시공부를 시작하면서 부터 내곁에서 나를 지켜봐준 부모님과 가족들, 친구들 모두에게 내년에는 꼭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안겨드리겠다. 반드시 해낼 것이다.

그리고 혹시 고시공부를 시작하려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100번 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단순히 "졸업 후에 할게 없을 것 같아서" ,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번" 이런 마음으로는 시작한다면 나처럼 장수생이 되기 쉽상이다.  또한 공인회계사라는 시험. 절대로 만만한 시험이 아니다. 섣불리 덤비는 것은 금물이다.

★ 오늘 귀중한 시간 내주어서 고맙다. 훗날 밥 한끼 대접하겠다.
합격한 후에 와라. 그때 내가 사겠다.

★ 그럼 이만 가보겠다. 화이팅!
조심해서 가라.

 지금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중에서 가장 추운시기를 보내고 있을 고시생들.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외로운 싸움인지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 내가 고시생이 아니니까 상상해본 적이 없다. " 고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혹시라도 상상해본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오히려 고시생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위로를 받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 본다.
" 나는 얼마만큼 그를 이해하고 오는 것일까? 고시생의 애환은 같은 고시생만이 알수 있는 것이기에…. "
지금 이시간에도 책상앞에 앉아 있을 모든 고시생들을 위해서 소리없는 응원을 보낸다. 


원가관리회계 - 10점
이승근 지음/지혜의샘
Toss Plus 재무회계연습 - 10점
반선섭.강경보 지음/피데스(=학우출판사)
Toss Plus 중급회계 1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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