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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에게 욕먹고도 참아야 하면 어른 안할래 본문

순수 사는 이야기

여학생에게 욕먹고도 참아야 하면 어른 안할래

☆북극곰☆ 2010. 9. 7. 00:00

 벌써 화요일이네요. 이번주는 유난히 월요병이 심했습니다. 금요일저녁에 노트북이 고장나버리는 바람에 이리저리 고치느라 주말을 모두 보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쉬지를 못했죠. 게다가 주말에 계획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하루종일 컴퓨터만 고치고 있을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답니다. 아무런 약속이나 계획없이 집에서 컴퓨터만 붙들고 있었으면 금방 고쳤을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날씨는 어찌나 덥던지 일요일 오전에 축구하다가 너무 더워서 쓰러질뻔 했습니다. 원래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찜통더위에 운동까지 하니까 땀은 비오듯 했죠.

 저녁에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외출을 했습니다. 그래도 저녁에는 날씨가 많이 선선하더군요. 기분좋게 친구와 영화를 보고 나온후에 간단하게 술 한잔 하기위해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사건이 일어났죠. 

 친구는 문자를 보내고 있었고 저는 전화통화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었죠. 비가 많이 온 후여서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기에 길도 여의치 않고 해서 통화를 하면서도 주변확인을 하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혹여나 누군가와 부딪힐까 말이죠.

 바로 맞은편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2명이 수다를 떨면서 걸어오길래 전화통화하던쪽 어깨를 옆으로 살짝 틀어서 피해가려고 했습니다. 저는 충분히 부딪히지 않고 지나갈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퍽"


 여학생 1명과 제 팔한쪽이 부딪힌 것이었습니다. 저는 혹여나 상대방이 기분이 나쁠까봐 바로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를 말하려고 하는데…….

 저와 어깨가 부딪힌 여학생이 "아이.......18" 하고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속으로 속삭이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제가 들으라는 것처럼 굉장히 큰소리로 말입니다. 순간 너무 황당해서 멍해졌죠. 멍해진 상태도 잠시. 갑자기 화가 나더군요.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어깨가 부딪힌 제게도 책임이 있기는 했지만 "18"이라는 욕을 먹을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것도 새파랗게 어린 학생에게 말이죠. 게다가 여학생. 


 "야. 잠깐만 끊어봐.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전화통화를 하던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은 후에 길 한복판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여학생2명이 걸어가고 있는 방향으로 빠른걸음을 제촉했습니다.
 
"어이! 너희! 너희 잠깐 이리 와봐. 지금 뭐라고 했니?" 하면서 말이죠.

함께 있던 친구는 저를 쫓아오면서 "왜그래? 무슨일이야??" 라고 했지만 워낙 화가 나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친구의 말은 무시한채로 계속해서 그 여학생들을 쫓아가려고 했습니다. 제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니까 친구는 제 어깨를 잡고 말리려고 했죠.

 그렇게 소리를 치고 있는데 그 여학생들은 뒤를 한번 돌아보더니 "피식" 웃고 냅다 뛰어서 도망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도망가는 속도가 빠르던지 더이상 그학생들을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황당했던 탓이기도 했지만 그 짧은 순간에 "내가 지금 왜이러냐. 길에서 부끄럽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 더 클것입니다.

왜그래? 무슨일이야? 흥분 하지 말고 임마.
너 못들었냐? 쟤네가 나한테 하고 간 말?
뭔데?
18이란다. 나참, 정말 황당하네. 내가 그정도로 욕먹을 짓을 한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진짜? 진짜 18이라고 하고 갔어?
저기 도망가는거 안보이냐. 진짜 짜증난다. 내가 들어본 욕중에서 가장 기분 더러워지는 순간이었어.
요새 학생들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끽해야 중학생밖에 안되보이는데 말이야. 야야~ 그냥 잊어버려. 똥밟았다고 생각해라. 저런애들이 한둘이냐? 요새 애들 얼마나 막가는지 알잖아.
막가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좀 아니잖아? 진짜 어른인게 한스럽다. 나도 학생이었으면 잡을때까지 쫓아가서 먼지나도록 두들겨 패주었을텐데 말이야.
그러게. 액땜했다고 생각해라. 그런데 나도 조금 황당하기는 하다.
저놈들 저러고 다니면 지들 부모님이나 선생님 얼굴에 먹칠하고 다니는 것이라는 것은 알까?
알 턱이 있겠니? 아는 놈들이 그랬겠어?

 조금 고지식한 생각일수도 있지만 어렸을때 부터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나 올바른 행동을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어른구실을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변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도 있고 들은 것들도 있어서 나름 확고하게 굳어진 생각이죠.

 모든일에는 예외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100%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고 봅니다.

 요새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상식밖의 행동들 때문에 여러번 뉴스에서도 화제거리가 된적이 있죠. 그런것들에 비하면 제가 겪은 경험은 사소한 것일수도 있지만 이일을 계기로 청소년과 어른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학생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학생이기 때문에 감싸주어야 한다. 학생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학생이기 때문에 어른이 참자. 학생이기 때문에 어른이 이해해야 한다등등등"

 맞는 말입니다. 저 또한 대부분 동의 하는 부분들이고요. 하지만 저처럼 직접 이런 황당한 경험을 당해본다면 아마 생각이 바뀔것 입니다.

 요새 청소년들은 중학생때부터 어른들 머리위에서 놀려고 하고, 학생이라는 신분이 마치 벼슬인 것 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어른들이 묵묵히 참고 또 참으며 사랑으로 보살펴주면 그 학생들도 어른이 되어서 언젠가 변화할것이다. 어른이 되면 이해할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얘기여서 가끔 의심이 가는 말들입니다. 

 정말 진정으로 청소년들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무관심을 예쁘게 포장하려고 하는 말들입니까?

 청소년시기를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청소년시기에 방황한번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누군들 청소년시기에 일탈을 한번쯤 해보고 싶지 않았을까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공간들, 언어들, 문화들 때문에 청소년들이 갈곳이 없고 방황하며 제대로 인성이 확립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죠.

 저는 원래 이런식으로 어떠한 사실을 포장하려 하는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마치 자기자신은 성인인것 처럼 이해심많은 것 처럼 노력아닌 노력을 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안그런 학생들도 있거든요? 올바르게 자라나는 예쁜 청소년들도 있거든요? 근본적인 성향과 교육의 문제입니다. 주변환경 탓 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과 기준은 어른답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어른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일단 여중생에게 욕을 들었고 그 여중생에게 사과한마디 듣지 못했으니까요. 저 또한 그들과 똑같은 학창시절을 보냈으니까요. 학생이라는 신분이 벼슬은 아니니까요. 

 "●●니까 참자. ●●니까 이해하자. ●●니까 지켜보자. ●●니까 기다려보자."
라는 말들, 참 웃기다고 생각해본적 없으신가요? 무관심을 관심인 것 처럼 포장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는 것처럼 행동하려 하지 마세요. 어른들 머리위에 올라가 놀고있는 학생들이 그것을 모를까요? 알기 때문에 더 심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 해본적 있으신가요? 진정 어른답게 행동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때로는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이 진실된 관심일 뿐더러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진정한 노력일수도 있습니다. 방관이 이해는 아닙니다.