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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 (上) - "십시일反" 본문

오로지 만화 이야기뿐/만화 읽어주는 남자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 (上) - "십시일反"

☆북극곰☆ 2010. 10. 8. 08:00

 만화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최근 한국만화가들은 일본만화가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만화판에서만 볼수 있는 독특한 형태로 작품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화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보다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화속에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필자의 경우에는 처음들어보는 만화가들도 팬입장에서 그의 작품을 유심히 읽어보게 됩니다.
 어느 예술계에나 의식있는 예술가들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만화계에서는 유독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람의 인식구조상 글보다는 그림을 이해하기 편하기 때문에 만화가들은 자신들이 할수 있는 최상의 영역안에서 알게 모르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그것이 사회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언정 신경따위 쓰지는 않죠.


 어른이 읽어도 좋은 청소년이 읽어도 유익한 만화책이 한권 있습니다. "10인의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이라는 타이틀로 발간된 "십시일反" 입니다. 초판 1쇄는 2003년에 찍힌 만화책인데 2010년 현재 30쇄까지 재판한 나름 많이 판매된 책이라고 할수 있답니다. 필자가 이 책을 접한것은 최근이지만 여전히 만화속에 담겨 있는 내용들이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흔하게 목격할수 있는 장면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 조금은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정도의 차이는 완화되었을지언정 말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하고 작가 "홍세화"씨가 추천사를 직접 책에 기록해준 "십시일反".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만화로 할수 있는 이야기들.

 글보다는 그림을 통해서 사람들은 더 직관적으로 해당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이해하기 쉽습니다. 국방부에서나 교과서에서 만화를 이용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을 보아도 만화, 그림의 힘을 알수가 있죠. 그렇기 때문일까요. 만화야말로 어렸을적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쉽게 이해시켜준 일종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림하나 없는 어려운 책들을 읽을줄 알아야 한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만화야말로 글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활자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지도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지도때문에 지금 아무리 어려운 글귀라도 읽고 이해할수 있게 된것이죠.

 그만큼 만화가 주는 직관적인 이해력과 해설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는 영상물이라는 좀더 고급화된 형태로 발전하게 되고 사람들은 글보다는 그림이 그림보다는 영상물이 더 이해하기 쉽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만화로 할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특별한 글실력을 지니고 있지 않아도 펜하나로 그림을 끄적여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수 있는 도구. 이보다 원초적이고 손쉬운 도구도 없을 듯싶습니다. 더욱이 엄청나게 커다란 자본이 투입될 필요도 없고요. 이렇듯 간단해보이지만 가장 원초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어린아이들도 어른들도 만화를 통해서 기억되어지는 사실에 대해서 쉽사리 망각할수 없게 됩니다.

 항상 만화가들은 자신들이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순수창작물의 인기있는 만화가 아닌 사회에 공헌하거나 사회현상을 독자들에게 전달할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로 그들이 잘할수 있는 만화 즉, 그림을 이용하는 것이죠.

 "십시일反"이라는 만화책도 "인권""차별"이라는 어쩌면 어렵고도 풀어쓰기 힘든 주제를 만화를 통해서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책은 "한국만화가"들의 "옴니버스"식 만화책입니다. 10인의 만화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과 형식의 제한없이 "차별"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이용해서 그려내고 있죠.


십시일反 - 박재동 作

 그들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이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성차별" 일수도 있고 "동성애자 차별"일수도 있고 "외국인차별"일수도 있고 "외국노동자차별" 일수도 있으며 "장애인차별"이기도 하고 "가난한사람"에 대한 차별도 포함됩니다.


십시일反 - 홍윤표 作

 "차별"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얼마나 한국사회에서 "인권"이 무시되어 오고 있는가를 지각하고 그이야기들을 자극적이지 않는선에서 잔잔하게 풀어가는 이야기의 구조는 한국만화가가 아니면 쉽게 접근할수 없는 영역이라고 자신합니다.

▶ 참여한 만화가들의 이력.

 평소 학습만화 혹은 인권만화를 많이 그려오던 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사적능력으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만화가들이며 간단하게 책에 소개된 그들의 이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박재동: 한겨레신문 시사만평 "한겨레 그림판". "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 여행". "목 긴 사나이". "정치야 맛좀 볼텨"
(2) 손문상: 한국일보 "강다리". 동아일보 "동아희평". 부산일보 "부일만평"
(3) 유승하: 한겨레신문 "북카툰". "별주부전". "살려 줄까 말까". "아가야 울지마". "아빠하고 나하고" 외 그림책 다수.
(4) 이우일: "도날드 닭". "아빠와 나". "존나깨군". "러브북".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노빈손" 씨리즈.
(5) 이희재: "나의 라임오랜지나무". "악동이". "만화 삼국지". "해님이네 집". "따그닥 따그닥, 이리 오너라!". "간판스타".
(6) 장경섭: 인터넷만화동호지 "화끈" 동인. "장모씨 이야기". "다이어트리스트 블랙K". "고질라가 있는 풍경"
(7) 조남준: 한겨레문화센터 만화전문반 강사 역임. 내일신문 "만화 같은 세상". 한겨레21 "시사SF"
(8) 최호철: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 "자전거 나들이". "식모촌 여배우 실종사건". "아기물방울의 여행". "개와 고양이" 
(9) 홍승우: 한겨레리빙 "정보통 사람들". 한겨레신문 "비빔툰". "야야툰". "소리의사". "만화 21세기 키워드"
(10) 홍윤표: "천하무적 홍대리" 전4권. 인터넷만화잡지 "화끈"연재.

 사실 만화를 나름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는 필자조차도 알지 못하는 만화가가 몇분 있습니다. 그만큼 필자또한 한국만화의 다른면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한쪽면만 바라보려 했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이 또한 "만화"에 대한 차별이 아니었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보네요. "십시일反"을 계기로 한국만화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으며 그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지도 알게 된 좋은 계기가 된 듯 싶습니다.


십시일反 - 장경섭作

▶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만화가들.

 웹툰의 발전으로 인해서 과거보다 만화가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고 간편하게 표현할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지닌 만화가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큰 감동을 주는 것처럼 반전을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쓴다고 해서 똑같은 만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십시일反 - 유승하作

 "십시일反" 만화책 작업에 참여한 만화가들이 어떤 공통된 목적을 지닌채로 펜을 모았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어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동일한 색의 펜을 들었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손쉽게 생각하고 접근한 주제들이 아니며 적어도 만화에 대한 자신들만의 서사적관점을 분명하게 지닌채로 짧은 만화들이지만 이 "십시일反" 만화책 작업에 동참을 한 것이라는 겁니다. 이 책을 몇십만부씩 판매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참여했을까요? 안그래도 한국 시장에서 잘팔리지도 않는 책이 만화책인데 한권에 10명의 만화가가 동참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나누어 가질수 있을까요? 수익을 떠나서 그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독자들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듯 합니다. 200여 페이지분량의 만화책안에 10명이나 되는 만화가가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풀어담기에는 분명히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평소 느끼고 이책을 통해서 표현한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차별"이 계속해서 실존하는 한 언제까지나 자신들의 펜으로 짧든 길든 이야기를 풀어 나갈 것입니다. 만화가 표현할수 있는 세상은 무궁무진하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조용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만화가들의 소리없는 외침이 그들이 할수 있는 최고의 방법(만화)으로 독자들에게 소리치고 있습니다. 그 외침에 잠시 귀를 기울이고 유심히 지켜 보세요. 진짜 "차별"없는 세상이 시작되고 있는지 모를일이니까요.

사람은 이상한 동물이다. 이 세상에 자기와 아주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끔찍스럽게 여기지만, 자기와 다른 사람을 반가지도 않는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차이를 찾으려 애쓰고, 자기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자기와 같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와같은 인간의 이중성은 필연적으로 차이를 차별의 근거로 삼는다. 이 만화책은 이상한 동물들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열 분의 화백이 각기 독특한 화법으로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을 차별하는 사회의 모습을 다양하게 그린 것이다. 일상에 바쁜 어른일지라도 잠시 짬을 내어 이 책을 읽고, 자라나는 세대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 홍세화

십시일反 - 10점
박재동 외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