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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의, 우리들의 이야기 - "30" 본문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당신의, 나의, 우리들의 이야기 - "30"

☆북극곰☆ 2011. 1. 13. 06:30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30"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를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열이면 일곱은 "서른살"이 가장 제일 먼저 생각날 것이다. "서른살, 삼십, 30...." 해마다 먹는 나이를 똑같이 한살 더 먹었을 뿐인데 그 느낌이 다른때와는 사뭇다르다. 일명 "계란한판"이라고도 비유되는 "서른살"은 누구도 피해갈수 없는 20대의 종결을 의미하며 우리모두에게무척이나 특별한 나이임에는 분명한 듯 보인다. 지나고 나면 똑같은 날의 연속인 평범한 나이겠거니 생각해도 20대 후반의 젊은이들에게는 "30"에 대한 두려움이, 30대를 어느새 훌쩍 넘긴 어르신들에게는 "30"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그렇게 "30"은 무척이나 의미있는 아니, 의미를 부여하는 숫자이자 나이일지도 모른다. 이제 곧 다가올, 또는 이미 지나가버린, 당신의, 나의, 우리들의 이야기가 바로 만화책 "30"안에 담겨있다.

평소 몽환적이고 동화같은 그림체와 스토리로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는 만화가 "억수씨"의 작품인 "30"은 평소 웹툰작가로 활동하던 작가 본인의 첫 다이렉트 출판만화책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거나 인기가 있는 만화가는 아님에 분명한 "억수씨"이지만 "하늘마을 티셋"을 통해서 일부 "억수씨" 매니아층을 만들어 냈다면 "연옥님이 보고계셔"라는 작품은 그가 얼마만큼이나 대중들에게 "통"할수 있는 만화가인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만화라고 할수 있다. 

 2007년쯤으로 기억한다. "하늘마을 티셋"이라는 괴장한 제목과 이상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웹툰이 "피디박스"에서 연재를 했었고 독자들의 눈길을 순식간에 고정시키는 스펙타클한 재미는 없었지만 동화같은 그림체, 그러나 잔혹하기까지도 한 스토리는 "이 만화 그린작가가 누구지?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도록 했었다. 그렇게 필자는 "억수씨"라는 만화가와 첫만남을 갖게 되었고 2009년, "연옥님이 보고계셔"라는 작품이 어느정도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다수의 대중들에게도 서서히 그 이름이 기억되기 시작했다. 그의 만화에는 거대한 음모와 미스테리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우리내 삶의 단편적이고도 구체적인 모습들을 한곳에 담아 독특한 시전과 스토리텔링, 캐릭터로 재창조 해내는 과정이 많이 담겨있다. 이런 구도는 "억수씨"의 만화들 대부분이 "편안하다"라는 느낌을 받도록 해주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의 만화는 "어색하지 않은" 것이 최고의 장점인 것 처럼 느껴진다. 
 그런 "억수씨"가 2010년의 한해를 정리하던 작년 12월, 옴니버스형식의 단편만화들을 묶어놓은 "30"이라는 만화책을 출간하였다. 학산문화사에서 출판한 이 "30"이라는 만화책은 웹에서 연재한 적이 없는 "억수씨"의 작품이다. 한마디로 출판만화로 출간할 목적으로 그려진 만화라는 말이다. 20대 후반의 서른살을 목전에 둔 젊은이들에게 "30살"은 굉장히 두려운 존재이다. 20대의 청춘과 젊음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아무것도 준비되거나 해놓은 것 없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후회. "서른살"을 지나친 사람들은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으리라고 생각된다. 누군가에게는 현재 두려움이 되고 있고 누군가에게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서른살" 혹은 "서른살  즈음" "우리들의 모습". 그 모습을 "억수씨" 특유의 색감있는 채색과 그림체로 담아내고 있는 "30"은 그누구도 놓쳐서는 안되는 잔잔한 동화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옴니버스식의 만화이기는 하지만 총 7편의 단편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서로 연관이 되어 있거나 관계가 있는 존재들이다. 어쩌면 "30살"까지 정상적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수많은 시간과 공간속에서 지금껏 각자의 삶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결국 하나의 "점"에서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필자는 해석했다. 단지 극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이다.

 이 만화속의 주인공이라고 할수 있는 6명의 인물은 각자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다. 해당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질때마다 만화책속 장면은 각자의 고유색깔로 유지가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평소 "채색"적인면에서 독특함을 보여왔던 "억수씨"만이 생각할수 있었고 또한 할수 있었던 특별한 컨셉이며 이 컨셉이 무척 독특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고유의 캐릭터들마다 각자의 색깔이 존재하고 해당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지면 모든 장면장면들이 해당 캐릭터의 색깔로 칠해져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구도일수도 있지만 각자의 캐릭터들마다 지니고 있는 고민과 사건이 모두 틀리기 때문에 이렇게 구별지어지는 색깔은 좀더 만화책속의 인물들을 개성있고 특별하게 볼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가 되고 있다.

▶ Chapter 01. 전홍

곧 서른살이 되는 29살의 평범한 청년. 특출난것도 그렇다고 특별히 모자란 것도 없는 그렇고 그런 평범한 청년. 뉴스에서는 부녀자 살인사건이 대서특빌로 보도되지만 그에게는 관심밖의 일. 어릴적에 존경하던 선배가 보험 하나 들라고 매일마다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고 세상살이의 무감각함을 일깨우는 중. 한살 연상의 만화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인 여자친구가 존재. 오랜 연애를 해오고는 있지만 단순히 그녀의 옆에서 위로를 해주는 것만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심심한 남자. 다가오는 서른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겪고는 있지만 그것을 견뎌낼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사람. 그에게 결혼이란 무엇일까? 확신이란 무엇일까? 30살은 무엇일까?

▶ Chapter 02. 송소미

31살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나이에 비해서 어려보이는 외모가 컴플렉스. 하지만 늘어나는 주름은 감출수 없는 30대의 증거. 능력도, 외모도, 성격도 특출난 것 없는 평범한 1살 연하의 남자친구가 존재. 그에게 확신을 줄것을 요구하지만 자신조차 그에게 확신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심리상태. 예전 남자친구의 갑작스런 연락에 흔들리고 동창생들 모임에서 애인자랑하는 친구들에게 위축되는 소녀같은 여자. 가지지 못한 큰것들에 대한 미련에 자신이 현재 지니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망각하고 있는 중. 그녀에게 결혼이란 무엇일까? 확신이란 무엇일까? 30살은 무엇일까?

▶ Chapter 03. 노숙자 신씨

올해로 만(萬)37세인 노숙자 신씨. 항상 한손에는 노트를 들고 다니고 입에는 우유를 달고 있는 신씨. 만(萬) 37세여서 그런가?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에 비친 표정과 행동만 보아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아채는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그. 어느날 우연히 담배를 사다달라는 10대 여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함께 기차여행을 떠나는 신씨. 그는 누구인가? 정말 37세가 되면 사람의 얼굴과 표정만 보아도 마음이 읽히는 것인가? 그에게 만(萬) 37세란 무엇일까? 생명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삶이란 무엇일까?

▶ Chapter 04. 강정길

변변하게 모아놓은 돈도 없고 결혼하여 가정도 꾸리지 못한 36세 노총각, 강정길. 그에게 딸린 식구는 죽은 누나가 남기고 간 여자 조카 한명. 그마져도 매일마다 강정길의 머리만 아프게 하는 문제아. 고졸인 그는 선배의 추천으로 겨우 보험회사에 취직하여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중. 하지만 실적을 올리지 못해서 해고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 그의 얼굴에 씌어진 철로된 아이언마스크처럼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단단한 쇠못이 박혀있을 지도 모르는 일. 누가 그의 마음에 못을 박아 놓았는가? 누가 그의 얼굴에 아이언마스크를 씌워 놓았는가? 그에게 30대는 무엇일까? 그에게 삶이란 고통일까? 행복일까? 

▶ Chapter 5. 정준석

32살의 생일날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믿는 남자, 정준석. 대학교앞 미술용품 전문점에서 일하는 그는 온화한 미소를 항상 입가에 띄고 있지만 엄청난 것을 숨기고 있는 듯한 남자. 친구나 동료가 친절하고 기분좋게 말을 걸어도 그의 눈에는 표정없는 인형처럼 보인다. 세상의 모든 것을 믿지 못하고 심지어 사람마져 믿지 못하게 된 정준석.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탈출구는 무엇인가? 밤마다 살해되는 부녀자사건은 그와 무슨관계가 있을까? 그의 미소뒤에 감춰진 진의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가?

▶ Chapter 6. 한수빈

 그녀(한수빈)의 생일날은 항상 특별했다. 25살의 생일날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그녀의 전재산을 가지고 도주. 그후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그녀. 변변한 직장을 찾지 못해 26살의 생일날, 사창가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5년간 모아온 전재산 1억. 그리고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 통장속에 찍혀있는 1억은 한수빈의 마음을 아리게 할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돈. 그녀가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31살 생일날. 그녀에게는 무슨일이 일어났을까? 어린 아이를 두고 삶의 아무런 행복도 알지 못하는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수 있을까? 그녀에게도 행복이라는 단어는 찾아오지 못하는 먼이야기인 것인가?

▶ Last Chapter. 30 (서른, 서른즈음)

서로 다른듯 하면서도 같은 여섯명의 주인공들. 그들이 이 만화책속에서 들려주고 있는 자기내들의 단편적인 삶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들이 이미 지나쳤거나 앞으로 기나쳐야 할 30대, 그 시점의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서른살, 서른살 즈음... 우리는 어떤 생각과 고민을 했었고 어떤 삶과 계획을 세워놓았었을까? 지금 다시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단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가장 큰 삶의 목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만화는 30대를 훌쩍 넘긴 혹은 30대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반적이지만 평범하지는 않은 동화책이다. 30대, 화려하고 무책임했던 삶의 종결이자 새로운 시작의 종을 울리는 그대여. 





30 - 10점
억수씨 지음/학산문화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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